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001&oid=016&aid=0001361303


국방부의 군인 외출ㆍ외박구역 제한 제도(위수지역) 폐지 방침이 나오면서 대표적 위수지역인 강원도 접경지역 주민들은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주민들은 “왜 우리가 적폐청산 대상처럼 취급되느냐”며 분노했고, 거리 곳곳에는 정부 결정을 반대하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렸다. 



뉴스게시판에 위 뉴스를 게시하고 댓글로 이 기사에 대한 짤막한 코멘트를 쓰려고 했는데, 그 코멘트가 길어져서 이 게시판에 발제글로 하나 써도 될 정도가 되어서 글을 한 번 써봅니다.




제가 군생활하던 시절, 제가 복무했던 부대에서는 1년에 한 번 2일이나 3일 정도의 기간동안 부대 본부가 있던 마을에서 축제를 했었습니다. 이때 부대 본부에서는 예하 부대에 공문을 보내서, 축제 기간동안 전 병력이 모두 축제에 참여할 수 있게 일정을 조정하도록 권장했죠. 만약 축제가 이틀 동안 진행된다면 하루는 부대 인원 절반이 참가하고, 다음날은 그 전날에 참가하지 못한 사람들이 참가하는 방식이었죠.


그때마다 부대 본부가 있던 마을에서는 노점상이 크게 열렸는데(아마 마을 상가번영회에서 열었을 겁니다), 몇년 전이었는데도 캔맥주 한 캔에 4000원을 받아먹었죠. 요즘에서야 술집 가면 병맥주 한 병에 4000원을 받는데, 몇년 전에 캔맥주 한 캔 가격으로 그 가격이었으면 상당히 비싼 거였습니다. 하지만 군인들은 그래도 그런 기회 아니면 술을 마실 수가 없으니까 결국 마시게 됩니다. 그 마을이 리(里) 치고는 꽤 큰 동네라 편의점도 몇 개 있어서 술을 살 수는 있었지만, 외박이 아니라 외출 나온 군인들이 술을 사서 군복 입고 길에서 마실 수도 없는 노릇이고, 일반 음식점에 가서 반주를 하는 것도 약간 눈치가 보이는 상황이라, 거의 대부분 그 노점상에 가서 술을 마실 수밖에 없었죠.


그런데 언젠가, 공교롭게도 그 축제의 예정일에 태풍이 한반도를 지나갈 것으로 예상되었고, 부대 본부에서는 안전상의 문제로 축제 기간동안 각 부대별 외박 인원 수를 당초 예정보다 적게 보내도록 지시를 내렸습니다. 그리고, 사람이 예상보다 적게 오니 당연히 매상은 줄어들었고, 그것 때문에 그 마을 사람들이 부대 본부에 단체로 항의를 했다는군요. 그 말을 듣고 느낀 것이, 이 사람들은 정말 군인들을 돈으로밖에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었죠. 물론 장사라는 것이 돈 벌기 위해서 하는 것이긴 한데, 월급 10만원 정도밖에 되지 않는 군인들이 여기 말고는 다른 곳 가서 뭘 먹을 수 없으니 최대한 뜯어먹겠다는 심보가 너무 적나라하게 보이더라고요.


강원도에서 군생활을 했던 사람들 중에 이런 바가지에 당하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겁니다. 강원도는 도대체 얼마나 전기세가 비싸고, 컴퓨터나 관련 자재 배송료가 비싼지는 몰라도 강남 한복판에 있는 PC방과 1시간 이용료가 똑같거나 아니면 더 비싼지, 심지어 사양도 그렇게 최신이 아닌데. 혹은, 도시였다면 이미 폐업했을 수준으로 위생이나 맛이 떨어지는 음식점이 어떻게 오랫동안 그 비싼 가격을 받고도 장사를 계속 할 수 있는지(저는 여름에 한 음식점에서 밥을 시켰는데, 반찬에 파리가 같이 버무려진 것을 보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식사를 하다가 화장실에 가서 구토를 한 적이 있습니다). 결국 뻔한 거죠. 휴가를 받지 않는 이상 군인은 위수지역을 벗어나면 안 되니 말이죠. 경쟁을 할 대상이 없으니 서비스나 가격을 개선할 필요가 없고, 군인들만 호구 잡아서 장사해도 먹고 사는데 아무 문제 없었는데, 이제 위수지역을 폐지한다고 하니 당연히 강력하게 반대하죠.



