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리처드 도킨스의 신학의 무용성에 대해서 다른 곳에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리처드 도킨스글을 다시 번역해서 올리고 그때 제 의견을 다시 간추려서 올려보겠습니다. 한번 생각해 볼만한 주제 같습니다.

 

                  신학의 공허함 The Emptiness of Theology

                                                          by Richard Dawkins


                                Published in Free Inquiry, Spring 1998 v18 n2 p6(1)


불쾌할 정도로 아부에 능숙한 영국의 신문 Independent지의 편집부는 최근에 과학과 신학의 중재를 요청했다. 그들은 "사람들이 자신의 기원에 대해 최대한 많이 알고 싶다"고 말했다. 나는 당연히 사람들이 자신의 기원에 대해 알기를 바란다. 하지만 도대체 신학이 이 주제에 대해서 무슨 유용한 답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과학은 우리의 기원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신뢰성 있는 지식을 준다. 우리는 대략 우주의 시작의 때를 알고 있고, 우주가 주로 수소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을 안다. 우리는 왜 별들이 만들어지고, 그 별의 내부에서 수소를 다른 원소들로 전환하기 위해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그로 인해 물리세계의 변화가 시작된다는 것도 안다. 또 자기 복제하는 분자를 통해 세상의 화학적 성질이 어떻게 생물을 구성했는지에 대한 기본적인 원칙을 알고 있으며 자기복제의 원칙이 다윈의 선택론을 통하여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을 만들어 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위와 같은 지식은 과학, 다른 학문이 아닌 과학만이 준 것이고, 게다가 이 모든 것들은 놀랍고 경이로울 정도로 세세한 부분까지 입증되고 있다. 신학이 현재까지 지녀온 위의 질문들에 대한 답변들은 하나같이 잘못된 것으로 확연하게 입증되었다. 과학은 천연두를 없앴고,  과거에 치명적이라 생각되었던 대부분의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에 성공했고 역시 치명적이라고 여겨졌던 대부분의 박테리아를 멸균할 수 있었다. 신학은 이 질병들이 인간의 죄에 대한 징벌이라고 떠들기만 했을 뿐이다. 과학은 혜성이 언제 다시 나타날지, 언제 다음 일식이 일어날지 초단위까지 예측할 수 있다. 과학은 인간을 달위에 올려 놓았고 토성과 목성에 탐사선을 보냈다. 과학은 특정 화석의 연대측정을 할 수 있고, 토리노 수의는 중세의 거짓임을 밝혀냈다. 과학은 몇몇 바이러스의 DNA 역할을 정확히 규명 할 수 있었고, 아마도 이 글을 읽는 많은 분이 살아있는 동안에 인간의 DNA 역시 그렇게 규명할 것이다.


신학이 어느 누구에게 조금이라도 유용한 답을 한 적이 있었는가? 신학이 너무나 뻔한 진실, 혹은 명백하지 않은 어떤 것을 말한 적이 있었던가? 신학자들에게 귀를 귀울여 봤고, 그들의 글을 읽고, 논쟁도 했지만 여태까지 신학자들에게서 너무나  당연한 사실이나 터무니없는 거짓을 제외하고는 조금이라도 유용한 말을 들은 적이 없었다.  만약 내일 과학자들의 성과가 다 사라진다면 마술치료하는 돌팔이의사를 빼고 진짜 의사는 사라질 것이고, 말보다 빠른 교통수단도 사라지고, 컴퓨터도, 인쇄물도 존재하지 않을 것이며 농부들의 단순한 농법을 능가하는 경작법도 사라질 것이다. 그런데 만약 내일 신학자들의 성과가 모두 사라진다면 도대체 누가 그 차이를 느낄 수 있을까? 과학자들의 부정적인 업적, 예컨대 폭탄, 초음파를 사용한 고래잡이 배 조차도 작동은 하는 법이다. 그러나 신학자들의 업적은  그 어떤 것도 하지 않으며 어떤 영향도 주지 않는다. 결국은 무의마한 것일 뿐이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사람들이 신학을 (인간의 기원에 대한)‘주제’로 여기겠냐는 말이다.


                   The Emptiness of Theology

                                                         by Richard Dawkins


Published in Free Inquiry, Spring 1998 v18 n2 p6(1)



A dismally unctuous editorial in the British newspaper the Independent recently asked for a reconciliation between science and "theology." It remarked that "People want to know as much as possible about their origins." I certainly hope they do, but what on earth makes one think that theology has anything useful to say on the subject?


