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의 ‘3% 퇴출제' 소동

                    김대호(사회디자인연구소 소장)

 

세훈과 김문수가 2009년 9월 15자로 책을 한 권씩 냈다.

오세훈은 <시프트(Shift)-생각의 프레임을 전환하라->(267페이지)를 ‘리더스 북’출판사에서 냈다.

김문수는 <나는 일류국가에 목마르다-김문수, 조갑제 할 말은 한다->(534페이지)를 ‘북마크’출판사에서 냈다. 이는 김문수와 조갑제의 대담 형식을 빌었고, 대부분의 대담은 2008년 여름과 가을에 이루어진 것처럼 보인다. 이를 장원재가 편집.정리했다. 물론 김문수, 조갑제의 공저이다. 류근일이 추천사를 썼다. 두 책 모두 내년 지방선거를 대비한 포석이라는 것은 단박에 알 수 있다. 

 

나는 이 두 권을 지난 토요일과 일요일에 다 읽었다. 내가 책을 빨리 읽는 편은 아니지만 두 책 다 참 읽기 편하게 씌어져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글은 서평이 아니다. 하지만 이 글의 소재가 두 책이기에 아주 간략히 소감(인상)만 언급하고 ‘3% 퇴출제’ 소동에 대해서 얘기하려고 한다.

 

오세훈 책을 덮고 나니 오세훈의 생각의 폭과 깊이가 참 얕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역시 (샐러리맨 생활 등) 밑 바닥을 기어보지 않았고, 뒤틀린 역사를 부여잡고 피눈물을 흘려보지 않은, 팔자 좋은 사람의 정서와 사고방식을 잘 보여주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도시경쟁력, 문화, 디자인, 환경(대기 질, 자전거, 생태 등), 여성, 부드러움, 창의시정, 개인경쟁력(JOB nomad) 등 미래 트렌드를 강조하기에 (한국의 모순.부조리를 잘 모르거나 눈을 감고 있는) 중산층, 여성, 청년층에게 꽤 어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 점에서 오세훈 입장에서는 이 책은 안 낸 것보다는 낸 것이 나아 보였다. 반면에 김문수 책은 안 낸 것이 차라리 나아 보였다. 물론 김문수는 여러 사안에서 조갑제와 차별성도 많이 드러냈다. 하지만 조갑제의 황당한 생각에 공감을 표한 것도 적지 않았다. 이 대목은 앞으로 김문수의 정치적 부담으로 남을 것이다. 조갑제와 대담 자체로 얻는 정치적 이익(한국 극우 세력 안심시키기)도 있겠지만, 손실이 훨씬 클 것이라고 생각한다. 김문수는 오세훈과 달리 미래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조갑제, 류근일과 대화를 통해서 과거를 해명하려는 것 같았다. 낡은 시대정신을 붙잡은 것 같았다.

 

 그리고 나는 이 책을 읽고서 비로소 김문수가 왜 극에서 극으로 가는지 이해가 되었다. 1980년대 중반의 정치적 좌편향(서울노동운동연합 활동) 1980년 봄의 극단적인 정치적 무관심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또 지금의 적지 않은 극우적 행태는 서노련과 민중당의 정치적 좌편향의 반동이라는 것도 알았다.

 

김문수는 2002년 대선 과정에서 노무현의 신혼 시절의 부끄러운 일화가 담긴 ‘여보 나 좀 도와줘’(새터 출판사)의 몇 구절을 인용하여 노무현을 성격 파탄자로 모는 연설을 했다. 이제 김문수는 조갑제와 공저로 낸 이 책의 몇 구절을 인용한 매서운 공격에 시달리지 않을까 한다. 노무현의 고백은 용기있게 드러낸 정치인의 젊은 시절의 치부이기에 정치 도의(?)상 눈감아 줘야 하는데 김문수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서 한 김문수의 얘기는 철저히 검증하고 비판해 줘야 할 정치적 견해이기에 정치 도의(?)상으로도 가혹하게 비판, 검증해 줘야 할 것 같다. 기회가 있으면 한번 해 볼까 한다. 그런데 나 아니라도 할 사람이 많을 것 같다.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 볼까 한다.