저 위의 기사를 보면 이런 문구가 나옵니다.


주민들은 “왜 우리가 적폐청산 대상처럼 취급되느냐”며 분노했고, 거리 곳곳에는 정부 결정을 반대하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렸다. 


글쎄요, 양심을 좀 가져보죠. 제가 말한 저 위의 예시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자부할 수 있는 양심적인 분들은 분노하셔도 인정합니다. 그런데 제가 2년 동안 경험한 바로는, 군부대 근처에서 양심적인 가게는 제가 전역할 때 즈음에 생겼던 CU밖에 기억이 안 나네요. 적어도 거긴 군인 상대로 장난은 못 쳤으니까요.



저는 이제 군복무와 관련해서 엮일 일이 없으니 위수지역의 존폐 여부는 저에게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인 의견은 폐지되는 쪽이 옳다고 봅니다. 제가 아는 바로는, 위수지역 규정의 기원은 6.25 전쟁에서 시작된다고 알고 있는데, 전쟁 발발 당시에 출타자가 너무 많았고, 적은 인원으로 북한군의 침공을 방어해야 했다는 것이 전쟁 발발시 초기 대응에 실패한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어서 이후 비상시에 빠른 소집을 위해 이런 규정을 만들었다고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1950년대처럼 통신이나 교통 수단이 발달하지 못한 시기가 아니고, 아무리 멀어도 1일 내에 전국을 이동할 수 있죠. 그리고 군부대에서도 주말이라고 해서 모두 외박이나 외출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일정 비율 이내의 인원만 출타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비상사태 발생 시 초기 대응을 할 수 있는 체계가 갖춰져 있습니다. 6.25 전쟁 당시와 비교하면 현 한국군은 훨씬 정교한 체계를 갖추고 있고, 그게 위수지역 폐지에 크게 흔들릴 정도가 아니라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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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수지역 포기=국가안보 포기? 저는 동의가 안 되네요.



여튼, 국방부에서는 위수지역 폐지 방침을 내렸지만, 강원도를 지역구로 하는 정치인들 입장에서는 지역 주민들 때문에라도 뭔가 말을 해야 될 것이고, 완전히 폐지될 때까지는 시간이 좀 많이 걸리거나, 아니면 전면 폐지가 아닌 절충안으로 끝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렇든 저렇든 간에, 위수지역 제도는 현 시대에는 득에 비해서 실이 매우 많은 제도라고 판단되고, 언젠가 반드시 폐지되어야 할 제도라고 생각합니다.




P.S 위의 강원도 상인에 대한 여론과 비슷한 사례를 본 것이, 인천 소래포구 화재사건 때였습니다. 큰 화재 때문에 상인들이 삶의 터전을 잃어버려서 망연자실해 하고 있다는 기사였는데, 그 기사 베스트 리플이 '바가지 그렇게 씌우더니 속 시원하다'같은 반응이 대부분이었으니까요. 그쯤 되니, 베플을 쓴 사람들이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지 못하는 소시오패스로 보이는 것보다, 도대체 얼마나 바가지를 씌웠길래 저런 반응을 보이는가 궁금할 정도였습니다.


P.S 2 위수지역 이야기와 관련해서 군생활할 때 가장 부러웠던 사람은, 수도방위사령부같은 곳에서 복무하던 사람들이었습니다. 서울이 위수지역이었으니까요.


P.S 3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2/27/2018022703025.html


이런 반응도 있는데, 조선일보 댓글란은 뭐라 피드백할 것은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