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nytimes.com/2010/05/28/opinion/28myers.html

도종환 의원이 문화체육관광부 장관후보로 물망에 오르자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그의 유사역사관이 도마 위에 올랐어요. 덕분에 주류역사학과 달리 합리적 근거는 묵살하고 대한민국을 아시아의 맹주로 보는 터무니없는 민족사관이 여야를 막론한 정치인들과 기득권층 사이에 팽패하단 사실도 알게 됐어요. 한국고대사를 연구하다가 도종환 같은 유사역사관에 꽂힌 비전공 정치인들에 의해 철퇴를 맞고 눈물을 머금은 채 중국역사학으로 방향을 돌린 마크 바잉턴 하버드 대학 교수도 알게 됐죠. 바잉턴 교수가 이번 유사역사학 논란을 주의 깊게 목도하고 있다가 한 역사학 교수의 페북에 댓글을 단 거예요. 이런 논란은 아주 고무적인 현상이라고 했어요. 그는 장황한 댓글에서 지나가는 말로 이런 언급을 해요. 지난 3년 동안 한국의 pseudohistory에 대해 강의를 해왔었다고요. 

그치만 막상 청문회에서는 도종환의 역사관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어요. 문제가 되긴 커녕 다른 정치인이 그의 역사관을 변호해주기까지 했어요. 국뽕에 취하면 자국의 국민에게 거짓말을 늘어놓아도 대중은 문제의식을 못 느껴요. pseudohistory in Korea에 대한 강의라... 놀랍지 않나요. 국민의 대다수가 이런 대규모 거짓말에 대해 이렇게나 무감각할 수 있다는 사실이요. 그런데 이런 자가당착과 거짓에의 무감각은 유사역사학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에요. 물론 아니죠. 어딜 가나 유사과학, 미신, 음모론은 빠짐없이 인간을 따라다니니까요. 그런데 유사역사학에 대한 이런 대국민적 불감증과 꼭 같은 수준의 다른, '짜가'에 대한 불감증이 있어요. 바로 천안함 북침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에요. 이미 천안함이 북한의 침략행위라고 알고 계신 분들에겐 하나도 놀라운 사실이 아니겠으나 천안함을 공격한 건 북한이 아니라고 믿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아요. 그리고 이미 2010년에 뉴욕타임즈는 한국이 가짜가 가짜인지 모르고 가당찮은 수준으로 무감각한 이유를 기사로 실은 적이 있지요.  

대학에서 근무하는 듯한 미국인 필자는 자신의 대학에서 학생이 천안함폭침의 피해자였다고 하는데 주변에서 위로금을 모아 애도를 표했지만 사람들은 놀라우리만치 김정일에 분노하지 않았다고 말을 해요. 필자는 기사에서 많은 사람들이 이제는 북한이 폭침당사자임을 알고 있으나 여전히 소수의 한국인들은 모종의 음모론을 신봉한다고 말을 하는데 제 주변 문빠아줌마들은 박근혜가 대통령이던 얼마 전까지만 해도 북한이 미사일을 쏠 때마다 '입금됐네' 이러던 사람들이에요. 천안함 북한폭침을 믿지 않죠. 