오세훈이 서울시장으로서 펼친 정책 중에서 매우 신선하고, 쇼킹하고, 전국적 반향(모방)도 컸고, 따라서 점수도 많이 딴 정책 중의 하나가 서울시 ‘공무원 3% 퇴출제’일 것이다. 이는 2007 3월에 처음 실시되고 2008년에도 이어졌다. 오세훈의 책에서도 주요하게 거론되는 것을 보니 지금도 모양을 바꾸어 진행되는 것처럼 느껴졌다. 도대체 이 정책은 어떤 발상에서 나와서,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 오세훈은 책에서 어떻게 얘기하고 있는지 살펴보자.

 

 “서울시에 들어와서 직접 보니 참 대단한 조직이었다.(중략) 워낙 스케일이 큰 조직이다 보니, 그 안에서 트레이닝 된 직원들의 업무 역량은 일반 시민들이 공무원에 대해 가지고 있는 편견과는 아주 달랐다. 내공이 단단한 직원들이 상당히 많다. 다만 조직문화가 문제였다. 때가 되면 알아서 승진되고 정년까지 보장되다 보니 굳이 일을 벌여 문제를 만들 필요가 없다는 의식이 퍼져있었다. 실수 없이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승진이 되는데 공연히 의욕이 앞서서 일을 벌이다 실수라도 생기면 오히려 감사를 받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조직에 창의성이 발현되기 힘든 구조였다. 이를 바꿔 보겠다고 시작한 것이 인사혁신이었고, 그 첫 결실이 ‘3% 퇴출’이었다. 계획이 발표되고 최종 전출 대상자가 선정되기까지 한 달은 직원들에게 심히 공포스러운 시간이었던 것 같다.(중략) 당장 구내 이발소와 매점, 직원 휴게실과 흡연실이 텅 비었다는 기사들이 이어졌다. (중략) 그러던 중 어이없는 일이 발생했다. 분명히 실.국장 및 사업소장의 책임하에 태만하거나 조직 내 화합에 현저하게 해를 끼치는 직원을 전출 대상자로 선정해 제출하도록 했는데도, 퇴출 후보자를 선정하기 위해 인기투표 식 직원 투표를 실시한 사업소까지 나왔다. 솔직히 말하면 한심해서 말이 안 나왔다.(중략) 최고 간부들조차 인사혁신의 취지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기도 했다. 곧바로 책임자를 직위 해제했다. (중략)우여곡절 끝에 첫해에 추려진 대상자는 102, 처음에는 250여 명 정도가 선별되었으나, 이런저런 소명 기회를 갖고 다시 추려보니 3%가 아닌 1% 내외에서 정해졌다. 다음 해인 2008년에도 퇴출 공무원을 선발하자 직원들의 민심이 그야말로 흉흉해졌다. 간부들 사이에서도 퇴출제도는 그만 끝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 시작했다.(중략) 하지만 무엇이든 처음이 가장 고통스러운 법이다. (중략) 내가 가장 신경을 쓴 것은 퇴출 후보군 선정이 최대한 공정하고 타당하게 이루어지도록 하는 일이었다. 그 결과 실제 일 잘하면서 퇴출 후보로 뽑히는 경우는 한 건도 없었다. 업무시간에 술 먹고 추태를 부리는 일이 허다한 직원, 9개월 중 2개월을 병가와 연가를 번갈아 내며 개인 휴가로 사용하더니 출근해서는 개인 용무를 보기 위해 무단으로 자리를 비우는 것이 습관인 직원, 휴게실에서 TV를 보다가 낮잠 자는 것이 일상인 직원, 민원인의 전화를 받기 싫다며 아예 전화 벨 소리를 들리지 않도록 해놓고 업무는 뒷전인 채 승진시험에 몰두한 직원 등 동료들이 봐도 심하다 싶은 직원들이었다. (중략) 퇴출제 자체에 대해서는 여전히 긴장했지만, ‘그럴 만한 사람들만 퇴출됐다.’는 인식이 퍼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선정된 이들을 곧바로 퇴출시키는 것이 아니라 재교육시키는 시스템으로 정착되면서 직원들의 공감대가 더욱 넓어졌다.(오세훈 책, p 190~193)

 

그런데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얘기할까? 공무원 노조 등의 얘기는 접어두고, 이명박 정부의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안경환)의 얘기를 한번 들어보자. 이는 2008 10월 초 프레시안이 보도했다.