Science is responsible for the following knowledge about our origins. We know approximately when the universe began and why it is largely hydrogen. We know why stars form and what happens in their interiors to convert hydrogen to the other elements and hence give birth to chemistry in a world of physics. We know the fundamental principles of how a world of chemistry can become biology through the arising of self-replicating molecules. We know how the principle of self-replication gives rise, through Darwinian selection, to all life, including humans.


It is science and science alone that has given us this knowledge and given it, moreover., in fascinating, over-whelming, mutually confirming detail. On every one of these questions theology has held a view that has been conclusively proved wrong. Science has eradicated smallpox, can immunize against most previously deadly viruses, can kill most previously deadly bacteria. Theology has done nothing but talk of pestilence as the wages of sin. Science can predict when a particular comet will reappear and, to the second, when the next eclipse will appear. Science has put men on the moon and hurtled reconnaissance rockets around Saturn and Jupiter. Science can tell you the age of a particular fossil and that the Turin Shroud is a medieval fake. Science knows the precise DNA instructions of several viruses and will, in the lifetime of many present readers, do the same for the human genome.


What has theology ever said that is of the smallest use to anybody? When has theology ever said anything that is demonstrably true and is not obvious? I have listened to theologians, read them, debated against them. I have never heard any of them ever say anything of the smallest use, anything that was not either platitudinously obvious or downright false. If all the achievements of scientists were wiped out tomorrow, there would be no doctors but witch doctors, no transport faster than horses, no computers, no printed books, no agriculture beyond subsistence peasant farming. If all the achievements of theologians were wiped out tomorrow, would anyone notice the smallest difference? Even the bad achievements of scientists, the bombs, and sonar-guided whaling vessels work! The achievements of theologians don't do anything, don't affect anything, don't mean anything. What makes anyone think that "theology" is a subject at all?





리처드 도킨스옹께서 신학(글에서 신학으로 써였지만 문맥상으로는 종교일반, 특히 기독교를 의미하는 것 같다)따위는 없어도 아무런 이세상에 영향이 없다는 글을 남기셨다. 워낙에 글 잘 쓰는 사람이고 유명한 분인지라 상당한 반향을 일으킨 모양이다.


그런데, 이글을 읽으면서 박수치는 이곳 커뮤니티의 독자들께서는 이런 생각은 한번 해봤는지 모르겠다.


그까이거 예술, 특히 미학 같은 것은 우리 삶과 아무런 연관성 없는데, 미학, 혹은 예술이 이 세상에서 사라져버린다고 해도 무슨 상관이 있을까 하는 생각 말이다. 도대체 미학이 이루어 놓은 것이 뭔가? 누구에게 어떤 의미가 있나? 내일 당장 미학이 이루어 놓은 것이 모두 없어진다고 해도 그걸 느낄 사람이 있기나 있을까?


한번 생각해보자. 정말 아무런 상관이 없을까?


문제는 우리 위대한 과학자선생께서도 지극히 결과론적인 사고를 하고 계시는 것 같다.

무슨 말이냐 하면, 현재에 와서 종교일반은 별로 가치가 없을지도 모른다. 아니 어쩌면 해악을 끼치고 있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과학이 종교의 역할을 대신해 주고 있으니까.


이렇게 말하면 도킨스옹은 또 화낼 것임에 틀림없다. 도킨스옹이 쓴 글 중에는 과학은 절대로 종교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글이 있었다고 기억한다. 이 커뮤니티의 사람들 중에서도 “과학이 종교의 역할을 해? 이게 문 개풀뜯어먹는 소리냐?” 할 사람들이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일단 한번 이야기를 풀어가 보자..


종교라는 것이 현대에는 영성, 구원, 마음의 위안같은 것을 주는 역할을 하고 있지만 예전에는 좀 다른 역할을 했었다. 이 세계는 왜 생겼고, 비는 왜 내리고, 밤은 왜 오고, 풀과 나무는 왜 자라고, 겨울이 가면 봄이 왜오느냐하는 아주 현실적인 물음에 대한 답을 주는 것. 그것이 종교였다.


그 답들은 물론 현대 과학의 눈으로 보자면 몽땅 오답이다. 그런데 문제는 과연 그런 종교 없이도 현대의 과학이 존재했겠느냐라는 질문을 던져보자.


아마도 대부분의 인류학자들은 회의적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시말해 자연과 물질에 대한 진지한 의문-어쩌면 그 의문자체가 인간의 본성일 수 있는데-의 대답이 종교의 기원이 되었다는 말이다. 