그가 말하는 이유는 이래요. 1980년대 후반 이후 한국우파정부가 보수결집을 위해 북한의 존재를 이용해 신물나게 좌파에게는 씨알도 안 먹히는 공포정치를 해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해요. 이러한 좌파의 신물이 이제는 아무렇지도 않게 북한에 대한 비현실적인 동정심을 초래해서 외국인들 눈에는 기이하게 보이는 거예요. 심지어는 북한은 친일파 하나는 철저하게 처단했다고 하는 오해도 팽배하죠. 광주민주화항쟁에 관여하지도 않은 북한이 극우에 의해서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있다고 생각하고요. 한국의 국가주의는 미국의 것과는 확실하게 다르다고 해요. 한국에는 민족주의는 있으나 국가주의는 없다고 하죠. 좌파는 이명박이 햇볕정책을 반대하기 때문에 천안함 폭침이 일어났다고 해석하기도 하고요. 심지어 보수조차도 북한의 폭침은 맞는데 일종의 실수가 아닐까 생각하기도 한다고 그는 말해요. 이런 북한의 무력도발에 대한 남한의 불감증은 주한미군이 오롯이 실수로 앳된 여중생 두 명의 생명을 앗아간 장갑차사건에 대해 전국민이 공분한 것과는 너무나도 극명한 대조를 보인다고 하죠. 마지막에선 그러죠. 남한의 상황이 이런데 미국이 북한의 도발을 강력하게 비난하기도 멋적다고요.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6/28/2017062802239.html
6일 전에 이런 기사가 났어요. 미국으로 망명한 북한 노동당 고위관리 리정호의 인터뷰예요. 

“한국의 김대중 정부가 햇볕정책을 들고 나왔지만, 당시 북한 지도부는 이를 우리 체제를 발가벗기려는 아주 위험한 적대적인 행위로 분석했다. 북한 지도부는 역으로 남한의 자본과 물자들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다 따내는 일명 ‘따내기’ 실용주의 전략으로 전환했다.”

“북한 지도부가 제재 압박을 더 이상 버틸 수 없을 때는 최후의 선택으로 핵을 가지고 남한을 공격해서 통일하려고 시도할 수도 있을 것”

이 기사가 조선에만 실릴 수밖에 없는 이유는 햇볕정책이 완전히 실패작일 수밖에 없는 그의 인터뷰발언 때문이겠죠. 이 인터뷰 내용은 그가 미국의 언론과 나눈 대화내용이기도 해요. 굳이 한국보수가 그에게 접근해서 햇볕정책을 확실하게 밟아달라 요청했을까요. 그의 말을 모두 믿어선 안되는 거라면 조심할 필요는 있을 거예요. 그렇지만 만의 하나, 정말 만의 하나 그의 모든 발언이 북한의 실상이라면 어쩌려구요. 북한이 이명박정권의 반햇볕정책에 발끈해서 천안함을 폭침한 것이 아니고, 상당한 경제대국이자 한민족인 남한을 절대 공격할 리는 없다는 생각은 우리의 안이한 환상에 불과한 것이고 북한은 정말로 남한에 대한 무력도발을 서슴치 않을 미치광이국가면 어떡할 건가요. 단지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의 햇볕정책이념이 흠나는 것이 싫은 이유 때문에 북한고위공직자의 내부정보를 헛소리취급할 수는 없어요. 

마침 최근 미국 라디오에서 이런 뉴스가 흘러나왔죠. 
http://www.npr.org/2017/06/28/534764954/u-s-looks-to-revive-talks-on-north-koreas-nuclear-program
전직 CIA요원이면서 현재 북핵문제를 두고 북한과의 대화채널을 담당하고 있는 수미 테리 씨에 의하면 북한은 '무슨 일이 있어도' 북핵을 포기할 의향이 결단코 없으며 미국은 그냥 북한을 핵보유국임을 인정하고 남한에서 철수해야 하며 미국이 남한을 뜨면 북한은 남한과 평화협정을 맺을 것이라고 했어요. 

이거 묘하게 웃긴게 한국의 극좌가 원하는 것이 북한과의 대화/교류이고 미군철수예요. 북한의 핵은 같은 민족을 향할리가 없으며 오로지 북한정권의 생존수단 이상일 리도 결코 없고요. 어쩌면 극좌는 북한이 남한과 대화의 물꼬를 트면서 비핵화로 나아갈 것이라 희망하는 이들도 포함되겠죠. 그런데 이들의 염원과는 달리 현실의 북한은 정말 북한 노동당 리정호가 말한대로 무자비하고 무분별하기 짝이 없으며, 크리스토퍼 힐 전 주한 미국 대사가 상상한 바와 같이 북한 자체도 스스로 남한보다 군사적으로 우월하다는 망상에 빠져서 남한도발은 식은죽먹기라고 믿는, 괴물같은 야욕의 정권이면 어쩔건가요. 크리스토퍼 힐은 올해 5월의 컨퍼런스에서 이런 말도 했어요. 북한은 남한의 반이 북한을 동정하고 있음을 잘 알고 있다고요. 