 

“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안경환)가 서울시의 '현장시정추진단', 일명 '3% 퇴출제'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부적격 공무원에 대한 재교육과 퇴출 시스템"으로 도입한 이 제도가 지방공무원법 등 법령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절차적 문제가 있으며 교육 프로그램도 풀 뽑기 등의 '징벌식'이라는 것이다.

 

 인권위는 (2008 10) 2 "현장시정추진단 대상자 선정 및 시행 과정에서 인권침해가 발생했다"며 서울시장에게 향후 비슷한 계획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똑같은 인권 침해가 재발되지 않도록 대책 마련을 권고했다.  또 인권위는 서울시 외 다수의 지방자치단체에서 유사한 제도를 운영하거나 검토 중인 점을 고려해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비슷한 인권침해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한 지도•감독에 나서라"고 주문했다.(중략)

 

 인권위가 현장시정추진단의 문제로 지적한 첫 번째는 선정 절차 및 기준이다. 인권위는 "서울시가 인사혁신을 통해 공직사회 경쟁력 향상과 양질의 대국민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객관적 기준과 적법한 절차에 따라 대상자를 선정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당초 서울시가 밝힌 현장시정추진단의 구성 기준과 막상 선정된 사람들의 면면이 확연하게 달랐다는 것이 인권위의 결론. 서울시는 '무사안일 직무 태만자, 조직 내 화합을 해치는 자, 품위 및 이미지를 훼손한 자, 봉사 마인드가 부족한 자'를 선정해 재교육을 시키겠다고 했지만, 인권위 조사 결과 "제도의 취지와 달리 장애인•질환자•정년퇴직 예정자•소수직렬 등이 상당이 포함됐다"는 것이다. 또 절차적 문제점도 지적됐다. 5급 이상의 지방공무원을 전보할 때 인사위원회의 의결을 거쳐야 하는 등의 절차를 규정한 지방공무원법과 지방공무원임용령을 서울시가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인권위는 이어 "서울시는 해당자 명단을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공무원 사회 내외부에 알려지게 돼 대상 공무원의 인격과 명예에 대한 권리를 침해했다"고 밝혔다. 헌법 제7(기사에서는 10조로 되어 있는데 이는 기자의 실수이다) 위반이라는 것이다.

**참고로 헌법 제7조는 다음과 같다.

 1)공무원은 국민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

2)공무원의 신분과 정치적 중립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

 

구성 이후 진행된 교육 훈련 프로그램의 문제점도 지적됐다. 인권위는 "조사 결과 현장시정추진단에 대한 교육 훈련은 장기간의 풀 뽑기 및 쓰레기 처리 등 대부분 현장 노동 중심이었다" "이는 사실상 징벌성 수단으로 대상 공무원으로 하여금 인격적 모멸감을 갖게 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이는 헌법 제15조가 보장하는 직업 선택의 자유 및 제10조의 인격권 침해 행위"라고 덧붙였다.(중략) 인권위는 또 "상당수 질환자나 고령자에게도 건강상태에 대한 고려 없이 획일적으로 교육 프로그램이 적용됐다" "이것이 공무원의 교육훈련에 관한 법적 요건을 구비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프레시안 여정민/기자)

 

김문수도 3% 퇴출제와 관련된 언급을 했다. 김문수는 (‘행정 조직 개편’ 전망을 묻는 조갑제의 질문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굉장히 어렵습니다…제일 어려운 게 뭐냐 하면, 공무원의 신분을 보장하는 한편으로 경쟁 내지 평가에 의한 퇴출제도를 만드는 겁니다. 그런데 지금은 공무원의 신분은 절대적으로 보장돼 있는 반면 퇴출을 못 시킵니다. 말만 퇴출이고 퇴출되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김문수.조갑제 책, p 440)

