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영남 유권자의 합리적 선택?

런닝맨들이 들으면 놀랄만한 주장부터 시작해보자. 16대 총선에서 영남은 왜 100% 한나라당의원을 뽑았나? 그것은 어쩌면 영남의 합리적 선택일지도 모른다는 가설. 


 
1997년 IMF 경제 위기의 충격은 다른 지역에 비해 부산에서 집중적으로 나타났다. 그 후 2년간 부산의 실업률은 여타 광역도시보다 높았으며, 가처분소득의 감소 역시 이 지역에서 가장 크게 나타났다. 1999년 현재, 부산의 일인당 지역 총생산(GRP)는 전국 평균을 1로 했을 때 0.77로서 대구의 0.69에 이어 16개 시도 중에서 최하위였다. 그 결과 이 지역 유권자의 소비 생활을 보면 대출의존도가 높았고, 부산의 경우는 '파이낸스'라고 하는 사채 시장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도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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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컨대 부산 경제의 위기 문제는, 권위주의적 경제 발전전략을 대체할 새로운 지역 발전전략과, 대안적 산업구조로의 재편을 위한 정책을 마련해야 할 민주 정부의 정책적 책임을 회피할 수 없는 것으로 만든다. 따라서 이 지역의 장기적 경제침체와 소득 감소의 문제에 대해 김대중정부가 무정책으로 일관했다고 생각하는 이 지역 유권자들이, 투표 결정에 그런 평가를 반영했다면, 그 선거 결과를 지역주의라고 비난할 수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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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지역 경제상황을 둘러싼 이슈공간에서 선택할 수 있는 대안 집합이 두 개이고, 각각의 쟁점 위치가 ① 지역 경제의 어려움은 현 정부의 지역주의적 '부산죽이기'의 결과라고 주장하는 야당과, ② 대안적인 지역 발전모델과 현실적인 정책적 대안을 갖지 못한 채 야당이 지역주의를 동원한다고 비판하는 집권당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가정해 보자. 두 정당 대안 모두 정책적 대안을 갖지 못한 채, 표면적으로 이슈 경쟁은 지역주의를 둘러싼 것으로 나타난다. 유권자 A 는 어떤 투표 결정을 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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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유권자 A 는 지역주의자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는 지역주의 투표를, 정부의 무정책에 대한 책임 추궁의 수단이자 자신의 정책적 선호를 실현하려는 전략적 수단으로 선택한 것이다. 위와 같은 전략 상황을 가정할 때 그의 투표 결정은 합리성을 벗어나지 않으며, 이를 비판할 수 있는 규범적 기준을 제시하기란 쉽지 않다.

                                                           - 박상훈, 만들어진 현실, p108-110, '영남 유권자의 합리적 선택'에서 발췌



박상훈이 16대 총선에서 100% 한나라당을 지지한 영남의 투표행위가 반드시 반DJ 혹은 지역주의 때문이 아니라는 것에 대한 주장이다. 박상훈은 호남뿐 아니라 영남에서도 지역주의가 반드시 투표행위을 결정하는 결정적인 요소가 아닐 수 있다고 이야기 한다. 더구나 지역주의 자체가 1987년 이전에는 이슈화 될 만큼 심각한 상황이 아니라고도 주장한다.

2. 문제는 지역주의가 아니다....

황태연이 주장했고 몇몇 런닝맨들이 인정 하는 바, 지역주의 자체가 나쁜 것이 아니다.
박상훈은 다른가? 

 
지역들이 중앙정부로부터 더 많은 개발 혜택을 얻고자 하는 이기적 욕구를 갖는다고 이를 있어서는 안될 지역주의라고 할 수도 없다. 그 전에 가치에 대한 권위적 배분이 중앙 집권적 정부에 의해 압도적으로 이루어지는 현실부터 문제 삼아야 하고, 정부의 예산 분배 방법을 어떻게 합리화 할 지를 따져야지 뭔가 나쁜 것으로 가정되는 지역주의로 책임 돌릴 일이 아니다.

