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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제일 좋아하는 피아노곡 중 하나가 바로 '왕벌의 비행'
영어로 The Flight Of The Bumblebee.
내가 음악은 편식이 심하고 특히 클래식은 편식이 더욱 심한데......
CD 시절 우연히 사게된.....
그러니까 레코드 가게에서 사려던 팝송 CD 하나를 집고 가격을 치루고........
집에 와서 보니 왠 클래식 CD....?가 손에 들려있었음.
그래서 뭐 버리기는 뭐해서 어떤 노래가 있나 들었다가 알게 된 음악.
아, 그 CD에 같이 있었던 노래가 필하모니 오케스트라가 연주한 Queen의 'Killer Queen'
각설하고....
그런데 왜 bumblebee가 왕벌임? 왕벌은 carpenter bee 아님? 그러니까 왕벌이라는 '종'은 없고 그냥 벌들 중 왕의 벌은 carpenter bee고 bumblebee는 땅벌 또는 호박별이라는 종 이름이 있는데 말이지.
bumblebee가 왜 왕벌로 번역되어 우리말 제목으로 되어 있는지 아시는 분?
백이숙제는 "以暴易暴"를 남겼고 한그루는 "以寂易騷"를 남기고 간다.
2018.02.22 08:40:31
왕벌 := 호박벌(carpenter bee) + 말벌(hornet)
호박벌 = 뒤영벌(뒝벌, bumblebee, Bombus spp.) + 떡벌(Psithyrus spp.)
러시아어 шмель가 뒤영벌 맞으나, 왕벌이라는 번역이 완전히 틀린 번역이라고 볼 수는 없고, 청자들이 보다 쉽게 이해 가능한 의역이라고 봅니다.
2018.02.22 20:23:01
유럽의 bumblebee 는 동양에 있는 벌 종자들과는 조금 다릅니다.
영국에서는 집 정원에서 흔히 볼수 있는데 몸통이 엄지손가락 정도 굵기에 털이 아주 많고 몸집에 비해 날개가 작아서 날아다니는 모습이 우왕좌왕 (bumble) 이죠. 집을 지킬때를 제외하곤 온순해서 사람이 다가가도 쏘는 경우가 없답니다. Hornet 과는 많이 다르죠.
날아다니는 모습이 귀엽고 재밌어서 서양의 동화에도 많이 나오는데요. 러시아의 대 문호 Pushkin 이 쓴 동화 The Tale of Tsar Saltan, of His Son the Renowned and Mighty Bogatyr Prince Gvidon Saltanovich, and of the Beautiful Princess-Swan 에도 등장하죠. Pushkin 은 이 이야기 전체를 시로 썼는데요. 버려진 왕자 Gvidon 이 백조공주의 마법으로 모기도 됐다가 bumblebee 로도 됐다가 하면서 자신을 버린 나쁜 이모들과 외할머니를 쏘면서 복수하죠. 끝에는 아름다운 여자가 된 백조와 왕자가 결혼하고 왕자의 아버지인 Tsar Saltanovich 가 축복해줍니다.
Rimsky-Korsakov 는 Pushkin 의 동화를 Opera 로 만들었고 그 Opera 3막 시작할때 flight of the bumblebee 라는 관현악곡이 나옵니다. Rimsky-Korsakov 는 Orchestration 의 천재로 입체적인 음악의 선구자인데요. Sound staging 에 큰 공헌을 하여 Mahler 등 20세기 작곡가들에게 큰 영향을 주었죠. 아무튼 각종 악기들의 소리들이 여기저기서 튀어나와 bumblebee 가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표현했는데 밑에 녹수님이 언급한 mimesis 같은거네요.
한그루님이 들으신 피아노곡은 Rimsky-Korsakov 의 원곡을 Rachmaninov 가 피아노 연습곡으로 편곡한 거구요. Rachmaninov 는 가난해서 종이에 건반을 그려 피아노를 연습했다고 하죠. Rachmaninov 의 피아노곡들 특히 Concerto 2 하고 3, Rhapsody of theme of Paganini 등은 영화에도 자주 사용됩니다.
