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주의 태평양 전쟁 찬양 관련 친일행각은 분명 비판받아야 마땅합니다.


그런데 서정주가 '일제가 그렇게 쉽게 망할 줄 몰랐다'라고 고백한 것에서 보듯 당시에 살던 조선인들은 조선이 해방될 것이라고 생각치 못했을 것입니다. 더우기 조선이라는 나라가 조선민중에게 반민중 국가였고 민중들에게는 오히려 그나마 일제시대가 나은 것이라는 생각이 보편적이었다는 측면에서 보면 당시 지식인들은 딜레마에 빠져 있었을 것입니다.


물론, 태평양 전쟁에서 누군가가 죽어가고 있고 특히 조선민중의 이익과 하등 관계가 없는 태평양 전쟁을 찬양한 서정주는 분명 비판의 대상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비판의 포인트는 일제에 부역한 서정주의 시는 교과서에 실리고 월북한 시인들의 시는 교과서에서 사라지게 했던 우익 정권들의 이중성일 것입니다.


그런데 월북한 시인들 중 제한적으로 복권이 되고 그들의 시가 널리 알려지는 현실에서 서정주의 시가 교과서에 실리는 것은 현장에 있는 교사들의 현명한 대처로 충분히 커버가 가능한 것입니다.


문제는 고은의 시입니다. 그는 명백한 범죄자입니다. 만일, 고은이 살인이나 폭행을 했다면 그 범죄는 시라는 장르와는 전혀 관계가 없으니 현장에 있는 교사들의 현명한 대처를 전제로 교과서에 그대로 실리는 것은 문제가 안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범죄는 인간이라면 해서는 안되는 약자를 향한 그 것도 오랜 세월동안 이루어진 범죄입니다. 비유하자면 약자를 향한 범죄 중 하나인 유괴범과 같은 죄질의 범죄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그의 시가 교과서에 실리는 것은 부당합니다. 그래서 고은의 시를 교과서에서 삭제하라는 요구가 빗발치는데도 문국쌍 정권은 서정주로 물을 타면서 그 요구를 빗겨갑니다. 이는 이미 말한 것처럼 성을 권력욕을 충족시키는 매개로 사용한 것의 방증이며 이런 요구에 응한다는 것은 바로 그런 권력을 포기하는 상징적인 것이라 거부할 수 밖에 없는 것이죠.


고은의 시는 교과서에서 삭제되어야 합니다. 아닌 말로, 살인자가  쓴 시도 교과서에 실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약자를 향한 범죄행위를 저지른 자가 쓴 시가 교과서에 여전히 실린다? 결코 용납되어서는 안됩니다.

백이숙제는 "以暴易暴"를 남겼고 한그루는 "以"를 남기고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