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보수를 떠나서 친노와 반노를 떠나서, 현재의 민주통합당에 대해 어떤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바로 민주통합당에 국정을 운영할 능력이 있는가 아닌가이지요. 이 커트라인을 통과하지 못한다면, 제 아무리 진보 보수 친노 반노 이야기하고 호남이 어쩌고 저쩌고 해봐야 다 부질없고 곁가지에 불과한 논의이겠지요. FTA를 하든 말든 구럼비 바위를 부수던 말든  일단은 국정을 정상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능력 여부가 선행되야지 그게 아닌 사람들이 정권을 잡으면 그 피해는 구럼비 바위 따위는 명함도 못 내밀 국가적 재난으로 이어질게 불보든 뻔한겁니다.

가령 가수들도 각자 즐겨 부르는 장르가 있죠. 락이니 발라드니 뽕짝이니 하는거 말입니다. 락이든 발라드이든 프로가수가 정성껏 부른거라면 모두 한 편의 노래이고 훌륭한 감상의 대상일겁니다. 그런데 만약 그 가수가 기본 발성이나 박자 맞추기도 안되는 아마추어라면? 락이고 뽕짝이고를 떠나서 애초에 가수라는 호칭이 무색한거고 무대에 오를 자격이 주어져서는 안되는거겠죠. 저는 정치도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진보 보수 친노 반노 친영남 친호남 이런 장르들을 떠나서 응당 국정을 담당할 정치세력으로서 마땅히 갖춰야할 기본 실력이 있는지 없는지부터 따지는게 훨씬 더 본질적이고 중요한 것 아닐까라는 생각입니다.

물론 그런 기본 실력을 가늠하는 것은, 가수들의 오디션을 심사하는 것처럼 노래 한 곡 들어보면 척하고 알 수 있는 쉬운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몇가지 척도는 분명히 존재하겠죠. 가장 중요한 첫번째는 정책에 대한 판단력이 존재하는가일겁니다. 가장 좋은 예가 FTA와 해군기지 노동정책에 대한 민주통합당의 태도이죠. 어떤 정책에 대한 판단이 여당일 때와 야당일 때가 다르다면, 혹은 그 정책의 추진자가 우리편인가 아닌가에 따라 달라진다면, 그 정당의 정책적 판단력은 없는 것으로 볼 수 밖에 없습니다. 민통당은 아무런 가치관이나 철학도 없는 무뇌 정당이라는 것이죠.

무뇌 정당이 국정을 운영하겠다고 나서는 것이 끔찍할까요 구럼비 바위가 발파되는게 끔찍할까요? 새누리당은 비록 보수일변도이긴 하지만, 일단 정책에 대한 판단력이라는게 존재합니다. 야당일때나 여당일때나 정책에 대한 일관된 판단이 있고 나름 합리적 근거까지 제시합니다. 진보정당들도 덩치는 작지만 최소한 그런 정책적 판단력은 존재합니다. 그런데 민주통합당은 그런게 존재합니까? 착한 FTA 나쁜 FTA,  착한 해군기지 나쁜 해군기지, 착한 비정규직 나쁜 비정규직... 이번에 박근혜가 문재인더러 '정치 철학이 뭐냐'고 공격했습니다. 이거 까놓고 말해서 니네들은 무뇌 정당 아니냐는 소리를 하는거죠. 그런데 문재인은 그게 얼마나 아픈 공격인지도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권위주의 어쩌고 저쩌고 항변했더군요. 참 답답한 양반입니다. 권위주의를 하든 수평적 리더쉽을 하든 일단 뇌가 있어야 할 것 아닙니까. 오른쪽으로 가든 왼쪽으로 가든 상관없이 일단 그게 길인지 숲인지 구분할 능력은 되어야죠.

두번째가 신뢰성의 문제입니다. 한국 사회가 한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혁명기에 들어선 난세라면 모를까 어떤 정당이든 예측가능한 정치를 해야 한다는건 기본입니다. 차라리 노무현처럼 좌측깜빡이 키고 우회전하는건 그래도 차라리 나아요. 지속적으로 우회전을 하면 그러거니하고 예측가능하게 돼고 적응합니다. 그런데 쌍깜빡이 키고서 꼴리는대로 우회전 좌회전 마구 왔다 갔다 하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요?

물론, 민주통합당이 이 지경이 된 이유는 뻔합니다. "반MB 반새누리당" 말고는 아무런 정체성이 없는 정당으로 타락한 배경에는 무책임한 정치양아치들의 진입과 그것을 비호하며 응원하는 모바일투표단들이죠. 제가 누누히 말씀드렸지만, 정당의 대표를 당원들이 아니라 누군지도 모르는 모바일투표단들이 뽑으면서 이 사단이 난겁니다. 정당의 가장 중요한 의사 결정을 아무것도 책임지지 않는 극성스런 소수들에게 맡기는 정당이 온전하기를 바라는 것은, 갓 오디션 보는 아마추어가 빌보드 1위하기를 바라는 것보다 허망하죠.

저는 뽕짝보다 락발라드를 매우 좋아하지만, 급조된 아마추어 밴드의 소음뿐인 락발라드를 듣느니 차라리 제대로 부르는 뽕짝을 듣고 말겠습니다. 그런 저를 수구라고 부르겠다면 그러라지요. 진보개혁 많이 해처먹으세요. 장님이 운전하는 버스에 비싼 돈 내고 올라 타고 싶지는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