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는 꽤 오랫동안 만나지 않았던, 용산에서 PC 매장을 운영하는 선배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그루 동샹, 이번 주말 시간 있으면 매장에 들러"
"왜요?"


"내가 좋은거 하나 선물해줄께"
"뭔데요?"


"그루 동샹이 아주 좋아하는거"
"내가 좋아하는거? PC 매장에서 내가 좋아하는거라고는 컴퓨터 밖에 더 있어요? 그렇지 않아도 컴퓨터가 2년 전 모델이라 바꿀까 생각 중인데 이 참에 새 모델로 하나 집어와?"


좋은 시절이 있었죠. 요즘은 조립PC하나 팔아봐야 10만원 남짓 남기 힘들다는데 한 때는 용산표 조립 PC 한대 팔면 30만원 남은건 기본, 사양을 높이면 50만원까지도 남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진도개로 유명한 세진컴퓨터가 맹위를 펼치고 스타크래프트가 국민 게임으로 자리잡는 과정의 용산표 조립PC 황금 시절이죠.


당시 물건이 없어서 못팔 정도였는데 선배는 한달에 조립 PC를 300여대 남짓, 그리고 제가 개인에게 한달 평균 30대 이상 팔았었죠. 그리고 대만에 업무 때문에 왔다갔다 하고 대만 바이어들에게 알음알음 소개 받아가면서 대만의 마더보드나 PC add-in-card들을 수배, 선배에게 소개해줘서 팔기도 했고요. 


거기다가 선배가 주문을 받아 PC를 설치하는 PC방에 PC설치 알바를 PC 한 대당 만원씩 받고 주말 알바를 뛰었죠. 뭐, Window XP 이후로는 PC 설치도 잘 못할 정도로 컴맹 수준이 되었습니다만-뭐, 인터넷 검색하면 그깟 PC 설치이겠습니다만-당시에는 내가 여러 통신회사들 게시판에 올린 PC TIP 관련 게시물이 통신회사들의 FAQ로 다수 채택될 정도로 파워 유저여서 '실수없이' 그리고 '빠르게' 설치했었죠. 보통 PC방 한곳에 PC를 50대 이상 설치하니까 주말 알바치고는 꽤 수입이 짭짤한 편이었죠. 함정은? 가끔 전기 배선이나 랜 선 설치가 잘못되어 드라이버 들고, 니퍼 들고, 인두 들고 천장을 타야 했다는거.


어쨌든, 그 떄의 공로(?)로 20년이 다되는 지금도 왠만한 컴퓨터 악세사리는 선배 PC 매장에서 그냥 들고 옵니다. 뭐, 태반은 굳이 용산까지 가기 귀찮아서 집 부근에 있는 PC A/S 센터를 운영하는 사장에게 부탁해서 구입 사용하고 있습니다만. 어쨌든, 왠만한 노트북이면 관심도 안가졌는데 선배가 준다는 노트북 모델을 인터넷에서 검색해보니까 할인 가격이 100만원대 중반.


저는 노트북을 별로 안좋아하는데 그 이유는 손가락이 굵어서 노트북 PC의 키보드는 치기 불편할 뿐더러 노트북에 있는 패드 역시 사용하기가 불편합니다. 제 마우스 움직임이 아주 정밀해서 캐드를 사용하는 경우 원하는 위치에 커서를 한번에 정확하게 이동시키는데 노트북에 있는 패드를 쓰면 이게 안됩니다. 그래서 외장 키보드나 외장 마우스를 써도 번번히 회사에 두고 퇴근하거나 또는 집에 두고 출근해서 낭패를 보는 경우가 많았고 그래서 당시 노트북 PC는 저의 '고급 백업 장치'로 활용될 뿐이었습니다. 컴팩, IBM, HP, 도시바 및 NEC 노트북 등 유수한 회사들의 노트북 PC는 저에게 '고급 백업 장치' 이상의 것도 이하의 것도 아닌 것으로 수명을 마감했습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겠지"

아무리 노트북 사양이 좋아도 사용자 손가락이 구리구리하고 노트북 패드 성능이 구리구리한 이상 노트북은 백업용 이상, 그나마 구글 드라이버를 쓰고 있으니 백업 기능도 못하고 어디 쳐박혀서 먼지만 잔뜩 쌓일 것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허걱~ 이게 뭐야?"
"칠칠치 못한 그루 동샹을 위해 내가 좀 신경을 썼지"


노트북을 받으려서 선배 PC 매장에 갔는데 선배는 노트북 PC 이외에 노트북용 전원 장치 2개, USB2.0용 HUB 하나, USB3.0 HUB 하나, 무선 키보드 세 개 그리고 무선 마우스 세 개를 주더군요.