 

사실 오세훈이 퇴출시켰다는 불량 공무원, 즉 “업무시간에 술 먹고 추태를 부리는 일이 허다한 직원, 9개월 중 2개월을 병가와 연가를 번갈아 내며 개인 휴가로 사용하더니 출근해서는 개인 용무를 보기 위해 무단으로 자리를 비우는 것이 습관인 직원, 업무는 뒷전인 채 승진시험에 몰두한 직원 등”은 ‘3% 퇴출제’에 의해서 퇴출된 것이 아니다. 현행의 헌법, 법률, 관행에 의해서도 징계와 퇴출이 가능하다.

 

게다가 “퇴출 후보자를 선정하기 위해 인기 투표식 직원 투표를 실시”하는 것은 ‘3%’라는 기준을 제시한 이상 필연이다. “태만하거나 조직 내 화합에 현저하게 해를 끼치는 직원”을 적어내라고 했지만, 해당되는 사람이 없는 사업소가 적지 않다. 이런 사업소에 대해서도 ‘3%’라는 기준은 어김없이 적용된다. 그러면 ‘직원 인기 투표’는 사업소장 입장에서 오히려 현명한 것이다. ‘우리 사업소에는 해당자가 한 명도 없다’고 용기 있게 말하고 그것이 받아들여지면 너나 할 것 없이 그렇게 말할 것이기에 ‘3%’ 가이드 라인은 무력화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용기 있는 사업소장은 미운 털이 박히게 되어 있기에, 희생자 선정을 위한 투표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원래 인간 조직은 권력자가 ‘3%’든 ‘1%’든 가이드 라인을 제시하면 무리해서라도 거기에 맞춰야 한다. 후유증은 필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이드 라인을 운영하는 이유는 후유증에도 불구하고 종합적인 이득(merit)이 크기 때문이다. 가이드 라인에 따른 후유증, 변칙 등을 예상하지 못하면 그야말로 세상 물정을 모르는 것이다. 그런데 오세훈은 간부들이 자신의 ‘인사혁신의 취지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며 한심하다고 말하면서 ‘곧바로 책임자를 직위 해제했다’고 한다. 둥근 네모를 만들어라 는 엉터리 지시를 해 놓고, 이를 나름대로 지혜를 짜내어 이행한 사람을 징계한 격이다. 그런 점에서 이 때 직위 해제된 사람이 인기 투표 건으로 직위 해제되었다면 심히 부당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았으리라 확신한다)

 

그런 상상을 해 본다. 오세훈이 아니라 진보개혁 계열 서울시장이 3% 퇴출제와 ‘현장시정추진단’을 운영했고 국가인권위원회가 법 위반 판단을 내렸다면, 그래서 누군가 서울시장을 헌법과 법률 위반으로 고발을 해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면, 아마 탄핵을 하지 않았을까? 노무현 대통령 탄핵사태가 그렇게 일어난 것이 아닌가?

 

나는 제대로 된 '3% 퇴출제'를 지지한다.

나는 3% 퇴출제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아니 적극 찬성한다. 이런 제도를 시행하면 불량 공무원뿐 아니라 (후진 상사 아래서 몸부림치는) 창의와 열정이 넘치는, 진짜로 일 잘하는 사람의 퇴출 가능성도 높아지지만……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사회적으로 이런 제도가 정착되면 창의와 열정이 넘치는 사람은 몇 번 쫓겨나지만 반드시 임자를 만나 성공하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오세훈 보다 훨씬 앞서서, 훨씬 강력한 ‘퇴출’ 제도를 실시한 민간 기업의 경험이다.

