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와 교감하는 한국 발효 음식


‘2012 마드리드 퓨전’ 주인공, 한식

“판타스틱(fantastic)!”

간장/고추장/참기름의 깊은 풍미에 유럽인들은 탄성을 연발했다. 세계1급 요리사들까지 술렁이게 만든 화제의 현장은 바로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한국 발효 음식 요리행사장이다. 올해로 10년째를 맞은 세계적인 음식 축제 ‘마드리드 퓨전(Madrid Fusion)’은 세계 1급 요리사와 식품/외식업계 CEO들이 모여 첨단 요리기법 및 트렌드를 소개하고 전망하는 자리다. 매년 1000여 명이 참가해 주빈국을 선정하고 그 나라 음식과 문화를 발굴해 소개하는데 올해는 한국이 주빈국으로 초대 됐다. 과거 마드리드 퓨전에 주빈국으로 참가했던 국가로는 멕시코(2006년), 일본(2007년), 중국(2008년), 호주(2010년), 싱가포르(2011년) 등이 있었다. 1월 24일부터 26일까지 열린 행사의 주제는 ‘한국의 발효 음식’이며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자연연구요리가 임지호 셰프(chef), 롯데호텔 총주방장 이병우 셰프, 정식당 대표 겸 총주방장 임정식 셰프 등이 참가해 한국 요리의 정수를 선보였다. 이 가운데 임지호 셰프를 만나 한국 음식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우리 음식은 자연, 그리고 자유”

“부족하면 채워주고 없는 것을 만들어 주고 넘치는 것을 중용으로 다스리는 이치, 바로 자연의 순리를 깨달은 한국인의 음식문화지요.”

발효 음식은 자연을 가장 지혜롭게 이해한 우리 선조들의 삶과 철학을 통해 만들어진 결정체라고 말하는 임 셰프. 그는 우리 음식을 ‘과학’이라고 설명한다.

“된장과 고추장은 저항력을 높여주고 조선간장은 이뇨작용을 도와주지요. 몸에 독이 쌓이는 것을 풀어주는 게 바로 간장이거든요. 정말 기가 막히지 않아요?”

임 셰프는 우리 음식 재료들, 특히 자연이 만들어낸 발효 음식은 인간의 몸에 제독(除毒)작용을 하고, 화를 다스려 어혈을 풀어주는 등 생명을 살리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발효 음식이야말로 조상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뛰어난 우리 음식문화라는 것. 임 셰프가 이번 마드리드 퓨전에서 선보인 한식 요리도 바로 이러한 맥락에서 이루어졌다. 그는 ‘교감’, ‘치유’, ‘전체’라는 세 가지 주제로 한국 음식을 시연했다.

제1주제는 ‘교감’. 묵나물과 한국 장을 주재료로 한 이 음식은 한국 나물의 우수한 해독작용에 관해 알리고자 했다. 제2주제는 ‘치유’로 연근과 우엉, 생강을 주재료로 사용했다. 치유의 힘을 가지고 있는 연근/우엉/생강을 이용해 뿌리 야채의 생명력에 관해 설명하고 더불어 생식과 화식의 조화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마지막 주제는 ‘전체’. 다른 말로 하면 ‘자연을 통째로 먹는다.’는 뜻이다. 밤송이와 낙엽을 재료로 사용해 만든 알밤 요리인 이 음식은 화를 식혀주는 기능을 한다. 임 셰프의 시연이 끝나자 장내는 술렁였다. 행사에 참석한 1급 요리사와 VIP들은 “발효 음식을 가지고 만든 섬세하면서도 훌륭한 요리에 놀랐다”며 “중식과 일식과는 다르다”는 반응을 보였다.

과거/현재/미래를 조화롭게 담아내다

유럽인들의 탄성을 자아냈던 한국 발효 음식은 다른 나라의 음식과 어떤 측면에서 차이가 있는지 임 셰프에게 물었다.

“일반적으로 서양 요리 방법은 재료들을 해체한 후 새롭게 탑을 쌓듯 음식을 만들어요. 그리고 동양 음식 중 일본 요리는 마이너스 요리라고도 하는데 되도록 양념을 빼주는 쪽으로 음식을 만듭니다. 반면 우리 음식은 자연 그대로를 살려서 만들지요.”

임 셰프는 기계를 사용해 재료들을 해체해 만든 서양 요리는 자연을 왜곡해 병을 만들 수 있지만 자연을 그대로 담아 만들어낸 한국 음식은 오히려 병을 치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한식의 특징은 자연의 이치를 거스르지 않고 모든 생명과 상생하려 했던 선인들의 지혜로운 정신에서부터 비롯된 것 같다. 임 셰프는 “한민족은 세계 어떤 민족도 따라올 수 없는 위대함이 있다”면서 “그것을 발견해 세계인과 함께 나눠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한류가 급속히 확산되면서 한식을 비롯해 한국 전통 문화가 아시아와 유럽, 미국 등에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한류열풍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며 왜 최근 들어 한국 전통 문화가 집중적으로 관심을 받는지에 관해 고민하기도 한다. 이에 관해 임 셰프는 다음과 같이 답했다.

“예부터 가지고 있었던 특별한 우리 문화들이 시대적으로 빛을 보고 있는 때가 지금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우리 문화만 무조건 다 좋다고 주장하는 자세는 정당하지 않다고 봐요. 상대의 문화도 존중하며 겸허하고 겸손한 마음으로 스스로를 낮추는 자세가 필요해요.”

하늘과 땅, 자연의 생명력을 담아 세계인의 오감과 교감하는 임지호 셰프. 생명을 살리기 위한 그의 노력이 건장한 열매를 맺어 한식이 세계화 되는 데 주춧돌로 자리매김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출처: 글마루 3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