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가상화폐에 대해서 말이 참 많습니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암호화폐(Cryptocurrency)가 훨씬 더 정확한 번역이고, 세계 대부분의 나라에서 쓰는 용어의 추세를 볼 때 한국에서도 암호화폐라고 말을 통용해서 쓰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 제 글은 암호화폐라고 쓸 것이며, 혹시 제글에 댓글을 다시는 분들이 있으시면 암호화폐라고 지칭해서 말씀해주시기를 요청드립니다.) 단어를 어떻게 쓰는가에 따라서 상당히 어감이 다르지 않습니까?

개인적으로 저의 시작점은 암호화폐 자체에 관심이 있어서 이 공부를 시작한 것이 아닙니다. 최근에 (심심풀이, 헛지거리겸) Fintech에 대해서 공부를 하다가 암호화폐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Bitcoin 부터 시작한 것이 아니라 smart contract을 제공하는 Ethereum이라는 것을 처음 만나 보고 깜짝 놀라서 그 다음부터 암호화폐를 들여다 보기 시작했습니다. 현재 Fintech의 tokenization과 암호화폐가 제공하는 smart contract이 만나고 있는데, 이게 완성이 되면 앞으로 어떤 세상이 펼쳐질지 참으로 두근반 세근반 하는 마음입니다.

smart contract을 살펴보다 알게된 것은 암호화폐에 등장하는 decentralization의 개념이나 incentive의 개념등등의 이론 자체는 이미 십년, 이십년전부터 있었다는 것입니다. 실은 금융공학에서 파생된 Fintech라는 녀석도 갑자기 나온 것이 아니고, 이미 그 개념 자체가 지난 국제 금융위기 훨씬 전부터 있던 것입니다. 다른 분야 전문가들에게 물어보니, 빅데이터, 인공지능, 딮러닝 이런 것들도 이미 그 분야에서는 수십년 전부터 학문적으로 정립이 되어 있었던 것인데, 이것이 지금에 와서 구현이 되기 시작하면서 세상을 바꾸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시점에서야 드디어 융합이라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깨닫게 된 것 같습니다. 각분야에서 일어나는 이노베이션들 - 사실은 존재하고 있었던 것들 - 이 이제 서로 연결이 되면서 씨너지가 폭발하고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인 것 같습니다. Fintech와 만남으로서 그동안 지지부리 존재하던 암호화폐가 드디어 부흥(?)할 수 있게 된 것이고, Fintech도 암호화폐라는 파트너가 생기면서 갑자기 날게를 달게 된 것이 아닐까 하네요. 여기에 빅데이터, 딮러닝등등이 같이 결합하게 될 앞으로 세상은 얼마나 급속도로 변하게 될 지 상상을 할 수가 어려울 지경입니다.

배경 설명이 너무 길었는데, 앞으로 몇회가 될 지는 모르겠지만 솔까말 바뻐서 자주 글을 올릴 지도 모르겠지만, 암호화폐에 대해서 그리고 그 기술 자체보다는 경제학적인 의미와 배경에 대해서 좀 더 설명을 해드릴까 합니다. 사실 이 씨리즈의 목적은 너무 카더라의 이야기가 많이 오가는 것을 보면서 불필요한 지식들로 인해서 제 자신도 헤갈리기도 하는 면이 있기에 궁금증에서 찾아보다가 개인적은 정리의 차원에서 글을 쓰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오늘은 그 첫 시간으로 튤립버블 (tulipmania)에 대한 일반인들이 가지고 있는 오해를 풀어드리고자 합니다.

흔히들 비트코인을 버블이라고 표현하면서 튤립버블과 동치시키면서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은데요, 그래프를 서로 비교하면서 봐라 앞으로 비트코인 가격도 이렇게 될 것이다라는 식으로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던데.... 일단 튤립버블과 비트코인과 비교하는 것은 전혀 맞지 않다고 말씀드립니다. 두가지 의미에서 입니다. 

