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마천의 [사기열전]과 소설 [大望]을 읽고 여러 가지를 배웠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정치나 외교나 군략이나 하는 것들은 거의 이 책들에서 나온 것 같습니다.


[大望]을 읽을 때, 여러 장면에서 안타까움을 느꼈죠. 이건 삼국지를 읽을 때도 느낀 안타까움입니다. 일이 잘 성사될 수 있었는데, 밀고하는 한 사람 때문에 일이 실패로 돌아가고, 미리 손을 쓰면 얼마든지 막을 수 있었던 전쟁인데 방심으로 손을 쓰지 않아서 결국 전쟁을 벌이게 된 것이 그런 안타까움의 대상입니다. 훈수 두는 사람의 눈에는 잘 보이지만, 당사자에게는 잘 안 보이는 경우가 있죠. 지나고 보면 '이렇게 했더라면 더 좋은 결과가 나왔을 텐데 왜 그 때는 이 생각을 못했나' 싶은 경우도 있고요.


북한과 남한의 일을 생각해 보면, 지금 통일하는 것은 남한에게는 재앙입니다. KDI의 추산대로 통일비용이 30년간 총액 2조1500억 달러가 든다면, 매년 700억 달러가 될 것이고, 80조원쯤 됩니다. 매년 이 정도의 돈을 북한에 쏟아부어야 한다는 건 남한 사람들에게는 재앙이 됩니다. 다가오는 초고령사회를 생각하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김정은정권만 제거하고, 북한은 북한대로 존재하도록 하면 어떻게 될까요? 지금처럼 엄혹한 처벌과 치밀한 감시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돈을 벌기 위해서 남한으로 내려오는 사람들이 많을 겁니다. 스켑렙 Garry 님의 추산대로 500만 명이 남한으로 내려온다면, 이 또한 재앙이 됩니다. 부동산값은 그것대로 올라갈 것이고, 저임금 일자리는 북한이주민으로 채워질 것이고, 청년들은 일자리가 더욱 감소할 테고, 감옥은 모자라서 애를 먹겠죠. 재앙의 크기가 통일보다는 작겠지만, 이것도 우리가 감내하기 어려운 재앙이 될 것입니다. 김일성일가가 북한사람들을 엄혹하게 통제하는 것이 우리에게는 오히려 다행인 셈입니다....


통일이 재앙이라고 인정하기 때문에 김대중 대통령은 시작은 서두르되 천천히 하는 통일을 주장했던 것입니다. 저도 이 견해에 동의합니다. 북한이 경제적으로 우리 수준을 따라올 때까지는 통일을 미루는 게 우리에게 부담이 적습니다. 북한이 경제적으로 우리 수준을 따라오는 시간이 단축되도록 북한을 돕는 것이 우리에게 이득이 큽니다.


지금 북한과 남한과 미국의 상황은 소설 [大望]에 나오는 겨울전쟁 직전과 비슷해 보입니다. 서로 적대적인 감정이 누적되었던 도꾸가와 가문과 도요또미 가문, 압도적인 군사력과 과대망상인 군사력, 전쟁을 예방하기 위해서 손을 쓸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손을 쓰지 않고 방치하는 플레이, ........


제가 '대북정책을 국민투표에 회부하라'고 외치기 시작한 게 아마 2001년일 겁니다. 김정일의 서울답방이 무산되고 있던 시점, 조중동과 한나라당이 햇볕정책을 반대하며 사사건건 물고 늘어졌던 시점, 그래서 온갖 욕을 들으면서도 김대중 대통령이 햇볕정책을 실행해 나가고 있었던 시점이었습니다. 그리고 노무현 후보에게도 같은 제안을 했습니다. 국민투표로 대북정책을 결정해야만 반대 의견에 휘둘리지 않고 5년간 계획대로 대북정책을 펼 수 있을 것이라고 글을 썼더랬습니다. 취임 후에는 2003년 통일부가 전자공청회를 할 때 올렸습니다. 

https://www.clien.net/service/board/park/11768546

지금 하라는 국민투표와 정확히 일치하지는 않습니다. 그 때는 적대관계 청산이라는 주제를 강조하는 생각을 못하고 있던 시절이라서요.


트럼프 대통령이 결단을 내리기까지 이제 시간이 얼마 안 남았습니다. 멍 하니 손을 놓고 있을 게 아니라, 최후의 수단을 써 봅시다. 발버둥이라도 쳐 봅시다.방치 플레이를 하다가 전쟁이 일어나서 말려 들어가는 것보다는 나을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