 

솔직히 나는 공직사회를 비롯하여 대기업.공기업을 포함한 한국 사회 전체가 영국 축구 리그처럼 -1부 리그 하위 팀 3개와 2부 리그 상위 팀 3개가 자리 바꿈하고, 마찬가지로 2부 리그와 3부 리그, 3부 리그와 4부 리그 간에도 비슷한 자리 바꿈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오르락 내리락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유능한 도전 세력과 청년 세대에게 기회가 생기고, 창의와 열정이 넘치는 사람이 자기 자리를 빨리 찾아가고, 따라서 사회 전체적으로 활력도 생기고, 고용률(경제활동참가율)도 올라갈 것이기 때문이다. 또 필요하면 헌법이나 법률을 손질하고, 무엇보다도 평가시스템을 정말로 투명하고 공정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고 이명박이 임명한 유모, 박모 같은 또라이 중간 권력들이 자의적으로 사람을 잘라내면 차라리 철밥통을 보장한 현 제도 보다 훨씬 못하다. 또 가능하면 상위직이나 공직에 먼저 적용해야 한다. 상위 공직에 대해서는 민간 전문가에게, 4년마다 심판을 받는 선출직에게 더 폭넓게 개방해야 한다. 당연히 3% 퇴출 제도의 적용을 받는 존재들 또는 선출직의 처우는 더 올려야 하고, 하위 철밥통들의 처우는 점진적으로 동결해야 할 것이다.  고위험 고수익 저위험 저수익의 원칙이 지켜져야 하기 때문이다. 직역간 이동이 쉽도록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을 통합하는 것은 기본이다.

 

그런데 나는 3% 퇴출제를 운영하는 선진국이 있다는 얘기는 들어 본 적이 없다. 그것은 아마도 선진국은 공무원의 신분이 한국만큼 안정적이지 않고, (교육기회, 연금, 퇴임 이후 일자리 등을 포함한) 종합적인 처우도 한국만큼 높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한마디로 한국 공무원처럼 청년 인재를 싹쓸이 할 정도로 처우가 높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한국의 직역, 직업간 격차도, 노동시간과 고용률(경제활동참가율), 사회안전망도 유럽 선진국 수준에 근접하면 ‘3% 퇴출제’ 같은 이상한 제도는 필요 없을 것이다. 물론 한국의 정치 사회현실을 아는 사람이라면 내가 생각하는 3% 퇴출제는 거의 몽상이라고 하지 않을까? 당연히 나는 합리적 격차의 구현, 노동시간 단축, 유연안정성 제고, 고용률 상향, 사회 전반적인 역동성.활력.도전 정신 제고(철밥통 타파), 공정성과 투명성 제고 등 전략적 방향성은 흔들림없이 견지하되 정책은 매우 현실적으로 펼칠 것이다. 합법적 수단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끈질기게 법 개정을 추진할 것이다.

 

그런데 오세훈은 헌법, 법률, 평가시스템, 수순 등을 면밀하게 고려하지 않고, 용두사미로 끝날 수 밖에 없는 엉터리 ‘3% 퇴출제’를 흔들어 인기만 챙겼을 뿐이다. 변죽은 ‘3% 퇴출제’로 울렸지만, 실제는 그 이전 정부 때부터 하던 인사혁신-다면평가와 부적격공무원 감찰, 징계 강화-의 성과 일 뿐이다. 더 걱정스러운 것은 잘못된 지시의 책임을 부하에게 떠넘기는 등 자기 반성이 없고,3% 퇴출제’나 공무원의 구조적 무사안일에 대한 고민이 너무나 얕다는 것이다. 오세훈의 얘기는 한마디로 공무원의 ‘창의성이 발휘되기 힘든 구조’와 후진적인 조직문화가 3% 퇴출제 등 자신의 인사혁신 정책에 힘입어 획기적으로 개선되었다는 것이다.

 

김문수의 고뇌

세상이 그렇게 만만할까? 여기에 대해서는 김문수의 얘기를 들어보자. 여기에는 김문수의 고뇌가 묻어 있다.

 

김문수는 (한국 공무원 숫자/비율과 관료제도 자체의 효율성 문제를 묻는 조갑제의 질문에 대하여) 이렇게 말했다.