예컨대 네안데르탈인과 호모사피엔스 사피엔스인 우리 현생인류의 차이점 중 하나에 대해서 브라이언 M, 페이건이나 라이얼 카슨은 예술활동의 유무나 그 정도의 차이에 대해서 이야기하곤 한다.


인류의 역사상 가장 설명하기 어려운 수수께끼 중 하나가 네안데르탈인의 멸종이다. 두뇌크기도 우리보다 크고 육체는 보다 더 억세고 도구와 언어를 사용하던 이 '진화의 승리자-어떤 의미에서 우리보다 더 적자인-'가 왜 멸종했느냐는 문제.


현생인류은 예술에 힘입어 집단의 결속력, 문화의 전달, 심리적 안정감, 창조성의 발현등에 도움을 얻었고 결과적으로 이런 활동은 현생인류의 특징인 혁신성을 기르는데 큰 역할을 하지 않았겠느냐고 보는 것이다. 그리고 현인류는 이렇게 얻은 기술상의 혁신으로 보다 더 ‘적자’의 자리에 올라 앉았고 따라서 네안데르탈인을 몰아내고 유일한 인류의 자리에 올라섰을 것이라는 가설을 내세운다.


그런데 이러한 현생인류의 예술활동은 실상 종교활동과 분화되지 않은 활동들이라고 봐야 한다.


다시말해 인류일반은 이런 종교활동, 예술활동, 집단활동의 문화를 통해 창의성을 기르고 집단의 효율성, 집단의 기억을 만들어서 전달하는데 성공했고 이로 말미암아 진화의 승리자가 되었다는 이야기다.


이렇게 본다면 과연 종교는 필요없다는 주장은 다소 결과론 적인 이야기가 아니겠냐는 말이다.


모두들 알고 있겠지만 버퍼플라이 이펙트라는 것이 있다. 한 작은 요소를 없애도 결과적으로는 커다란 변화가 생겨나기 마련이다. 현생인류의 작은 요소를 삭제해도 우리는 인류로서 존재하지 못할지도 모르는 법이다. 그 작은 요소의 복합적 연관성을 알 수 없으니까.


물론 이제 인류는 성숙해졌고 현재의 시대정신에 맞지 않는 신학이나 종교는 폐기하거나 바꾸어야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신학을 포함한 종교일반이 필요없다는 말은 좀 성급한 발언일지도 모른다. 현생인류가 존재하는 그 어떤 문화권, 어떤 공동체에도 종교현상은 발견된다. 이런 현상을 본다면 종교현상은 우리 인류의 어떤 본성 아닐까? 


게다가 도킨스의 글을 읽다보면 이 양반도 일종의 거대담론의 '신화'에 빠져 있다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무슨 거대담론이냐고? 과학의 성립이 '거짓과 광기'에 대한 '이성'의 승리라는 과학사의 거대담론. 과학은 결코 그렇게 성립되지 않았다. 근대 화학을 존재하게 만든 것은 연금술사들이었고 실제로 많은 기간 화학(키미아)은 연금술의 일부이거나 연금술 그 자체로 생각되었다. 연금술 없이 화학은 존재하기 어려웠고 점성술 없이 천문학, 천체물리학도 존재할 수 없었다. 뉴튼이 가장 심취한 학문은 연금술이었고 케플러는 신학적인 사고체계에 맞추어 천체를 배열하고자 했던 사람이다. 마법, 종교, 과학은 그렇게 동떨어져서 싸웠던 존재들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물론 종교의 부정적인 측면은 엄청나게 많다. 종교를 빙자한 전쟁이나 학살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정작 학살 자체는 현재의 종교 이전에도 있었다. 네안데르탈인 역시 어쩌면 제노사이드에 의해서 멸종된 것일지도 모른다. 종교는 글자 그대로 그런 학살극의 빙자일지도 모른다. 십자군전쟁 역시 종교보다는 정치경제적 욕구가 근저에 있었다고 보는 것이 정설이다. 마르크스주의자라면 종교는 아편이지만 아편을 존재하게 하는 것은 역시 정치경제적 토대라고 이야기할 것이다.


어떻거나 도킨스의 저 글은 한편으로 논리적이지만 한 편으로는 막무가내의 글 같아 보인다. 국가는 필요 없는 존재다. 그러나 필요없다고 이야기한들 없어질까? 그리고 우리는 정말 어떤 것이 우리에게 전혀 필요없다고 단언할 수 있을만큼 우리 자신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