                                                          - 박상훈, 상게서, p.228


지역주의가 나쁘다, 지역주의가 정치를 망친다, 이런 렌즈와 이데올로기로 봐서는 안된다는 이야기다. 사실 강준만이 이미 12년 전에 했던 말이기도 하다(<지역감정예찬론> 참조). 강준만도 같은 말이다. 지역주의가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이를 부풀리고 이용하려는 언론, 정치인이 나쁘다, 사실 애향심이 뭐가 나쁜가? 정실주의가 나쁘고, 사실은 모든 걸 정실주의로 처리하면서 호남보고, 김대중정권보고 지역주의라고 호통치는 조선일보 너희들이 죽일 놈이지! 이게 강준만이 줄곧 했던 주장 아닌가? 박상훈도 정확하게 같은 렌즈를 들이댄다. 심지어 강준만이 실례로 든 조선일보 주필 김대중의 사설을 박상훈도 인용하며 지적한다. 

3. 그렇다면 지역주의의 원인은?

노무현이 뭐라고 하면서 지역주의 타파하려고 했나? 계파보스정치를 타파해야 정치가 개혁되고 대선거구제 해야 지역주의 완화된다고 했다. 그래서 줄곧 주장했던 것이 정치개혁, 선거제개정, 대연정조건이 대선거구제 도입, 그리고 봉화마을 가고 나서도 지금 선거구제로는 안된다고 외친 거 아닌가?
박상훈의 주장을 보자.

 
전국을 단일선거구로 하고, 진입장벽(의석을 배분받을 수 있는 최소 득표율)을 두지 않는 비례대표제는 유권자의 선호가 투표로 표출되는 데 있어 가장 작은 제도 제약을 갖는다.
반대로 선거구의 크기가 작을 수록, 진입 장벽이 높을 수록, 그리고 최대 다수 득표자에 대한 지지표 이외의 표를 사표로 처리하는 단순 다수제(plurality)가 적용될수록 선거제도는 불평등한 분배 효과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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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을 단일 선거구로 하는 비례대표제를 채택하지 않는 한 선거는 불가피하게 지역적 대표 체제의 성격을 가질 수밖에 없다. 경쟁하는 정당들의 정책적, 이념적 차이가 약하고,  새로운 정당의 출현을 제약하는 제도적 장벽이 높은 경우 표의 지리적 분절성은 불가피하다.

                                                                                    - 박상훈, 상게서, p103-104 발췌

박상훈은 한국 지역주의의 문제점을 당시 열린당이 정치개혁을 주창하면서 외친것과 같은 관점에서  권위주의적 정당운영에서 찾는다.

 
따라서 조직의 성격에 따라 사회균열의 제약을 크게 받는 정당과 그렇지 않은 정당이 존재하고, 분석의 초점은 여기 맞춰져야 한다.
예컨대 정당 리더의 결정력이 강한 경우와, 반대로 사회 균열에 따른 이해집단(예컨대 노동조합)이 정당의 결정 구조에 미치는 영향력이 강한 경우, 정당이 선택할 수 있는 전략이 범위는 큰 차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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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과 관련된 첫 번째 문제는 한국 정당의 조직적 성격을 정의하는 문제다. 한국의 정당 조직이 공식적인 결정 구조를 초월하는 파벌적 구조를 갖는다는 사실에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그리고 그러한 파벌의 구성원이 지연이나 학연과 같은 일차적인 유대와 강한 상관관계를 갖는다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이는 한국에서 정치를 직업으로 하는 정치 엘리트의 충원과 재생산이 사회적 갈등이나 요구와 유리된 채 하나의 정치 계급으로 기능하게 된 기초이다. 그리고 이는 한국 정당조직의 후진성, 혹은 무책임성으로 나타난다.