 

“효율성에서는 문제가 좀 있다고 봅니다. 부서마다 형평성이 많지 않아요. 어떤 부서는 업무가 과중하게 주어지는 반면에 어떤 부서는 여유가 많고, 하급자들은 비교적 업무가 많은데 중간계급은 부서간 업무량이 정반대가 되어 있기도 하고요. (중략) 그런 면에서 문제가 있지만 공무원의 자질 이라는 면에서는 전세계적으로 보더라도 우리나라가 매우 우수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너무 우수해서 문제지요. 이건 뭐 몇 백 대 일의 경쟁을 뚫고 들어오니까요. 사실 이게 말이 안 되는 겁니다. 공무원의 업무라는 것이 그렇게 우수한 사람들이 할 일은 아닙니다. 창의력보다는 꼼꼼하게 관리하고 집행하는 것이 공무의 본질이니까. 또 다른 문제는 앞장서서 일하는 사람이 없다는 겁니다. 뭐 해서 가져오라고 하면 잘 써서 가져오는 사람들이 없어요. 능력 발휘를 안하는 거지요. 그렇다고 능력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일을 안 해서 그렇지 시키면 잘하거든요.

 

조갑제: 왜 시키면 잘하고 가만 놔두면 일을 안하는 겁니까?

 

김문수: 근데 왜 안 하느냐고요? 할 이유가 없는 겁니다. 일을 열심히 하면 감사를 받고, 감사를 받으면 무조건 손해를 보니 아무런 이득이 없거든요.

 

조갑제: 우리나라 감사원은 공무원이 실수를 했더라도 일을 기획하고 집행한 동기가 좋았으면 그 점을 고려해주는, 그런 융통성 같은 게 없습니까?

 

김문수: 전혀 없습니다. 오직 규정만 봅니다. 규정을 왜 어겼느냐 이것만 따집니다. (중략) 게다가 또 누가 투서를 합니다. 공무원 사회는 내부가 아주 복잡합니다. 위반되는 일은 절대 하면 안 되는 풍토가 거의 완벽하게 조성돼 버린 겁니다. 공무원이 마음먹고 사사로운 이득을 취하자고 나쁜 일을 하는 경우가 아니면, 어지간해서는 절대로 규정을 어기기 않으려고 합니다. 설사 그 일이 아무리 좋은 일이라 해도 말이죠.(김문수.조갑제 책, p 442~443)

 

오세훈 생긴대로 논다.

김문수는 오세훈처럼 문제의 뿌리를 그렇게 가볍게 보지 않는다. 단적으로 유능한 인재들이 공무원으로 지나치게 쏠리는 문제에 대해서도 김문수는 한국 공무원이 ‘너무 우수해서 문제다’라고 직설적으로 문제를 제기하지만, 오세훈은 ‘내공이 단단한 직원들이 많은데 다만 조직문화가 문제’다 는 식이다. 물론 오세훈도 뒤에 가서는 ‘적어도 10년 후 서울시의 공무원 사회는 절대로 신의 직장이 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하면서 ‘신의 직장을 찾아서가 아니라 사명감을 찾아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그 길을 택하는 젊은이들이 훨씬 더 많아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오세훈 책, p197)고 말하기는 한다. 물론 김문수도 오세훈도 한국 사회의 공공부문의 문제에 대해서 근본적인 솔루션의 단초 조차도 보여주지 않았다.

 

전반적으로 김문수는 문제의식의 깊이는 좋지만, 사상이념적으로 조갑제에 너무 가까이 가서 문제인 것처럼 느껴졌다. 오세훈은 책 전면에 걸쳐서 ‘서울시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는데 자신의 창의시정 등으로 인해 엄청나게 좋아졌다’는 자화자찬성 얘기만 늘어놓을 뿐이다.

 

오세훈은 책을 뜯어 보면 볼수록, 거꾸로 도는 역사의 수레바퀴를 부여잡고 피땀 흘려보지 않은, 팔자 좋은 남자의 정서와 사고방식이 역력하게 느껴졌다. 생긴 대로 논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두 사람은 차기 혹은 차차기 대권에 상당히 근접한 사람이라는 것은 아무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그런데 이들은 공히 노무현을 자결로 몰고 간 한국 사회의 저 강고한 모순.부조리를 제대로 인식하지도 타파할 것 같지가 않다. 그래서 답답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