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로그인 했습니다. 아크로 휜님들 여러분 잘 지내셨는지? 

    요 밑에 코지토 님이 자작시를 올려주셨네요. 잘 봤습니다. 테마가 아프간 소녀네요..  아프가니스탄의 소녀...
911, 빈 라덴, 그리고 아프가니스탄 침공... 911 사태를 저는 배낭 여행 중 이탈리아에서 그리스로 넘어가는 유람선 속에서 처음 접했습니다. 휴게실 대형 TV 에서 흘러 나오던 CNN 특보... 그때 선실에 모여있던 다양한 국적, 다양한 피부색의 사람들이 놀라워하며 뉴스를 지켜보던 모습..이런 것들은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 속에 남아 있습니다.  
    그 이후로 훌쩍 10년이 흘러버렸습니다. 안 잡힐것 (아니 안 붙잡을 것) 같았던 오사마 빈 라덴도 결국 붙잡혀서 이 세상 사람이 아니고..그 때 느꼈던 분노의 편린들, 조각들이 이제는 아스라히 멀게 느껴진다는.. 그때 끄적였던 구절들을 보면서 제 스스로 낯선 느낌에  잠기는... 이 정체 모르는 소회는.. 도대체 무엇일까요? 
  

아프가니스탄


1. 

-나는 차디찬 새장 속에 새를 가둔다, 
가볍고 선량한, 자유로운 새를, 
죽음을 옮겨 날고 싶어하는 새를, 
넋을 구하려고 날아가는, 새를 - 알렉산드르 블로끄 1918. 


뉴욕의 9월은 죽음으로 물들고 
검은 하늘은 아메리카의 껍데기를 통채로 집어삼킨다 
대지위로 불쑥 솟아난 거대한 남근들이 분노의 피를 흘리며 
사악한 전사들의 행진곡이 잿더미 주위를 포위할때 
정치의 죽음, 문명의 죽음은 
분명 저 드넓은 아메리카의 현상만은 아니다 
그것은 분명 쇠로 된 북이었으리 

귓전을 사납게 두들기던 군중들의 함성과 
시대의 뱃속을 관통하는 썩은 자본주의의 수로와 
타도! 아메리카! 를 외치던 한 아랍인의 분노는 
이천년 문명의 튼튼한 경계선을 무너뜨리고 
분노의 바다에 불을 던진다. 

자, 문명의 죽음 안으로 들어오려무나! 
새로운 전쟁이 시작된다 
폐허에서 만들어진 정적이 
그들의 더러운 시신이 포크레인에 엎히여 들려질때 
소방관들의 고함소리가 모래가루처럼 허공으로 흩어질때 
하나의 죽은 눈알은 무수한 갈대비가 되어 
아프간 하늘에 쏟아진다 마치 하나의 목숨이 
하나의 목숨과 교환되는 것처럼 
죽음의 시소가 태평양을 건너 두 대륙 사이를 
침울하게 오고간다 한 거대한 아랍인의 사악한 영상은 
전 아메리카 상공을 미친듯이 맴돈다 

까마귀들이여, 이슬람과 아메리칸들의 광기의 바다에 
검은 그림자를 남기는 까마귀들이여! 
오로지 코란의 신들이게만 무릎꿇는 이 전사들에게 
문명의 난파로부터 헤엄쳐 나온 어린 딸들의 노래, 
대지의 노래를 들려 주어라 

산산히 찢겨진 아프간 사막 위의 무수한 영혼들이여! 
너희들의 죽음은 사막의 모래 속에서 천배로 달구어져서 
다시 살아난다 알라신의 머리 꼭대기에는 너희들의 분노가 
들어차 있구나, 알라신은 중동 민중의 거대한 입술을 빌어 절규하는구나 
중동의 뜨거운 달이 신성한 경전의 땅에 깊숙히 깃들면, 
너희들 고개 조아리는 모든 부류의 인간들이란 
다시 한번 이 모든 사건들을 반복할 것인가? 
우리의 깃발은 광기의 바람을 따라 펄럭이는 것인가? 
아, 너희들이여, 대지의 노래를 들어라, 

탱크 위의 깃발들이여 아프간 하늘을 찢어버리는 
폭격기 안의 제임스 대령이여, 대지의 노래를 들어라 
신들의 숨바꼭질이 이제 종말에 다가왔다 
전쟁의 신은 천번의 변신을 하고 문명들에게 도전장을 던진다 
광기와 증오는 탱크의 뱃속에서 부글부글 끌어오르고 있다 
그리고 우리의 희망은 젖물린 아프간 여인의 꾹 쥔 주먹속에 
잡혀 있구나 

아, 우리가 다시 인간이 될 수 있을까? 

복수의 꽃은 하늘에서 떨어지고 
우리는 아직 모른다- 이것이 언제 끝날지를 
이것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를 이것이 언제 폭발하였는지를 
또한 우리의 침묵이, 문명의 죽음이 언제 다가올지를 
우리는 모른다 - 
아메리카 거리를 감싸는 이 공포는 
백만불 혹은 이백만불로 살 수 있는 것들이 아니다 
우편국은 저주받은 신전이 되어 
아메리카의 중심부에서 죽음의 벌레들을 날리고 있구나, 
그들이 아프간에서 그러는 것처럼. 
준비된 모든 것들이 허무하게 무너지는 파국의 끝에서 
새롭게 이식된 죽음의 벌레들이 군중의 심장속으로 들어갈때 
그들은 새롭게 정의된 전쟁과 만나게 될까 
그들은 새롭게 정의된 공포와 만나게 될까 
그들은 새롭게 정의된 모순과 만나게 될까 

아메리카여, 대지의 노래를 들어라 
자유의 밖으로 나아간 자유의 새가 잔인한 눈을 번뜩이고 있구나, 
정의의 이름으로 쓰여지는 복수의 시들이 
아프가니스탄으로 
혹은 피흘리는 여인의 자궁 속으로 쾅쾅거리며 들어가고 있구나. 
중동의 철의 바람속에서 자유는 비틀거린다-정의는 종종 남용된다 

코란의 자식들이여, 대지의 노래를 들어라 
국경지대를 부유하는 저 절망과 공포의 행렬들이 
죽음의 문을 두드리기 시작할 때 
오래된 전쟁은 대지의 노래를 부른다 
사막위의 국가는 달려간다-머리에는 불길을 한손엔 검은색 아라비아 
칼을 들고! 
복수는 어떻게 용서받을 수 있을까 
아, 우리가 다시 인간이 될 수 있을까? 
문명은 광기의 다리를 건너서 멸망으로 간다. 
이것이 어떻게 
전부일 수 있을까? 
이슬람은 발톱이 빠진채로 비틀거린다 
위대한 거인은 주먹을 휘두르지만 코 끝에서 고통을 받고 
광기의 겨울 안으로 
말탄 죽음의 신이 전속력으로 달려온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의 정신속에서 
서서히 부활한다 


*2001년 11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