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땅에서 하늘로 올라간다.

                               마르크스, 독일이데올로기

 

1.

현대까지 발견된 현생인류, 호모사피엔스 사피엔스의 사회 중에서 종교현상이 발현되지 않은 사회는 없었다. 원시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인류가 만든 모든 사회는 종교문화를 가지고 있었고 때로는 종교가 이들 사회의 문화핵을 형성하곤 했다. 이런 현상을 본다면 종교라는 것은 인간의 유전자에 새겨진 일종의 종으로서의 본성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2.



▲ 리처드 도킨스

누군가 망상에 시달리면 정신 이상이라고 한다. 다수가 망상에 시달리면 종교라고 한다. 
                - 로버트 퍼시그, 도킨스 "The God Delusion"에서 재인용

리처드 도킨스는 존 레논의 이미진의 가사를 바꾸어 종교가 없는 세상을 상상해 보라고 말한다. 그러면 911도 없고 탈레반의 아프가니스탄 유물 파괴도 없었을 거라고. 그러나 이 말를 조금만 더 파고들어가 보자. 종교가 없었으면 탈레반이 파괴할 유물이 아예 존재조차 하지 않았을 거고 인류가 가진 문화재와 유물의 2/3가량은 창조되지 않았을 거다.

 

3.

진화심리학은 인간의 정신이 일종의 모듈로 구성되어 있다고 본다. 언어지능, 기술적 지능, 사회적 지능, 자연사적 지능 등등의 모듈리티가 진화상의 선택압력으로 인해 발전했고 그것이 현재 인류의 마음과 지능을 구성하여 현재의 문명과 문화를 이룩하였다는 말이다. 그런데 이 모듈 중에 하나 더, 일종의 종교성 역시 인간 본래의 심리적 모듈 아닐까? 나는 그렇다고 본다. 범인류의 핵심적인 가치로 존재하는 것이라면 이는 인류의 심리적 장치의 하나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기 때문이다.

 

4.

종교성은 인간의 진화에 반드시 필요한 유니트였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지 않았다면 종교성이 현생종의 심리적 현상으로 퍼졌을 가능성은 극히 낮았다. 하나의 심리적 모듈을 발생시키고 이를 진화시키는 비용은 대단히 높다. 비생산적이거나 생존에 도움이 되지 않는 심리적 모듈을 발전시키고 유지시킬 수 있을 만큼 초기인류의 생존이 만만했을 리가 없다.

 

5.

종교는 인간의 사회성, 사회적 모듈리티와 연관되어 있는 요소일 것이다. 종교성이 발달 된 사회는 그렇지 않는 곳보다 사회성, 집단성, 응집력이 발전했을 것이며 이를 토대로 의사소통 도구, 언어, 문자 등이 하나의 통합예술로 성립되었을 거다. 이 의사소통기술은 구 인류가 수십만년 동안 이루지 못한 진보를 몇 만 년, 혹은 수 천 년만에 가능하게 했을 것이고 이는 진화 및 생존에 결정적인 비교우위로 작용했을 것이다.

 

6.

그러나 이렇게 심리 근저에 자리집은 모듈리티인 만큼 비교적 근래에 발전한 논리적, 추상적 모듈과 그렇게 친화성이 높아질 가능성이 낮다. 또한 일반지능 모듈리티가 정교해지면서 각 개별 모듈의 지능활동을 통합시켜 나가는 통합모듈이 발전하는데 종교성향은 이 통합에 오히려 방해가 되기 시작한다.

 

7.

뿐만 아니라 종교성향이 강화하는 집단성은 배타성을 내포하는데 이 배타성은 원시시대나 부족국가시대에는 유용한 통합도구였겠지만 현재의 사회에는 적합하지 않다. 결국 현대의 종교성은 인류의 진화와 발전에 오히려 부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8.

배타성은 인간 고유의 공격성과 결합하여 잔혹한 살인극을 연출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종교성의 역할이 크다기보다는 인간 종 원래의 집단성, 배타성이 공격성과 결합한 것이고 종교성은 이들의 역할에 양념역할을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10.

    

     ▲ 솟대, 인간 정신의 본래적 상향성에 대한 상징 아닐까? 

마르크스는 인간은 땅에서 하늘로 올라가야 하는 존재라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 이는 물론 독일관념철학이 하늘에서 땅으로 내려오는 도치된 상황임을 비판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이 말은 글자 그대로의 진실을 담고 있을지도 모른다. 인간은 어떤 상황에서도 더 높은 곳을 추구하는 본성을 품고 있는 존재일 것이다. 그 상향성이 종교성으로 드러나는 것이다. 이 종교성은 반드시 종교적인 형태로만 드러나는 것은 아니다. 자연과 우주에 대한 경외감, 현실를 보다 나은 곳으로 만들고자 하는 이상주의, 학문과 지식에 대한 열정적인 추구가 모두 인간 본래의 상향성의 표현일 것이다.

인간은 원래 땅에서 하늘로 뻗어가야하는 존재로 운명지어졌다. 그러나 홍적세가 끝난 지금, 인간의 의식은 새로운 종교성을 원하고 있다. 우리 내부의 원시적인 본능 보다는 통합적 심리모듈과 소통하는 새로운 의미의 종교성. 그 종교성만이 인간의 상향성을 충실하게 만족시켜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