서론이 길었는데 제가 관심있는 부분은 bumblebee 가 어떻게 날수있을까 하는 문제인데요. 뚱뚱한 몸집과 그에 비해 너무 작은 날개 그리고 근육의 힘들을 고려했을때 aerodynamics 의 이론으로는 절대로 날라다닐수없는 상황이죠. 때문에 flight of the bumblebee 가 물리학자들 사이엔 오랜 세월동안 open problem 으로 남아있었는데요. 1996년 Cambridge 대학의 Ellington 이 곤충들 날개위의 vortex 에 관한 논문을 썼고 2000년 Cornell 대학 물리과의 Segelken 은 bumblebee 가 날갯짓할때 날개위에 발생한 특수한 vortex 때문에 가능하다고 이론적으로 증명합니다. 물리과 입시 인터뷰에도 이런거 물어보는 사람도 있죠. ㅋㅋㅋ
왕벌로 번역을 한 이유는 그 벌이 왕자이기 때문이겠죠
2018.02.23 15:00:41
Albina님/와우~ 설명 감사드립니다. 사실, 궁금했던 이유가 노래를 듣다보면 벌이 '왕'처럼 점잖은게 아니라 오두방정(님 표현으로는 우왕좌왕)떠는거 같아서 '왕치고는 품위가 없네'......해서 찾아본거죠. ^^
아하~! 피아노 연습곡으로 편곡한거였군요. Rimsky-Korsakov 원곡을 한번 들어볼께요.
제가 막귀라... 예를 들어 백조의 호수도 피아노연주곡으로 연주한 것을 더 선호하는 편입니다. 중후장대한거보다 경쾌하게 들을 수 있는거 말입니다. 원곡을 한번 들어볼께요.
bumblebee가 나는 것이 물리학적으로 그런 이유가 있었군요. 여기서 질문~^^
제가 다큐를 본 친구에게 들은 이야기인데 나비가 나는 것을 물리학적으로 증명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면서요? 친구 말에 의하면 나비가 나는 원리를 알게된다면 비행물체들이 거의 무한동력급의 적은 에너지라도 대규모 수송을 할 수 있다고 하더군요.
혹시 나비가 나는 것이 대한 원리 또는 그 의문점들을 (쉽게 <-- 이게 중요함 ^^)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근데 벌은 왕자가 없는걸로 알고 있어요. ㅜ.ㅜ;;; 여왕벌은 있어도 노비 수준인 수컷벌만 있지 왕자벌은 없는걸로 ^^
2018.02.23 20:49:25
수영 잘 하세요?
땅에서 움직이는 동물들의 직관으로 몸이 움직이려면 근육을 이용해 고정된 물체와의 상대적 위치를 변화시켜야 합니다. 걸어다닐때 발로 땅을 밀어낸다던지 사다리 올라갈때 손으로 끌어 당긴다던지 ...
수영을 못하는 사람들은 보통 손으로 물을 밀어야 뜬다고 생각하기때문에 열심히 손으로 물을 밀고 당기고 하지만 결국 물만먹게되죠. 사실 손바닥이 없는 표범도 수영을 굉장히 잘한답니다.
비슷한 예로 옛날에 비행기 만들고 잠수함 만들고 할때 사고 방식은 엔진의 힘으로 공기나 물을 진행하는 방향의 반대로 밀어내려고만 했기 때문에 효율성도 떨어지고 turbulence 가 일어날 경우 대처하기 힘들었죠.
나비가 날개로 공기를 밀치는 힘으로 난다고 생각하면 설명이 안되죠. 그 힘만으로는 아무리 체중에 비해 큰 날개가 있다하더라도 그렇게 우아하게 날아다닐수 없습니다 (fluid mechanics 계산상으로 불가능).
날아다니는 생물들은 날개를 이용해 Leading Edge Vortex (LEV) 라는걸 만들어 내고 그 Vortex 가 몸의 주변을 통과하게 함으로써 날아다닌답니다. 신기한게요 보통 사람들이 Vortex 란 뭔가 회전을 해야만 일으킬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게 아니라 부채질하듯이 날개로 flapping 을 하더라도 날개 끝에 Vortex 가 생성이 된다는거죠. LEV 가 만들어지는 형태는 제각기 다 다른데 나비의 경우에 날개의 모양에 따라 다른 형태의 LEV 가 생깁니다. 날개 끝에 censor 가 공기의 흐름을 감지하고 그에 따라 자유자재로 LEV 를 만들어내죠. 나비가 우아하게 날수있는건 날개의 Leading Edge 가 커서 효율적이기 때문입니다. 벌의 경우는 그렇지 못해서 다른 형태의 LEV 를 만드는데요. 벌의 날개밑 근육이 Asynchronous 로 움직여 작은 날개로 공중에 뜰수있을 만큼의 큰 vortex 를 만들어 냅니다.
요즘엔 이런걸 실제로 눈으로 볼 수있게 촬영 할수있는데요. Particle Image Velocimetry (PIV) 가 그런걸 해주죠. 몇년전에 일본사람들이 PIV 를 통해 나비가 LEV 를 어떻게 만들어 사용하는지를 촬영했는데요.
https://link.springer.com/content/pdf/10.1007%2Fs00348-012-1450-x.pdf
이 논문을 보시면 나비가 어떻게 날아다니는지 그림으로 설명해줍니다.
