謨事堤川, 成事在寅

제천 화재 참사는 인재이다.

세월호에 비견하는 이들과 어떻게 세월호 참사와 비교할 수 있냐는 반대파가 있다.

언론과 소방 인력이 꾸준히 제기해온 소방 인력과 장비 부족 문제, 소방 인력의 국가직 전환과 처우 개선, 소방활동 과정의 재물 손괴에 대한 소방관의 민사 책임 면책 및 피해자의 대국가 직접 보상 청구 등은 오래 전부터 제기된 문제이지만 충분한 개선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이다. 일단, 현장 소방 인력들이 제기한 이 주장은 옳다.

당시 소방관들이 현실적인 한계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으로 진화에 임했다는 주장 역시 일정 부분 여론의 지지를 받고 있다.

유가족 측에서는 현장을 지휘하는 충북 소방청이 현장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였거나 어느 정도 파악하고도 2층 여탕 피해자 구조에 나서지 못하게 된 지휘 체계의 혼선 및 통신 장비의 고장, 크레인 작동 인력의 미숙한 조작 능력, 그 외 이런저런 소방 인력의 오류를 지적하고 있다.

현재 언론에서는 소방 인력 vs 유가족의 싸움 구도로 풍경을 그려나가고 있다.

어느 정도 권위를 지닌 소방청의 감사 결과 역시 이런 구도에 큰 힘이 되고 있다.

그런데 실은 현장 소방 인력과 유가족 모두 피해자이며 이번 일에 실질적인 책임을 져야 할 이들은 소방청 고위 간부 세력, 그리고 그들을 지휘하는 행정부 재난 대처 컨트롤 타워 그리고 마지막으로 상징적인 의미로서의 대통령이다.

소방청의 조사 결과는 컨트롤 타워가 존재하지만 제 역할을 못했다는 사실을 은밀히 숨기는 장치로 작동한다. 정부에서는 대처에 미흡한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나 사후에 그 사실을 숨기지 않고 조사 결과를 제대로 발표하여 세월호 참사와는 다른 긍정적인 대처를 보이고 있음을 알리는 장치로 소방청 조사 결과를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 자체는 크게 나무랄 것이 없다. 사후 대책 논의 과정을 나름 투명하게 공개하고 았다는 뜻이니까.

하지만, 멀리서 그 풍경을 바라다 보면 한 가지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다.

현장 소방인력+유가족의 현실 vs 소방 고위인력+행정부의 아직은 미비한 탁상 행정이 참모습인 것이다.

현장 소방인력과 유가족은 서로 다투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고 상황을 제대로 보지 못한 것이니 서로의 사정을 이해하고 정작 그들이 힘을 합하여 목소리 높여 싸울 대상은 후자들임을 깨달아야 한다. 시민 세력이라는 게 있다손 치고 그들이 할 일은 일부 좋고 바람직한 모습을 들어 전체 틀에서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스스로의 잘못을 은폐하고 있는 언론과 정부를 질타하는 일이다. 엄밀한 의미에서 언론의 전반적인 보도 논조와 소방청의 비교적 투명한 조사 공개는 은밀한 이간질과 은폐에 가까운 구석이 있다. 거기에 현장 (하위직?) 소방 인력들과 유가족들이 놀아나지 말라는 말이다.

지금 일부를 들어 전체를 가리고 눈 가리고 아웅하는 이들이 욕을 먹어야 맞다.

물론 나는 의식의 차원이 아닌 무의식의 차원에서 문재인과 친문 세력을 어느 정도 적대시한다고 볼 수 있는 좌표에 있으나 지금 이 상황에 예전 전제국가 시절처럼 왕이나 대통령이 한계 없이 절대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미로 하는 말이 아니다. 대통령이 모든 것을 관장할 수 없고 조타수 역할을 하는 것이며 그 휘하 인력들을 제대로 통솔하지 못한 일말의 책임은 져야 한다.

나는 제천 참사가 세월호 참사 그리고 멀리는 대구 지하철 참사의 약식 버전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내 진단이 사실에 가까운지 아닌지는 모르나 참사를 정쟁의 도구로 활용하는 것은 반대하고.

물론 몇 가지 차이는 있다.

1. 참사 규모의 차이
2. 사후 소방인력의 구조 대처 과정과 잘잘못을 비교적 투명하게 밝히고 있다는 점(이건 어느 정도 점수를 주어야 한다)
3. 세월호 참사에서 구조에 나섰던 해경들이나 대구 지하철 기관사 인력 등은 유가족 측과 연대가 아닌 서로를 적대시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는 점. 이 역시 제천 참사의 경우 현재까지는 형사고발 등을 통해 적대적이랄 수 있는 상황이지만 앞으로 서로 연대할 가능성이 남아 있다는 뜻.
4. 장비와 인력 부족에도 불구하고 여튼 열심히 하려 했다는 점은 나름 여론의 지지를 받고 있다는 점.

하지만 그 최소 공통 분모를 찾아보면 역시나 컨트롤 타워의 부재 혹은 마비에 가깝다.
사후 대처는 어느 정도 한 셈이나 사전 대비가 태부족이라는 점에서는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제갈량의 어록을 끌어와 문재인 대통령을 비판했다고 해서 너무 타박하지 마시라.
상징이자 수사로 쓴 것일 뿐이다. 어차피 가장 큰 얼개는 관료 집단의 시스템 운용 능력 부족 그리고 한국 사회 전반의 어떤 병폐 아닌가.
박근혜 정부에 비해 나아졌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다.
잘한 것은 잘한 것, 잘못한 것은 잘못한 것이다.
진영 논리에 갇히면 눈이 어두워진다.
눈이 어두워지면 대개 넘어져 다치게 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