제가 전에 소득주도성장론에 관한 글을 썼던 것을 오래간만에 와서 다시 읽어보니 몇가지 빠진 것이 있어서 추가로 글을 하나 쓰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1. 최저임금 인상은 소득주도 성장을 위한 방법인가?

문재인 정부와 그 지지자들은 Yes라고 말하겠지만, 그 소득주도 이론 자체에서 나오는 대답은 No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깜짝 놀랄 수도 있을 지 모르겠는데, 이론적으로 최저임금 인상은 사실은 소득주도 성장과 전혀 Never ever 무관한 정책이라는 것입니다.

소득주도성장론(Income-led growth)은 포스트케인지안의 임금주도성장론(Wage-led growth)를 베껴다가 자영업자나 영세상인/기업들을 의식해서 이름만 살짝 바꾼 것입니다. 초간단하게 말해서 (1) 소득인상 -> (2) 소비증대 -> (3) 기업이윤확대 -> (4) 기업투자확대 -> (1) 임금인상 .... 이렇게 순환된다는 이론입니다.

이 선순환 구조 자체에도 무수한 결함이 있기에 대부분의 현대 경제학자들은 여기에 동의하지 않습니다만... 그냥 이 소득주도 성장론이 맞다고 치고, 왜 최저임금 인상과 소득주도성장은 무관한 정책인지 말해보겠습니다.

예전 글에도 말했지만, 포스트케인지안의 이론에는 micro foundation이 없습니다. 쉽게 말하면 4-50년전에 쓰던 수리적 모형을 그대로 쓰고 있는 것 같은데, 임금주도 성장론 이론의 경제적 주체들(economic agents)은 소비자(들), 기업(들), 정부, 이렇게 독립적으로 나누어서 기술이 되어 있지 않고, 전체 경제를 통칭하는 대표주체(representative agent) 한명으로 한정하여 기술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결론을 도출하고 있습니다.

이 말이 무슨 뜻이냐 하면, 소득주도이던 임금주도이던, 그 소득과 임금을 올려주는 대상은 국가 전체를 말합니다. (If) 이 대표주체 한명의 소득을 인상해 주면, (Then) 비로서 (2) -> (3) -> (4) -> (1)로 돌아온다는 것이 성립합니다. 

자, 다시 한번 강조하는데 이 소득주도 성장론이 맞다고 가정합시다. 그러면, 최저임금을 올려주면, 이 이론에 따르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a. 현재 최저임금을 받고 일하던 사람들의 소득은 올라갑니다.
b. 현재 그 최저임금을 지급하는 사업장(자영업자, 5-10인 이하의 소기업, 외국인 노동자로 구성된 기업 등등의 영세 사업장) 주의 소득은 줄어듭니다.
==> a와 b를 합쳐보면 net으로 0입니다. 다시 말하면 국가 전체의 소득은 아무것도 바뀐 것이 없습니다.

If 가 충족하지 않아씁니다. 따라서 Then 이하 구절도 발생하지 않습니다. 즉, 국가 전체의 소득의 변함이 없으니, (2) -> (3) -> (4) -> (1) 로 돌아오는 순환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이론 자체가 말하고 있습니다.

다시 한번 종합하면 소득주도성장론이 맞다고 하고, 그 이론상에서도 최저임금을 인상하면 경제가 성장하는 일이 발생한다라는 명제는 옳은 명제가 아닙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수도 없는 다른 질문들이 존재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최저임금을 올리면 사업장주가 기존 노동자의 근로시간을 단축시키거나 해고시키는 일이 일어날 수 있는데 그건 어떤 영향을 끼치는가라고 물어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소득주도 - 즉, 오리지널 임금주도 - 성장론의 이론은 이런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수리적 모델이 전혀 존재하지 않습니다. 오리지널 논문들 내에 이 뻔한 질문에 대한이론적 답이 없다는 것을 이것을 도입한 인간들이 알리가 있겠습니까만..... 그냥 한심한 노릇이죠.


2. 그러면 소득세 인하는 (특히 중산층에 대한 인하는) 소득주도성장에 해당하는가?

이 질문에 대한 대답도 No 입니다. 위를 자세히 읽어보신 머리 좋으신 분들이라면 왜 그런지 금방 대답하실 수 있을 겁니다.

왜냐하면, 소득세 인하 대상이 된 사람들의 실질 소득은 늘어나지만, 정확하게 딱 그만큼 정부의 수입이 줄어들었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하지만, 소득주도(또는 임금주도) 성장론에서는 국가전체(소비자+기업+정부)의 소득을 올려줘야 (2) -> (3) ... 이렇게 진행이 됩니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소득세를 높힌다고 해도 소득주도성장과는 전혀 무관합니다. 누진세를 강화해도 마찬가지 입니다. 가장 논란이 많은 법인세도 마찬가지로 그것을 올리고 내리고 해봤자 국가전체 소득은 변함이 없기 때문에 소득주도 성장과는 무관합니다.


3. 그러면 공무원과 공기업 채용을 늘이는 것도 소득주도 성장에 해당하는가?

마찬가지로 No입니다. 공무원과 공기업 채용을 늘이면, 거기에 채용되는 사람들의 소득은 늘어나겠죠. 그런데, 거기에 들어가는 재정을 세금으로 걷어서 충당하는 순간 Net으로는 말짱 꽝이기 때문입니다.


결론: 그러니까 지금 이 정부는 자신들이 베께서 쓴 이론에 대한 이해도 제대로 못하면서 마구잡이 식으로 경제정책을 쓰고 있다는 말입니다.

(추가: 아래 겟살래님과 댓글을 주고 받고 나서 보충설명합니다. 소득주도 성장론은 net > 0 이 되게 국가 전체의 소득을 늘려주어야 경제가 성장한다는 스토리인데, 결국은 동어반복일 뿐입니다. 경제가 성장한다는 이야기나 소득이 늘어난다는 이야기와 동치나 다름 없으니까요.)

참고로 1, 2, 3은 원래 오리지널 임금주도 성장론에서 주장하는 내용상으로 보면 거기에 일부는 타당한 내용이 있습니다. 이 부분은 며칠 있다가 따로 글을 쓰거나 댓글에 적거나 하겠습니다. 하지만, 소득주도 성장론으로는 전혀 타당하지 않습니다. 원래 이론도 완전 이상한데, 베끼는 과정에서 더 이상하게 만들어 버렸다는 뜻입니다.

실은 최저임금인상이나 중산층의 세금 인하, 누진세 강화, 법인세 인상... 등등은 분배정책의 일환일 뿐입니다. 그냥 심플하게 양극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분배 정책을 쓴다고 하면 반대할 이유가 없습니다. (추가로 얼마만큼 인상, 인하할 것인가에 대한 내용은 정치적인 논리로 접근하지 말고, 먼저 전문가들과 상의를 해서 결정해야 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물론 이 정부는 그것도 없고 일단 먼저 실행부터 하고 있습니다.) 말도 안되는 것이 한두개도 아닌데, 밑도 끝도 없이 성장을 약속을 하면서 저런 정책을 쓴다는 것은 뭡니까. 

잘 아시다시피 경제를 향상시키는 것은 노벨경제학상 100개를 받은 사람이 와도 하기 쉬운 일이 아닙니다만, 경제를 망치는 일은 아주 쉽습니다. 자신들이 말하는 것이 뭔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칼을 마구 휘둘고 있는데, 그 칼이 재료를 잘 다듬고 있다고 믿을 수가 있습니까. 엄한 국민들 손가락만 자르게 될까봐 노심 초사일 수 밖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