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지토님이 나더러 계급이 뭔지도 모르는 주제에 계급 운운하고 있다고 지속적으로 도발하고 있다. 나름 객관적인 포지션을 취하는 미뉴에님이 이미 나의 판정승으로 평가를 내려주시고 끝나버린 논쟁인데 뒤끝 작렬하는 모습이 재미있다. 이제는 혼자 떠들고 아무도 대꾸를 안하는 상황에서, 마치 모두가 자신의 논리에 설득당해 아닥하는 줄로만 아는 정신승리까지 시전하시는 모습이 딱하긴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오늘은 런닝맨님들중에 자본이니 계급이니 하는 거에 매우 거북해하시는 분들이 계시는 것 같아서 나름 애프터서비스를 하려고 한다. 사실 사회를 논하고 정치를 논할 때 그런거 조또 몰라도 된다. 나도 사실 그런 단어들을 쓰는게 매우 거북하다. 미적분 몰라도 세상사는데 불편한 거 하나도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러나 가끔 필요할 때도 있다. 가령 '호남의 몰표는 지역감정 때문이다"라는 새누리당과 친노들의 마타도어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런닝맨들조차 "솔직히 그런거 아냐?" 라고 말하는 작금의 상황에서는 부득이 자본나오고 계급나와야만 한다.

솔직히 지금 민통당이 저 지경이 된게 그런 마타도어에 호남까지 설득을 당해서 그런거 아니겠는가? 이것은 굉장히 시급하고 중요한 문제이다. 그런 상황에서 런닝맨들까지 "호남에는 지역주의가 있다"고 수긍해버리면 걍 지지치고 게임 끝인거다. 친노들 주장의 핵심적인 논거에 동의를 해버리면 무슨 재주로 친노들을 이길 수 있다는건지? 그건 만용이다. 지역주의는 어쨌든 국가의 통일성을 해치고, 정책선거를 가로막는거니까 극복해야 하는 것 아니야? 라는 말 한마디에 무너지는 수준으로 런닝맨하려고 생각했다면 애초에 그만두시기 바란다. 우리가 옳다라고 주장하려면, 옳다는 근거가 있어야 할 것 아닌가? 무작정 옳다고만 주장하면 그거 믿어줄 사람 아무도 없다.

일반의 상식은 대부분 옳겠지만, 때로는 터무니없는 경우도 있다. '호남 지역주의론'이 바로 그런거다. 가령 이런 질문을 던져보자. 호남에서 농사 짓는 어떤 촌로가 "김대중 선생님을 괴롭히고 호남을 못살게 굴고 부자들만 챙기는 저 새누리당 잡것들을 몰아내려면, 우리 호남이라도 똘똘 뭉쳐야한당께" 하면서 초지일관 민주당에만 투표를 한다고 치자. 그분의 투표는 과연 지역주의투표인가 계급투표인가? 아니면 또 다른 이름의 그 무엇인가? 현재 우리 사회에 통용되는 일반의 상식으로는 그 호남 촌로의 투표는 빼도 박지도 못하는 지역주의투표이다. 일단 계급투표까지는 아니라고 치더라도, 지역주의투표라니 과연 말이 되는 것일까?

선거날 어떤 노동자가 민주당에 투표를 하고 있다. 그런데 그 사람이 사는 지역에 따라 평가가 달라진다. 만약 그 사람이 영남의 노동자라면 '호남의 열표보다 더 가치있는' 표가 되고, 서울의 노동자라면 '민주시민의 소중한 한표'가 되고, 호남의 노동자라면 "지역주의 몰표'가 된다. 그런 터무니없는 분류법을 아무런 합리적 의심도 없이 주장하는 사람들이 소위 친노들이고, 또한 진보개혁진영 일반의 표 감별법이기도 하다. 

어떤 노동자가 민주당에 투표하는 똑같은 행위를, 그 노동자가 사는 지역으로 구분하면서 상반된 평가를 하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그게 상식적이고 논리적인게 정말 맞는건가? 그런데 세상에나 웃기게도 그게 일반의 상식이고 당연한 논리란다. 엄연히 눈 앞에서 그런 지역차별적인 표 분류법을 하고 있으면서도, 자신들은 지역주의에  반대하는 사람들이라고 극구 우긴다. 그런 어처구니 없는 모습에 기가 막혀서 "혹시 당신들 호남차별주의자들 아니야?" 라고 물으면 사람을 뭘로 보고 그러냐며 펄펄 뛴다. 조또 웃기는거다.