아래 기사도 재밌어요.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6/10/23/2016102301722.html
―북한을 '극우 체제'로 정의하는 게 흥미롭군요.

"북한은 남한과 달리 친일파를 청산했다고 하지만 실제 그렇지 않습니다. 최승희·김사량·송영 등 친일파들이 월북해 최고의 자리까지 올랐습니다. 김일성의 개인 우상화도 일제강점기의 유산입니다. 히로히토(裕仁) 일왕은 자신을 '대원수'로 지칭했는데, 1945년 이후 북한에서도 김일성을 '대원수'라고 했습니다. 히로히토 일왕은 사진에서 일본 민족의 순수성을 상징한다는 '백마(白馬)'를 탄 모습을 보이곤 했는데, 김일성 역시 흰말 타고 찍은 사진이 있습니다. 북한 체제를 '공산주의'로 보면 북핵 문제에서도 정확한 대응을 못 하게 됩니다."

―단도직입으로 북한 정권과의 비핵화 협상은 과연 가능할까요?

"북한은 개정헌법에서 '공산주의'란 용어를 모두 뺐습니다. 공식적으로 자신의 체제를 '선군(先軍)주의'라고 했습니다. 이는 1930년대 일제와 나치 독일의 군국주의와 맥을 같이하는 겁니다. 북한이 '공산주의'라면 경제적 대가로 핵무기 감축 협상을 할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선군'을 내세우는 극우 체제는 그런 협상을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한미합동군사작전 중에 천안함을 폭침한 김정일이 정말은 햇볕정책과 관련 해 남한의 선의를 아주 꼼꼼하게 이용해 먹은 파렴치한에 불과한 것이 진실이면 어쩔건가요. 우리의 군함을 어뢰로 공격해도 분노할 줄 모르고 미사일을 빵빵 쏴도 입금됐다며 조롱하고 일본이 미국에 간이라도 내줄 듯 동맹을 강화하는 동안 한미일 군사협력이 중요한 시점에 위안부협정은 걸림돌이죠. 크리스토퍼 힐의 최근 기고문에 미국인이 댓글을 달았는데 만약 북한이 일본을 공격하면 남한은 북한을 편들 것인가 혐오스러운 일본을 편들 것인가 난감한 상황에 빠질 거라는 말을 진지하게 하더군요. 그만큼 한국의 민족주의는 극렬하며 혐일과 반미는 고무되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었어요. 

페북에서 좌파의 '비합리적인' 반미움직임에 불만을 표시하는 보수우파는 민족주의만 맹렬하고 국가주의가 부재한 한국에 대해 꽤 진지한 염려와 애국심을 보이고 있단 느낌이었어요. 마치 전쟁이 실제 나기라도 하면 우파는 당장이라도 나라를 지키기 위해 전투적일 태세지만 미대사관 앞에서 사드반대 시위에 참여하고 북한의 미사일이 발사될 때마다 입금됐다고 한탄하는 이들은 북한에 대한 허황된 낭만을 키우는 반면에 천안함이나 각종 국지전에서 전사한 국군들에 대한 애정은 너무나 부족해 보여서 전쟁 나면 외국으로 젤 먼저 튈 것 같이 보였어요. 이상 저의 인상비평이었고 제가 갑자기 수꼴이 된 건 아니고 보수를 이해하게 되었다고나 할까요 ㅋㅋ. 서로 다른 의견을 많이 눈팅하는데 저의 보수이해하기의 일환이에요. 일면 이해가 되지 않나요?


"Somewhere unwritten poems wait, like lonely lakes not seen by anyo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