"특별히 USB3.0 128기가 메모리 스틱 하나 추가"
"아니 내가 팔이 여섯 개 달린거도 아니고 키보드와 마우스가 왜 세 개씩 필요해요?"


선배는 나를 빤히 쳐다보면서 풋~ 웃더니 그러더군요.


"너, 엔지니어 맞아?"
"뭔소리래요?"


"전원장치, 키보드 그리고 마우스를 각각 집에 하나씩, 회사에 하나씩 그리고 너가 가끔 가는 그 회사에 하나씩 갖다두라고. 그럼 노트북만 가지도 다니면 되잖아?"
"아항~ 그런 방법이 있었구나"


"모니터는 세군데 전부 이미 있을테니까 외장모니터 슬롯에 연결해서 쓰고...... 모니터 두개로 부족하면............ 알아서 확장하고"



선배의 기막힌 해법(?) 때문에 그동안 계속 트러블을 일으켰던 문제가 해결되었습니다. 예로, 컴퓨터와 구글드라이버를 동기화시켰는데도 작업한 파일들 중 일부가 구글 드라이버에 올라오지 않아서 낭패를 자주 보았고 어떨 때는 아예 백업을 하지 않고 출근을 하거나 퇴근을 해서 회사나 집에 다시 왔다갔다 하기를 반복했었었죠.


그런데 노트북에서 작업을 하니까 작업 파일을 주기적으로 구글 드라이버에 백업을 할 뿐 그동안 트러블이 되었던 문제가 일시에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집, 회사 그리고 '그 회사'의 제 책상에 있던 데스크탑 PC는 엿 바꾸어 먹었습니다.



모든 혁명은 아주 사소한 계기로 시작된다죠? 너무 간단한, 선배의 조언으로 시작된 내 책상에서 데스크탑 PC를 없애는 것이 계기가 되어 이제 저의 동선은 'stand'에서 'mobile'로 바뀌었습니다.


저에게 스마트폰의 용도는 전화받기, 문자 메세지 주고 받기, 프로야구 시청하고 운동할 때 음악 듣는 것이 전부였는데 이제는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생활의 혁명이 일어났다는 것입니다. 그 중 '문자 메세지 주고 받는 것' 때문에 주위에서 원성이 높았습니다. 왜 사용이 편리한 카카오톡을 사용하지 않고 문자메세지를 이용해서 불편하게 하느냐고요.


국한된 엔터테인먼트의 용도에 불과했던 스마트폰이 이제 제 생활의 중심이 되어 스마트폰으로 대부분을 해결합니다. 그리고 그동안 손가락이 굵어서 쓰기 힘들었던 스마트폰 키보드질도 한두달 열심히 하니까 무척 빨라졌습니다. 키보드에서 키보드질의 전설을 세웠던 그 실력이-당시 논쟁을 1:6으로 실시간 했었는데 6명의 응답속도보다 제가 더 빨라서 그 논쟁을 보던 사람들이 모두 감탄했다는-스마트폰에서도 재현이 되더라고요. 카카오 그룹 채팅 시에 키보드질의 전설이 다시 살아났다는 이야기죠.



뭐, 일부 회사에서는 보안문제 때문에 노트북 PC 사용을 제한합니다만 그렇지 않다면 책상에서 데스크탑 PC를 치우고 노트북 PC로 대체해 보세요. 혁명에 필요한 것은 아주 간단합니다. 노트북 PC 전원 장치 추가 1대, 무선 키보드 두 개와 무선 마우스 두 개를 준비한 다음 각각 집과 회사에 하나씩 배치해 놓으면 됩니다.


인류 역사가 증명하듯, 혁명은 아주 간단하게 시작됩니다.

백이숙제는 "以暴易暴"를 남겼고 한그루는 "以"를 남기고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