첫번째로, 1630년대에 발생한 튤립 버블은 우리가 생각하는 만큼 별로 대단한 버블은 아니었습니다. 네델란드 경제는 튤립버블로 거의 타격을 받은 적이 없고, 실제 튤립의 가격의 폭락치는 현대 주식시장에서 가끔 벌어지는 폭락 사건에 비하면 그리 대단한 수치도 아닙니다. 오히려 2000년에 벌어진 닷컴 버블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닙니다.

이 튤립광기, 또는 튤립버블을 검색해보면 심지어 위키에도 원색적이고 우스꽝스러운 이야기들로 가득차있는데, 이는 경제사에 적힌 사실이라기 보다는 실은 후대에 나온 소설이나 희곡, 연극에 기록된 내용들이 수백년간 각색과 변종을 반복하다 보니까 과장된 내용이라고 합니다. 튤립현상에 대해서 경제사에서 가장 객관적이고 권위있는 자료로는 Goldgar (2007)입니다. 지금까지 문헌들과 아키브에 있는 당시 계약서류들을 꼼꼼히 조사한 가장 광범위하고 엄밀하다고  평가 받고 있는데, 이 책은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In fact, they are based on one or two contemporary pieces of propaganda and a prodigious amount of plagiarism. From there we have our modern story of tulipmania. 
-  p, 5, Goldgar 2007

실제로 이 설명들은 엄청난 규모의 표절로 이루어진 하나 혹은  두 개의 동시대의 저작에 근거하고 있다. 이러한 이야기들로부터 유래된 튤립 광기에 대한 이야기를 우리가 현재 알게 된 것이다.
Goldgar, A., 2007, "Tulipmania: Money, Honor, Knowledge in the Dutch Golden Age", The University of Chicago Press. 

현재 세간에 널리 알려져 있는 형태로 - 심지어 많은 경제학자들도 착각하여 받아드리고 있는 - 튤립버블은 1841에 나온 Charlse Mackay의 저서에서 언급된 내용을 후세에서 무비판적으로 받아드리기 시작하면서 굳어지게 된 것이라고 Goldgar(2007)는 논평하고 있습니다. 튤립 광기는 대중적인 이야기에 나오듯이 수많은 사람들이 광기를 가지고 참여한 것도 아니고, 큰손들(즉 당시 거부들, 지금으로 말하면 기관들)은 참여한 적이 없고, 일부 상인들이나 장인들로 이루어진 소규모의 사람들이 참여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여름을 제외하고는 튤립은 구근이 땅에 묻혀 있었기 때문에 거래는 대부분 선도거래(Forward contract) 였습니다. 튤립 가격 상승이 가장 높았을 때의 1637-8년의 거래 또한 거의 대부분 선도 거래 였고, 이후 거품의 붕괴로 실제 선물(튤립 자체)의 인도(delivery)는 대부분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튤립의 인도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이야기는 돈도 주고 받지 않았다는 이야기입니다.)  따라서 가격의 상승은 종이상에만 이루어진 허수의 상승이지, 실질적인 상승이 아니었습니다.

Garber (1990)에 의하면 실제 1637년 2월의 가격하락은 높게 잡아도 16%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Garber, P., 1990, “Famous First Bubbles,” Journal of Economic Perspectives 4(2), 35-54) 문제가 되는 튤립 구근 가격은 다수의 새로운 종자의 출시, 공급의 증가 등등의 이유로 200년간 '지속적'으로 하락했습니다. 튤립 가격 폭락(?) 이후로 실제로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은 사람들은 튤립 거래를 하는 사람들중에서도 제한적인 소수라고 하며, 이 재정적 어려움의 이유가 튤립 폭락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네델란드가 최초의 근대적이고 민주적인 국가로 탈바꿈하면서 겪은 다른 사회, 문화적인 이유때문인지 판단하기 어렵다고 합니다.

두번째로 설사 튤립버블이 실제로 존재했다고 치고, 현재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튤립 가격 그래프가 맞다고 칩시다. 하지만, 두 그래프를 비교하는 것이 의미가 전혀 없습니다. 경제학적으로 엄밀히 말해서 비트코인이 버블이다, 아니다라고 판단할 수 있는 학문적 근거도 없고 그럴 경제학자도 없다는 것입니다. 튤립 가격과 비트코인 가격을 비교하여 비트코인이 버블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이라면, 이름을 지운 아마존이나 코스트코 주식의 가격 그래프의 일부분을 보여주면 이것도 버블이라고 할 줄 도 알아야 최소한 일관성은 있다고 해줄 수 있겠습니다.

