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만한 사람은 아실지 모르겠는데, 박근혜 파면 결정 이후에 친박 극우단체계열이 배후라고 추정되는 자들이 조직적으로 5.18 가산점 관련 흑색선전을 2달 가까이 유포해 왔습니다. 마침 지난 4월 9일에 9급 공무원 시험이 있었고, 이 찌라시는 서울의 노량진 등 수험가와 서울 및 영남지방 그리고 최근에는 충청지역에서도 발견되는 등, 사실상 "호남"만 제외하고 보수유권자들의 세가 있을 법한 지역만 골라서 유포되었더군요.

 저는 트위터에서 "이런 걸 뿌리더라"는 보고를 처음 보았고, 이후에 찌라시,현수막, 그리고 스티커등등의 형태로 조직적으로 유포되고 있다는 정황을 계속 접했습니다. 찌라시 내용은 "5.18유공자가 가산점 특혜로 공무원 시험등을 싹쓸이해서 청년들 취업이 안 된다" "각종 혜택과 특혜를 받는 금수저다"라는 형식이고, 말미에 "5.18은 blabla해서 폭동이다"라는 식으로 정치적으로 폄훼하는 내용입니다. 사실 폭동설이 결국 저들이 말하고 싶은 핵심인 겁니다. 정당한 유공자라고 인정을 한다면 가산점이든, 어떤 혜택이든 그것에 대해 태클을 걸기는 어려울테니까요.

5.18에 대한 왜곡/폄훼/부정이야 하루이틀 일도 아니긴 합니다만, 왜 그들이 탄핵결정 이후부터 이 문제를  갑자기 이슈화한 건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놀라운 건 대선후보 중 잔박 조원진과 남재준의 선거공보물에 떡하니 5.18가산점 문제제기가 공약으로 나와 있고, 심지어는 메이저 보수 후보라는 홍준표마저도 TV토론에서 5.18가산점 문제를 군가산점 문제에 대치되는 형태로 교묘하게 언급했다는 겁니다. 

5.18 피해보상에 따른 가산점은 동등한 비율과 기준의 가산점 혜택을 받는 전체 국가유공자群의 부분집합이고, 군가산점은 과거에 병역을 마친 남성 수험생에게 부과되던 것이, 여성 수험생의 헌법소원 제기에 의해 위헌결정이 나면서 없어졌던 사안인데, 직접 연관이 없는 이 두가지를 교묘하게 대립되는 것처럼 말하는 홍씨를 보고 기가 막히더군요. 물론 홍씨의 다른 문제제기 발언과 마찬가지로, 그건 딱 TK를 중심으로 한 "애국보수들"을 위한 맞춤형 떡밥이었습니다.

소위 "보수"타이틀 달고 나온 후보중에는 유승민/바른정당 빼고 모두 이걸 떡밥으로 마치 짠듯이 갑자기 띄워서 이용해 먹고 있고 이건 아마 결코 우연이 아닐 겁니다. 다른 두 후보야 군소후보 계열이고 탄핵반대집회때부터 가짜뉴스를 꾸준히 생산해온 전력이 있으니 그렇다 하더라도 홍준표의 경우는 얼마전 바로 그 5.18묘역에 참배한다고 찾아와서 滅私奉公을 滅死奉公이라고 잘못적었다 고친 사람이기도 하지요. 

5.18에 대한 역사적 평가와 별개로, 이들이 두달 동안 집중적으로 살포한 찌라시에서 주장하는 공무원 가산점 관련 문제는 주장이 팩트냐 아니냐가 비교적 명확하기 때문에 명백한 정치적 흑색선전에 해당합니다... 뭐 하지만 잔박들이 아니라 나름 메이저인 洪의 입에서 나온 이상, 이건으로 그들이 어떠한 법적 불이익을 받을 확률은 거의 없어 보입니다. 찌라시 유포의 배후와의 연관관계는 부정되겠죠.

5.18유공자가 공무원시험을 싹쓸이한다(찌라시)----> 가산점 합격자는 규정상 전체 합격자 수의 30%을 넘지 못함. 특정시험 싹쓸이 불가능
5.18유공자가 5~10%의 (특혜)가산점을 받고 있음(찌라시)---> 부여되는 가산점은 다른 국가유공자들과 동등함. 유공자 본인은 10%, 자녀가 5%. 본인들은 연령상 공무원 시험 응시 사실상 불가능.