그 양반들은 자신들이 현재 무슨 헛소리를 하고 있는지조차도 깨닫지 못한다. 본인들 스스로 행정구역에 따라 인간의 종류가 달라진다고 생각하는 인종주의자가 아닌 이상 도대체가 그런 발상을 할 수가 없는거다. 그렇듯 세상의 모든 것을 철저하게 지역의 프레임으로만 해석하는 자들이 감히 런닝맨들더러 '호남 지역주의자' 라고 부르는 적반하장의 널뛰기를 하고 있는게 지금의 현실이다. '지역의 프레임'으로 한국 사회를 바라보기를 원하는 조선일보의 주문에 꼭둑각시 인형처럼 놀아나고 있으면서도, 니들 혹시 영남패권주의에 부역하고 있는거 아니야? 라고 물으면 '이런 호남지역주의자 닝구 새끼!!" 를 외치며 까무라친다. 두번째로 조또 웃기고 자빠진거다. 적어도 런닝맨들은 호남의 민주당표와 영남의 민주당표를 차별하지 않는다.

그런데, 당체 논리와 상식이라곤 눈을 까뒤집어도 찾아볼 수 없는 친노들의 황당한 주장이 어떻게 일반의 상식이 되고 논리적인 주장인 것으로 대접받게 되었을까? 어디서부터 잘못되었을까? 어떤 전제로부터 논리적으로 도출되는 결론이 모순이라면, 전제를 의심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상식이다. 그렇다면 멀쩡한 국민의 표를 호적에 따라 다르게 평가하는, 모순적인 결론에 이르게 만드는 전제는 무엇일까? 딴 거 없다. 바로 '호남 지역주의론'이라는 매트릭스다. 코지토님은 매트릭스라는 영화를 보면서 자본주의의 모순을 느끼시는 매우 예민한 감각의 소유자이시다. 그런데 정작 본인이 빠져있는 매트릭스는 못보시는 아주 이상한 분이시다. 하긴 등잔밑이 어두운 법이다.

그러면, 호남의 몰표가 지역주의가 아니라면 대체 뭐란 말인가? 미뉴에님의 표현처럼 '정의의 불방망이질" 일 수도 있겠다. 그렇게 이해해도 하등 문제될 것은 없다. 그러나 어딘가 부족하다. 무엇이 정의인지 아닌지를 구분하려면 반드시 기준이 필요하다. 광주의 학살을 "시민을 위협하는 폭도들의 반란에 맞서 정의의 이름으로 진압한 것"이라고 주장하면 어쩔텐가? 또 다른 어떤 분은 '선량한 민주시민론'을 펼치신다. 그런데 민주주의는 왜 소중하고 왜 필요한 걸까? 만약 광주는 한국 사회의 계급 모순이 충돌한 현장이라면? 그리고 현대적 민주주의라는게 기나긴 계급 투쟁의 소중한 성과물이라면?

이제 계급 나왔다. 계급을 논하려면, 일단은 마르크스주의에 일정부분 동의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필자는 물론 마르크스주의 전체를 긍정하는 사람은 아니다. 그러나 자본주의 사회를 분석하고, 지나온 인류 역사를 해석하는 도구로써 마르크스주의만큼 뛰어난 것은 아직 없다고 믿는다. 그와는 다르게 마르크스주의를 일고의 가치도 없는 거라 부정하는 분은 이쯤에서 "계급이 뭐임? 그런게 어딨음? 먹는거임?" 하고 빠지시면 된다. 코지토님도 그러셨어야 했는데, 친노도 하고 싶고 마르크스 깨나 읽은 지식인 코스프레도 하고 싶은 마음에 그만 함정에 빠지셨다. 욕심이 과하면 화가 된다.

