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게는 욕과 관련해서 2가지 특별한 경험이 있습니다.


1. 울산에 용접을 배우러 간 적이 있습니다. 학원에서 30분쯤 연습하고, 여인숙에서 잠을 자는 1주일이었던 것 같습니다. 어느 날 저녁에 여인숙 여주인이 고등학생 아들을 향해서 'XX끼'니 뭐니 하면서 온갖 욕을 하는 것을 듣게 되었습니다. 그 욕으로 짐작하건대, 아마도 여주인은 재혼이었고, 고등학생 아들은 전처의 아들이었던 모양입니다. 아마도 새 어머니를 어머니로 대우하지 않고, 말을 통 안 들었던 모양입니다.

저는 여주인의 욕설을 들으면서 한 가지 깨달음을 얻었죠. 욕이라는 건 사실이 아님을 모두가 알고 있다는 겁니다. 여주인도, 아들도, 듣는 저도 그 애가 개가 낳은 새끼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죠. 욕설은 거짓된 말입니다. 욕설은 상대방을 나쁜 것 안 좋은 것으로 규정함으로써 '부아를 돋우고, 카타르시스를 얻는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욕설이라는 건 욕하는 사람의 머리속이 '몹시 화가 난다, 기분이 매우 나쁘다, 너를 매우 미워한다'로 가득하다는 것을 보여줄 뿐입니다.

그 일이 있은 뒤로 저는 다른 사람을 향해서 욕설을 잘 안 하게 되었습니다. 거짓말로 욕을 해 본들 아무 소용이 없다는 걸 깨달았으니까요. 주먹을 쥐고 흔들거나 으르렁거리며 분노를 표출하는 것은 하더라도 'XX끼' 하는 욕설은 거의 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2.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나이에 상관 없이 글을 쓰곤 합니다. 얼굴을 볼 일이 거의 없으니까, 대등한 한 명의 사람으로 상대방을 설정하고, 그에 맞춰서 말을 하는 것이죠. 상대방이 나를 존중해서 존댓말을 쓴다면, 저도 상대방을 존중해서 존댓말을 씁니다. 상대방이 나를 멸시해서 반말에 욕설을 쓴다면, 저도 상대방을 멸시해서 반말에 욕설을 씁니다. 이런 식으로 글을 써 왔죠.

그러다가 엔파람에서 한 사람과 욕설 배틀을 벌였습니다. 그 사람은 보수우파라고 분류되는 사람인데, 저는 개혁을 지지하는 사람이라서 의견 충돌이 생겼고, 그 와중에 욕설로 에스컬레이트되었습니다. 저는 그 사람을 모욕죄로 고소하려고 했는데, 알고 보니 저도 다른 사람에게 많이 저질렀던 것이었습니다. 제가 욕설에 화가 나고 그 사람을 미워하는 것과는 별개로 제가 모욕죄를 저질렀다는 걸 알았으니 당연히 사과를 했습니다. 그 사람은 그 사과를 받아주었습니다.

그리고 그 뒤로 한동안 저는 글을 쓸 때마다 '저는 다른 사람을 모욕하거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을 쓰지 않겠습니다'라고 머릿글을 달았더랬습니다. 모욕죄를 저지르는 제 버릇을 고치기 위해서였습니다.


욕설을 안 섞고도 제 의견을 충분히 말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말한 의견을 상대방이 받아들이건 안 받아들이건 그건 제 문제가 아니라 그 상대방의 문제입니다. 굳이 욕을 해 가면서 모욕죄를 저질러 가면서까지 제 의견을 강요할 이유가 없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