곤충이 날아다니는걸 연구하는게 요즘 많은데 미국의 NSF, NASA, ONR 등에서 많은 연구비가 나오고 실제로 곤충과 같이 작은 drone 을 Intelligence 나 군사용으로 사용하기 위해 산업지원도 꽤 크답니다. 그리고 날개에서 공기흐름을 감지할수있도록 piezoelectric 물질 개발도 많이 하는데요. Piezoelectric 이란 pressure 같은 힘에서 발생하는 전기인데요 20년전에는 특수한 ceramic 을 사용했는데 요즘에는 piezoelectric fibre 를 만든답니다. 인공지능을 통해 piezoelectric fibre 로 만들어진 날개를 달고 새처럼 날수있다면 얼마나 재밌을까요 ...
2018.02.24 20:43:05
박쥐는 새도 곤충도 아니지만, 날개화된 앞발을 이용하여(발가락 사이의 격막이 날개 구실을 합니다.) 비행을 합니다.
박쥐가 주로 야행성이기때문에 도시에서 만나볼 기회란 드물지만, 박쥐목은 포유강내에서 크게 번성하고 있는 목입니다. 뒤영벌 박쥐는 체중 2 그램으로서 가장 작은 포유류로도 유명하죠.
그런데 박쥐의 문제점은, 비행이라는 것이 폭발적 에너지 소비이기때문에, 에너지 발생 관련 유전자들을 발현시키는 댓가로 면역 관련 유전자들을 대거 포기하였다는 점입니다. "잃지 않으면 얻지 못한다."는 격언의 일례이겠습니다.
면역 관련 유전자를 포기했다고 해서 뭐 면역 결핍으로 멸종한다 그런 건 아니고, 수많은 세균 및 바이러스와 "평화 공존"을 이룬다는 것이니, 요즘 남한의 모 정치인의 주장과 일맥상통하지요. 간에 붙었다 쓸개에 붙었다 하는 이솝 우화가 공연히 나왔겠습니까?
인간도 언젠가는 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무언가를 포기하여야 할 겁니다.
2018.02.24 22:39:12
우주님
인간이 진화해서 날아다니는걸 상상한게 아니구여 도구를 이용해서 날수있는 몇십년후의 세상을 생각해본건데요.
날개를 구성하는 섬유의 올 하나하나가 공기의 흐름에 따라 전기를 발생시켜 그들을 제어하는 인공지능에 신호를 보내고 인공지능은 그걸 분석해서 효율적으로 vortex 를 만들어 사람을 날수있게하는 그런 도구를 말합니다.
실제로 fruit fly (한국말로 모죠?) 의 뇌와 날개간의 신경 신호를 분석하는 연구팀들이 있는데요.
이 fruit fly 는 초당 200 번 날갯짓을 하는데 뇌에서 보내주는 전기신호와 fruit fly 의 눈에 투영된 이미지 전개와 연관성이 많아 인공지능 개발하는 사람들의 target 이 되었답니다. Fruit fly 가 눈에서 보낸 신호를 뇌가 가공해서 날개에 까지 전달하고 날개에서 받은 신호를 feedback 하고 뭐 그런걸 컴퓨터 칩으로 재생하려는 과제입니다.
2018.02.25 08:05:17
fruit fly는 한국어로 초파리 (속칭 "날파리")이며, (1) 쉽게 구하여 키울 수 있고, (2) 염색체 숫자가 8개로 적고, (3) 유전체 크기도 크지 않아서 널리 연구되고 있는 동물입니다. (요즘 생쥐 한 마리에 8만원도 갑니다.)
소위 connectome 프로젝트에서도 인간은 물론 생쥐의 뇌보다 먼저 뇌 지도가 완성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신경망 시각화 프로젝트가 완료된 종으로는 예쁜꼬마선충이 아직까지는 유일무이한데, 초파리의 그것이 완성된다면 두번째가 될 겁니다. 프린스톤 대학의 S. Seung(승현준)이 완성을 목전에 두고 있고, 수개월내로 네이처에 실리리라 예상합니다.
포기는 꼭 유전자의 포기만이 아닙니다. 자원을 포기하여야 하겠고, 자원의 균분도 포기하여야 하겠고, 사생활이나 내면 생활도 포기하여야 할지 모릅니다. 인간이 사이보그화한다면 「은하철도 999」의 기계 백작도 출현할 수 있겠지요.
여담으로서 은하철도 999 후속편이 나온답니다.
http://m.yna.co.kr/kr/contents/?cid=AKR20180223115800073&mobi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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