버블에 관한 연구나 화폐(Fiat Money)에 대한 이론적인 연구는 몇가지가 있습니다. 조만간 이것에 대해서는 (관심있는 분들이 많으면) 제가 정리해서 설명을 해드리겠습니다. 이론이 있다면 현재 마구 오르고 있는 어떤 자산의 가격에 그런 버블이 있는지 없는지에 대해서 알아낼 수 있느냐라는 계량경제학적인 질문을 할 수가 있습니다. 결론은 아주 비관적입니다. 이미 Flood and Hordrick (1990) 년 논문 "On Testing for Speculative Bubbles", Journal of Economic Perspective 에 알려진 내용이고, 그 이후에 나온 다른 경제학자들의 여러편의 문헌들을 통해 주식이나 외환시장들을 포관하여 거품의 존재를 입증할 수 없다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솔까말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저 개인적으로는 이거 너무 비싼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있지만, 경제학자라는 이름을 걸고 이거 버블이다라고 말할 배짱은 없습니다. 한마디로 쪽당하고 싶지 않거든요. 나중에 버블이 아니라고 판명되었을 때 세간의 사람들이 저에게 던질 혹평을 생각하고 쪽팔릴 수도 있겠다라는 뜻보다는 계량적으로 버블인지 아닌지 알 방법이 없는데, 기다/아니다 말하는 것 자체가 다른 피어 경제학자들의 비웃음을 살 것이 뻔하기 때문에 쪽팔리다라는 뜻입니다. 한편 다른 암호화폐들에 대해서는 그 만들어진 목적과 의도가 비트코인과 전혀 다른 것들이 태반이기 때문에 버블인지 아닌지 말하기는 더더욱 어렵다고 봅니다.

물론 거품의 존재를 입증할 수 없다라는 사실이 거품의 부재를 입증하는 것은 아닙니다. 현대 경제학의 계량연구 수준으로는 버블의 입증도 부정도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오히려 근거도 없이 버블이라고 말하면서 시장을 폐쇠한다고 공포를 조성해서 가격을 떨어뜨려 놓고 거봐라 내말이 맞지 않느냐라고 하는 정부 및 그 정부를 옹호하는 관계자들이야 말로 직권남용이라는 것이 더 맞지 않을까 합니다. 아니 하겠다면 차차리 그렇게 쭉 밀고 나가야 했습니다. 그런데, 폐쇠하겠다 -> 부처 의견이 다 결정된 것이 아니다 -> 그건 하나의 옵션으로 생각했던 것 뿐이었다 -> 그 옵션을 완전 없앤 것이 아니라) 라는 식으로 오락가락하는 것 만큼 위험한 짓도 없습니다. 

덧으로 지금 현재 정부의 짓이 얼마나 위험한 지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을 위해서 비유를 해드리자면, 주식시장을 예로 놓고 설명을 해드리면 어떨까요. 현재 대우 조선 사태를 살펴봅시다. 처음에는 금융위 관계자가 나와서 "구제 금융 확실히 해드리겠습니다"라고 했다가 몇시간 후에 기재부 장관이 "부처별로 아직 정확히 결정한 적이 없습니다", 또 몇시간 있다가 "부채 50% 정도 삭감을 옵션으로 고려하고 있었던 정도 였다"라고 했다가 몇일 후에 "완전 삭감 옵션이 없어진 것이 아닙니다" 라고 했다고 하면, 그 소식을 타고 대우 조선해양 주식 가격이 매일 상한가/하한가를 왔다리갔다리 했을 겁니다. (실제로 문재인이 가서 직접 지원 약속을 하자마자 하루만에 12.5% 폭등했다죠?) 이건 관계자들 죄다 탄핵감입니다.


-----

글을 쓰면서 정리가 되는데, 다음편은 김치프리미엄에 대한 이론적인 설명과 암호화폐에 대한 (유명) 경제학자들의 견해에 대해서 쓰도록 하겠습니다. 좀 늦어질 수도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