계급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하려면 글이 길어지고 맥락없는 이야기가 될 것이므로, 본문에서는 생략하겠다. 가급적 쉽게 접근하겠다. 우선 계급을 논하려면 마르크스가 했던 다음의 말부터 시작해야 한다. "인류의 모든 역사는 계급 투쟁의 역사이다". 마르크스주의 역사관의 핵심적인 문장이고, 이 명제를 부정하는 분은 애초에 계급이니 뭐니 하는 논쟁에 발을 담글 이유가 없다. 그런데 유독 한국의 근현대사, 그것의 가장 극적인 반영물인 한국의 정치사를 "계급 투쟁과는 무관한 지역 갈등의 역사" 쯤으로 파악하시는 분들이 많다. 다른 사람들도 아니고 마르크스가 어쩌니 저쩌니 아는 척하는 사람들이 특히 더 그렇다. 그 분들의 주장을 요약하면 대충 이거다. "인류의 모든 역사는 (한국의 정치사는 빼고) 계급 투쟁의 역사이다". 호남의 몰표를 지역주의라고 주장하기 위해서 참 벼라별 짓까지 다하고 자빠진거다.

여기서부터 이미 그 분들의 주장은 더 이상 들어줄만한 가치가 없는 헛소리라는게 분명해지고, 어디가서 마르크스 좀 읽어본 티 내면서 계급이니 자본이니 폼 재지 말라는 핀잔 밖에는 더 이상 해줄 말은 없다. 진보정당 지지자들은 물론이고, 친노들중에도 먹물 티 좀 내는 사람들은 대부분 그 모양 그 꼴이다. 시쳇말로 뭐라 대꾸해 줄 견적도 안나온다는 뜻이다. 하긴 그러니까 "진보정당 지지표만이 계급투표" 라는 기상천외하고 용감한 주장도 하실테지.

뭔가 좀 삼천포로 빠졌는데, 사실 이 글을 통해 런닝맨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씀은 이거였다. "지역주의 프레임은 친노들한테나 줘버리고, 우리 현명한 런닝맨님들은 이제 계급계층적 시각으로 한국 사회를 바라보자" 이거다. 호남이 단순한 지역감정으로 민주당을 지지해온게 아니듯이, 영남이 단순한 지역감정만으로 새누리당을 지지하는게 아니다. 그런 시각을 견지하는 한 런닝맨들은 백전 백패다. 친노들의 요설에 홀려 삥뜯기를 당하고 있는 다수 호남인들조차 설득할 수 없다. 노무현이 재벌들에게 속수무책으로 휘둘릴 때, 부동산 가격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을 때 나는 왜 분노했던가? 를 곰곰히 생각해보라는 뜻이다. 호남인이라서 그랬는가? 아니면 노동자라서? 뭔가 다른 이유로? 계급적 시각으로 호남을 바라보아야 호남지역의 이익이라는 것도 비로소 진지하게 논의가 되고 실현 가능한 것이다.  

물론 내가 호남더러 무슨 계급투쟁의 선봉 역할을 해야한다고 주장하는거 절대 아니다. 필요하다면 새누리당이라도 찍어야된다. 그것이 각자에게 가장 이익을 가져다주는 합리적 판단이라면 그렇게 해야한다. 그게 바로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현명한 노동자다. 계급투쟁은 구체적인 현실속에서 저절로 뿜어져 나오는 것이지 무슨 책속에 적힌 메뉴얼따라 인형처럼 행동하는 것이 아니다. 마르크스가 아니라 마르크스 할애비가 와도 그 딴 소리를 하면 개객끼인거다.

새누리당은 수구, 민주당은 보수야당, 진보정당은 계급정당. 이상 변동없음. 땅땅땅???. 웃기는 소리다. 오늘 당장이라도 새누리당이 다른 정당들보다 재벌들 때려잡는데 더 앞장서고, 복지정책 실시하고, 민주공화국의 상식에 성실하게 복종하고, 민주주의와 인권을 수호한다면 새누리당이 계급정당이고 진보정당이다. 새누리당을 지지하면 수구? 나는 내 자식 내 마누라한테도 감히 새누리당 찍으라 마라 소리를 감히 못하는데, 생판 안면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새누리당을 지지하면 수구니 뭐니 딱지붙이기 놀이를 하는 인간들은 간뎅이가 미치도록 크거나, 아예 미친거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