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덤스미스의 <도덕감정론>, 신뢰를 추구하는 삶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을 통해 명성을 얻었지만 그 이전에 집필했던 <도덕감정론>은 도덕과 인간의 심리적 본성에 대한 그의 풍부한 식견을 담고 있다. 인생의 의미와 도덕, 사람들의 행동방식이 18세기부터 현대까지 크게 변하지 않은 것으로 미루어 볼 때 이 책이 가진 의의를 이해할 수 있다. 스미스는 <도덕감정론>을 통해 행복하고 좋은 삶과 어떻게 하면 그러한 삶을 살아갈 수 있는지에 대한 해답을 친절하게 알려주고 있다.


   스미스가 <도덕감정론>에서 연구한 대상은 바로 소소한 관계 속에서의 교류다. 우리는 친한 사람들과 대할 때 자신에게 신경을 쏟기도 하고 전혀 상관없는 사람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기도 한다. 또한 남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서도 확실히 신경 쓴다.

 

   여기서 스미스는 '동감(sympathy)의 원리'를 소개한다. 그가 제시한 공동체의 차원에서 신중이라는 개념은 행동의 결과를 가늠케하는 선견지명이며 미래를 위해 오늘의 무언가를 포기할 수 있는 자제심, 이를 바탕으로 자신을 돌보는 미덕이다. 이는 국가의 차원에서 정의란 개념으로 이어진다. 이는 타인에게 상처나 피해를 주지 않는 미덕이고 사회 질서와 법규를 존중하도록 하는 동감의 또 다른 측면이다. 마지막으로 스미스는 경제의 차원에서 인간의 이기심보다 사회적 준거를 따르는 경제활동을 강조한다. 따라서 스미스의 '동감의 원리'는 그의 도덕철학체계에서 인문환경의 존재론적 구조에 대응하는 인간의 주요 본능이 된다.

 

   <도덕감정론>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자본주의를 추구하고 이기심을 키우는 데 일조했다고 볼 수 있었던 스미스가 모순적이게도 물질에 대한 인간의 욕구가 덧없음을 강조하였다는 점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세속적인 부와 명예는 피하기 힘든 매력을 발산한다. 확증 편향적 사고와 사랑받으려는 인간의 욕구를 경계한 스미스는 마음속에 상정하는 '공정한 관찰자'(impartial spectator)를 제시한다. 이는 리처드 도킨스 역시 주장했던 인간의 이기적인 유전자에 대한 일종의 억제제가 된다. 공정한 관찰자가 언제나 우리를 지켜보는 것처럼 행동하여 공정한 관찰자의 시선으로 스스로가 어떤 사람인지 인식하고 돈과 명예의 유혹을 피하는 것이다.

 

사람의 이기심이 아무리 특징적인 것으로 상정된다고 해도, 인간의 본성 가운데는 타인의 운명에 관심을 가지며, 설령 타인들의 행복을 지켜보는 즐거움을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얻지 못할지라도 그들의 행복을 자신에게 필요불가결한 것으로 만드는 일부 원리들이 분명히 존재한다.”

    - 김광수 옮김, <도덕감정론> 한길사, 2016, 87쪽  

   

 우리는 모든 상품의 거래 시스템이 모르는 사람들과의 거래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인정해야한다. 동감의 원리로 내면의 아름다움을 유지하고 공정한 관찰자를 상정하여 비열한 생쥐를 짓누른다면 인생을 레이스가 아니라 커피 한잔처럼 음미해가는 여정으로 만들 수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서도 신뢰를 통해 공정한 대우와 협동을 예상할 수 있다. 인간은 실제로는 이기적인데도 남에게 이타적으로 보이고 싶은 일종의 자기광고가 신뢰를 더욱 직감하게 할 것이다.


   따라서 신뢰는 거래를 촉진하고 사회 공익을 증진하는 기반이다. 국부론에서 말한 것을 살짝 바꿔 말해보자면 도덕적 해이와 정보의 비대칭성 문제가 난무하는 우리 사회에서 신뢰자유무역보다 인간을 스스로 전혀 의도하지 않는 목적으로 이끄는 보이지 않는 손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