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주의 논쟁을 하다가 말았다. 합의가 될만한 결론은 어렵겠지만 그래도 몇 몇 부분에서 일정정도 논의가 발전되어가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선 아크로에서 더 이상 호남의 투표는 순수한 계급투표다, 순수한 정책투표다,,라는 인식은 많이 다소 사라진 거 같다. 물론 아직도 저렇게 주장할 분은 있겠지만 그 어의는 아마도 영남이나 다른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계급주의적 경향이 나타난라는 방향으로 선회될 거 같다. 난 물론 이 주장은 옳다고 생각한다. 호남의 투표가 더 개혁적이고 타 지역보다는 계급적 성향(민주당 투표가 새누리당계열 투표보다는 서민성향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가정하에)이 나타난다고 본다는 말이다. 그러나 이 주장을 민주당이 마치 노동자를 위한, 서민을 위한 정책을 주로 펴는 정당이라는 인식은 좀 사실과 차이가 있다고 본다. 박상훈이 말하지 않나. 정책차이가 없는 상황에서 지역연고, 지역동원이 결과적으로 드러난 상황을 지역주의라고 말할 수는 없다고. 

그러나 한 런닝맨이 내 글에 이견을 제시했다. 요지는 다음과  같다.

1. 노무현과 박상훈의 문제인식은 다르다, 노무현은 지역주의가 심각한, 망국적인 문제라는 인식을 하고 있고 박상훈은 그런 인식 자체가 문제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이게 어떻게 같은 문제 인식이냐? 

2. 너무 친노적인 성향을 표출하는 거 아닌가? 결국 노무현의 문제인식이 실패를 가져왔고, 정권창출에 실패한 거 아닌가? 문재인식 지역주의 인식은 문제다, 지역주의가 대한민국의 모든 문제는 아니지 않는가?

일단 다시 설명을 좀 하겠다.
노무현과 박상훈은 물론 다른 인식을 하고 있다. 노무현이 전형적으로 보수주의 시각에서 지역문제를 본다면 박상훈은 좀 더 진보주의진영의 입장에서 지역문제를 보고 있다.
그런데 노무현도 결국은 호남의 지역주의가 문제라기 보다는 호남의 지역주의를 가져오는 정당의 구태적 운영이 문제라고 보는 거다. 그게 지역주의를 강화하고 지속하는 요인이라고 본 거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정당, 정치개혁과 더불어 선거구제를 개선해야 한다, 이렇게 주장한 거다.

그런데 박상훈은 정당의 문제는 그대로 인정한다. 다만, 지금 한국의 지역주의는 망국론을 주장할 만큼 심각하지 않다, 실제로 호남도, 심지어 영남의 지역주의도 심각한 게 아니다. 정당이 정책차이가 없고, 정당의 보스가 일종의 지역동원을 하다보니 결과적으로 지역주의적 투표가 나온 것으로 보이지, 실제로는 지역주의는 그렇게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그러므로 한국정치의 우선과제는 지역주의 해결이 아니다! 이런 주장을 펴게 된다. 

그러면서 노무현, 너네가 지역주의가 망국적이라는 프레임에 갖혀 있으니까 정치가 망하는 거다...라는 비판을 하게되는 거다. 사실 이 비판은 진보진영에서 늘 하던 거다. 다만 진보진영의 일부 계급근본주의자(강준만의 용어다)는 지역문제(호남차별을 포함해서)가 아예 중요하지 않다는 입장이지만 박상훈은 호남차별은 심각한 지배이데올로기라고 주장한다. 호남차별 지배이데올로기는 지역주의문제를 떠난 것이고 정치계급이라는 상부구조가 구축한 지배수단의 일환이라는 거다. 

따라서 나 역시 박상훈과 노무현의 인식은 기반은 유사하게 출발하지만 그 결론, 그리고 해결책은 전혀 다르게 표출된다고 생각한다. 노무현은 지역주의 해소가 한국정치의 중요한 과제라고 상정했고, 박상훈은 그건 허상이며, 사실 김대중정권 들어선 다음에는 그나마의 문제시 되던 지역주의 경향도 상당히 해소되었다고 본다. 즉 출발점은 비슷하나 결론이 다르다는 이야기다.

마지막으로 노무현, 친노에게 온정적이 아니냐? 아니다. 있는 그대로 보자는 이야기다. 여기 아크로의 몇몇 논객들에게는 노무현이 만악의 근본이요, 친노는 노무현이라는 대악마, 사탄을 호위하는 베엘제붑과 디아블로 아니겠는가. 하지만 실제로는 이들은 문제를 잘못 인식하고 해결책을 잘못 내놓은 흔한 정치인이라는 거다. 다만 박상훈이나 기타 진보진영의 상당수가 친노계열은 진정성, 혹은 열정을 가지고 그 문제에 천착했던 것은 사실 아니겠나 정도로 자리 매김 한다. 적어도 대놓고 사기치려고 작정한 인물들보다는 인간적으로는 낫다는 정도의 평가다. 이거야 사실 주관적인 평가(사실 진정성을 누가 아나? 게다가 진정성이 있다고 용서되는 것도 아니다 조갑제야 말로 진정성있는 극우 아니겠는가?)이므로 맞다 그러다를 말할 수 없다. 그렇게 보겠다면 그렇게 보이는 거고, 세상에 용서못할 악마로 보겠다면 또 그렇게 보인다. 그러나 일반적으로는 어떤 문제 하나, 어떤 인물 하나를 만악의 근원으로 보는 것은 다소 현실과는 거리가 먼 경우가 많지 않을까? 언제나 진실은 흑과 백 그 사이에 존재하는 법이다.

그러나 어느세력에도 선명성 좋아하는 무뇌아들은 많다. 그래서 진보진영에도 계급 근본주의자들이 목소리가 큰 법이고, 극우사이에서도 조갑제가 깝치는 편이고 런닝맨들 사이에서도 노무현을 악마로 주장하면 목소리도 잘 나오고, 따르는 사람도 제법 생긴다. 그래서 선명성 경쟁이 생기는 거 아니겠나.

어느 런닝맨이 나한테 그랬다. 노무현과 박상훈은 거리가 떨어져 있고, 또 그 거리 만큼 박상훈과 런닝맨들은 거리를 두고 있다. 이 거리를 가지고 노무현은 너, 지역문제가 심각하다고 말해주면 안되겠니? 라고 말하고 런닝맨은 박상훈은 호남차별이 만악의 근원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싶은 거다. 난 이 부분에 동의한다. 이 관점의 차이를 인정하고, 또 그 관점의 차이와 현실의 차이를 인정할 때 논의가 발전할 수 있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