                                                                                     - 박상훈, 상게서, p148-149 발췌

우리나라 정당이 일종의 계파보스조직이라는 것, 그리고 그 계파보스가 일종의 지역적 정실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결정, 특히 공천관련 결정을 가진다는것, 그래서 그것이 지역적 정당으로 기능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박상훈이 지적하고 싶은 것은 그 정당이 '지역적 정당', 혹은 지역주의적 정당이어서 지역적 정당으로 기능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의 보스가 먼저 자리를 잡고 지역의 물적 토대와 별 관련없이 자신들만의 계급을 만들어 기능한다는 점에서 이들이 결코 지역정당, 혹은 지역주의적 정당이 아니라는 점이다. 
다시말해 결과적으로 계파보스들이 지역을 동원하여 자신의 정치력을 강화하는 행위가 결과적으로 지역주의적으로 드러날 뿐이지 이들 정당은 지역주의 정당이 아니라는 것을 밝히고 있다. 
노무현이 보기에 구 민주당도 결국 그런 형태에서 벗어나지 못한 정당이었다는 점이 분당을 주장한 명분이 된다. 유시민이 개국당을 만들 때 주장한 내용도 바로 저러한 내용이었다. 문제 인식이 박상훈과 정확하게 같은 기반위에서 이루어졌다는 것. 결과가 어찌되었든 간에 이 사실은 부인하기 어렵다.

4. 계급투표?

누누히 이야기했지만 한국에서는 계급투표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 일반적인 인식이다. 박상훈은 이야기한다. 영국내에서 계급투표가 제대로 기능하지 않게 된 계기는 실제 노동당과 보수당의 정책차이가 거의 없어지기 시작한 이후라고. 우리를 보자. 도대체 민주당과당시 한나라당, 혹은 민정당의 정책차이가 어느 정도나 되나? 민주당은 노동계급, 무산 계급을 위한 정책을 펴고 한나라당은 부자만을 위한 정책을 가지고 있었나? 단순히 민주당은 좀 서민적이고 민정당, 한나라당은 좀 부자스러워서 계급투표다? 농담도 이렇게 하면 재미없다.

타워팰리스 주민은 박원준을 찍지 않고 나경원을 찍었으므로 계급투표다? 솔직히 박원순의 시정책과 나경원의 정책이 타워팰리스의 주민들의 계급적 이익에 얼마나 차이를 가져오는 것이었나? 그게 뭔저 분명해야 계급투표인지 아닌지 말할 수 있다. 단순히 박원순은 야당스럽고 무상급식 시행하니까 노동계급 후보고 나경원은 일억 피부과 다녔다고 하니 강남스러워서 부르조아 계급 후보다? 

이제 진짜 재미 없다. 
크게 봐서 계급성향이 드러났다... 정도로 이야기하면 그나마 양보하는 척 고개라도 끄덕여 주겠다. 우길 걸 우겨야 논쟁이라고 하지.

5. 양보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

차별 반대, 특히 호남차별에 반대하겠다... 이 논지에는 누가 공감하지 않겠는가. 이 부분 충분히 수긍한다. 호남이 더 개혁적이고 영남이 수구적이라는 거, 당연한 이야기다. 그리고 이를 영남부터 시정해야 한다는 주장은 겸허히 수긍하겠다. 노무현이 문제는 영남의 패권주의적 지역주의를 고쳐야하는 데 실상은 호남이 양보해야 한다고 외친 것은 나 역시 욕 얻어 먹어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모든 것을 다 양보할 수는 없다. 아래 글 올린 런닝맨의 말처럼  호남에 그런 도덕적 굴레를 씌워 어쩌겠다는 건가? 호남은 계급투표 했고, 호남은 정책 투표 했다.. 지금까지 쭉 그랬다고 하자.그럼 이번 총선에 민통당에 쏟아질 표도 다 계급투표인가? 민통당이나 새누리당이나 이제 와서 무슨 정책차이가 크게 난다고? 박근혜의 좌클릭이 이미 도를 넘어선 마당인데, 심지어 진통당도 당황스러워 하는 마당에 이것도 계급투표라고 해야 하나? 그게 아니면 이곳의 몇몇 논객처럼 저들은 그냥 호구취급하면 되나?

해방후 65년동안 한번도 못했다고 (정치, 사회학자와 진보진영이)생각하는 계급투표를 꾸준히 해온 신성한 호남주민들을 호구라고 내몰 수는 없지 않나? 강준만이 그랬다. 호남에게 신성한 굴레 씌워서 띄운 다음 땅바닥에 내동댕이 치지 말라고. 그놈의 민주화운동의 정신 운운하면서 이슬먹고 사는 사람취급 하지 말라고. 

차별에 저항하는 것과 성역을 만들어서 박제화 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어떤 것이 진짜 호남을 위하는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해 봤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