저는 거주지 요건때문에 광주 지방직 시험을 볼 수 있는 사람이고, 현재 공무원 수험생입니다.

두가지 조건 모두 이번 일과 연관이 있는 셈이지요.

해당 사안은 가짜뉴스의 일부로서 JTBC와 SBS에서 한 번씩 다뤄지기도 했었지만(그 때는 조원진,남재준,홍준표등이 언급하기 전의 찌라시 유포단계였지만) 보훈처와 다른 루트로 반박/팩트체크 기사도 나와 있습니다.

하지만 저도 사실은 막연하게나마 5.18유공자의 존재때문에 일반 수험생으로서는 광주에서 공무원되기는 불리할 거라는 선입견이 있었고, 그런 막연한 생각 가진 사람들이 있습니다. 웃긴 것은 5.18 희생자들이 전부 광주시 거주자였을테니 그 자녀들도 대부분은 광주시 거주일 것이고, 따라서 사실 광주 거주 일반 수험생이 가장 이해관계가 걸렸다고 보면 되는데, 가산점 특혜 때문에 취업이 안 된다고 선동하는 찌라시는 서울,영남,충청 순으로 뿌려지고 있다니 블랙코미디죠.

보훈처가 밝힌 바에 따르면 공무원 가산점 혜택을 받은 전체 유공 대상자들(군경 전몰자,독립 유공자,4.19혁명 유족,고엽제 피해자 등등)이 3만명 가량일 때, 5.18 유공 대상자중 가산점 혜택 받은 사람은 390명 정도로 전체 유공자의 1.2%수준이라고 하는 군요. 광주시만 따로 놓고 봐도 가산점 대상자 중에 군경 전몰자등이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결국 5.18유공자의 가산점 혜택이 없어진다고 하더라도 가산점 혜택이 있는 다른 98.2%의 유공자는 여전히 존재하고 일반 수험생들에게 끼치는 영향(비호남이라면 더더욱)은 미미할텐데, 공무원 시험 때문에 자살한 수험생 기사에 518때문에 취업 안 되서 자살한거라며 저주를 퍼붓는 트윗하는 사람들 보고 못내 쓴웃음이 나왔습니다.

저나 제 주변, 제 아는 사람 중 5.18 직간접 희생자나 관련자는 없지만, 굳이 한 명 꼽자면 초등학교 수위아저씨가 있습니다.
학교 대소사 있으면 불러서 뭐든지 뚝딱 잘 고치는 분이었는데 한쪽 다리를 절어서 끌고 다니시듯 했죠.

그 아저씨가 다리를 절게된 사연은 초등 졸업 후 성인이 되서야 알게 되었는데, 지방지 신문에 그 분이 5.18때 길을 지나가다 계엄군이 쏜 유탄에 맞아 다리를 저는 장애을 입게 되었다는 사연이었습니다. 그 때 조금 퉁퉁이에 투박한 얼굴이었던 두 자녀들 사진도 실렸었는데 그 아저씨가 5.18 피해보상에 관한 법률에 따라 무슨 피해배상을 받았다면 아마 그 아이들도 가산점 대상자겠지요. 정확히는 모르겠으나, 5.18희생자 대부분이 서민층이었을 것이고, 희생자의 사망,후유장애, 사회적 냉대등으로 자녀들도 경제적 타격을 입었겠죠. 그들이 사건 이후 받은 보상과 가산점 같은 "혜택"의 총량이, 전두환이 챙긴 권력과 사욕, 그리고 그를 지지하는 세력이 챙긴 이득과 비교해서 어느 쪽이 더 큰지는 굳이 말하지 않겠습니다. 

비슷한 바운더리에서 나고 자란 사람마저도 공무원 수험이라는 좁은 길에서 경쟁자로 맞딱뜨려서는 조금이나마 유리한 가산점 대상자라는 것을 상정하고 실제보다 훨씬 부풀려 나는 그들때문에 불리할 거야라는 막연한 생각이 부지불식간 들게 되는데, 지난 시대의 아픔을 현 시대의 아픔(취업난)과 엮어 탄핵 이후 의도적으로 정치적 회생의 도구로 저열하게 이용해먹는 양아치들을 보면서 못 피우는 담배만 늘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