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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大望]에도 적대관계인 세력들이 많이 나옵니다. 예를 들어 도꾸가와 가문과 도요또미 가문은 적대관계였죠. 이 두 가문 사이에도 외교가 있었는데, 외교를 맡은 사자들은 상대방 가문에 포섭되었을까 의심을 받았습니다. 눈꼽만큼의 변화라도 있으면, 곧장 의심을 받곤 했죠. 조금이라도 불리한 협상을 받아들이면, 충성심을 의심받았고, 가문 안에서 욕을 잔뜩 먹었습니다. 도꾸가와 가문의 이시까와 가즈마사가 그런 인물이었고, 도요또미 가문의 가다기리 가쓰모도가 그런 인물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외교를 맡은 사람들은 몸가짐을 극도로 조심해야만 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 시절에 한일어업협정이 맺어졌는데, 쌍끌이 어선에 관한 조항이 빠졌다고 욕을 먹고, 독도수역을 일본에 팔아먹었다고 욕을 먹었습니다. 일본 천황 장례식에선가 고개 숙였다고 또 욕을 먹었죠.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는 NLL을 팔아먹었다고 퇴임 이후 5년 뒤에 진실공방이 벌어졌습니다. 이명박 대통령 때는 한미FTA로 욕을 먹었습니다. 요즘 UAE와 맺은 비밀 조항 때문에 또 욕을 먹고 있죠. 박근혜 대통령은 위안부문제 합의 때문에 욕을 먹고 있죠. 이런 사례들을 보면, 대통령조차도 욕 먹고 의심받는 일을 피할 수 없는 것입니다.
북한과 남한(우리)은 오래도록 적대관계를 유지했습니다. 서로를 무너뜨리고 싶어하다 보니, 외교라는 것도 아주 적어졌습니다. 기껏 외교를 하더라도, 상대방과 친밀해지면 사상에 의심을 받게 되고, 출세길에 지장이 생기고, 백만 안티가 생기고 그럴 겁니다. 그러다 보니, 외교는 더더욱 쪼그라들게 되었죠.
멸공에 세뇌된 보수우파 애들은 애당초 북한과 외교를 정상적으로 진행할 의사가 없으니, 더 이상 논할 거리가 못 됩니다. 하지만 평화를 외치고, 통일을 외치고, 햇볕정책을 외치는 개혁진보 애들이라면, 북한과 정상적으로 외교가 되도록 노력했어야 마땅합니다. 불행하게도 김대중 대통령, 노무현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에게는 이 노력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워낙 과문해서 구체적으로 뭘 했는지를 모르기 때문에 이렇게 표현하는 것입니다.)
5억 달러 대북비밀송금은 할 줄 알았으면서도 평양에 별장을 마련하는 것은 생각도 못한 모양이죠. 6자회담으로 북핵문제를 풀기를 원했으면서도 장관들을 번갈아 평양 별장에 휴가를 보내는 것은 생각도 못한 모양입니다. 취임 10개월이 다 되도록 북한에 특사 한 번 안 보내고 허송세월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왜 북한과 외교를 그런 식으로 했는지 저는 이해가 안 됩니다.......
판타지소설 [비따비]를 읽어 보면, 일반 기업에서 영업을 하다 보면, 접대라는 것을 하는 모양입니다. 상대방을 기분 좋게 만들어서 거래가 성공하도록 하자는 뜻이겠지요.
접대라는 것 없이 그냥 거래가 성사될 수도 있습니다. 원리원칙에 입각해서 비즈니스 관점에서만 평가하여 거래를 할지 말지 판단하는 것입니다. 이 방식이 자리잡는다면, 사람이 직접 얼굴을 맞대는 협상도 불필요해질 겁니다. 그냥 인터넷으로 서류를 주고 받으면서 거래가 성립될 수도 있으니까요.
하다 못해 기업도 접대라는 걸 합니다. 그렇다면, 국가간의 외교는 어떨까요? 아무 접대 없이 그냥 서류만 주고받는 식으로 외교하는 것이 가능할까요? 글쎄요, 사소한 사항은 서류만 주고받는 식으로 할 수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중요한 사항일수록 그렇게는 못할 것 같습니다. 만나서 줄다리기 협상도 해 보고, 친밀감을 높이는 과정도 거치고 그래야 되겠지요.
그래서 늑대는 어린 것이 맑은 시냇물을 진흙탕으로 만들고 있다고 나무랐다. 그렇게 더러운 물을 자기가 어떻게 먹을 수 있겠느냐고 말이다. 그러자 어린 양은 자신의 결백을 좀 발칙하다 싶게 당당히 주장했다. "그렇지 않아요. 저는 지금 시냇물의 하류 쪽에 있고요, 물은 늑대 아저씨가 있는 쪽에서 제 쪽으로 흐르고 있어요. 그러니까 아저씨 쪽은 물이 깨끗하잖아요!"
"그건 그렇다 치고, 넌 임마, 돌아가신 분께 너무 무례했어. 작년에 사냥꾼의 총에 맞아서 우리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넌 우리 아버지를 비웃었어."
걸음아 날 살려라 하고 얼른 도망을 쳐도 모자랄텐데 어린 양은 바보처럼 논쟁을 계속하는 것이었다. "아저씨는 계산도 못 하시나 봐. 그때는 제가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을 시절이에요." 마치 화가 났다는 듯한 어린 양의 항변이었다.
"너는 다른 양들과 함께 공동 풀밭을 뜯고 있어. 그러니까 우리가 가장 존중해 마지않는 사유재산권 제도를 전복하려는 공산주의자란 말이야." 이젠 진짜로 화가 난 늑대가 말했다.
"우리 아버지와 어머니는 반공연맹 회원이에요. 저도 크면 거기 가입할 거라구요." 어린 양이 자랑스럽게 쓸데없는 말을 주절거렸다.
"난 이제 더 이상은 자기만 잘났다는 위선자를 용납할 수 없어. 너같이 잘난 척하는 녀석들만 없다면 이 세상이 훨씬 살기 좋아진다, 임마." 늑대는 말을 마침과 동시에 어린 양을 덮쳐서 뼈 하나 남기지 않고 먹어 치웠다. 양심의 가책으로 인한 소화불량 같은 것은 없었다.
교훈 : 이유나 구실은 자신을 속이기 위해 남에게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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