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지식인들 사이에서 자본주의 붕괴론이 유행인 모양입니다. 올해 다보스 포럼의 주제도 자본주의의 위기였구요. 그러나 자본주의 붕괴를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많지만, 자본주의 이후에 대해서 딱 부러진 뭔가를 내놓는 사람은 아직 없죠. 마치 3차원에 사는 사람들이 4차원의 세계를 상상하기 힘든 것처럼, 자본주의 이후의 세계는 여전히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 있습니다.

우선 자본주의 대안 사회를 이야기하려면, 다음의 질문들에 대해서 대답을 할 수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1. 자본가의 역할을 누가 할 것인가

자본가가 잉여노동의 착취자 탐욕의 화신 등등으로 불리고 있지만, 그들이 존속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그들이 바로 필요를 예측하고 개발하여 생산에 반영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었다는 겁니다. 비록 그들이 이윤이라는 동기에 끌려 그 일을 했지만, 어쨌든 훌륭하게 수행해 낸 것은 사실입니다. 또한 자본주의가 극복되어 자본가들이 없어지더라도, 그런 역할을 하는 사람들은 반드시 필요할테구요. 과거 현실사회주의 국가들에서는 그 역할을 공산당이 했지만, 끔찍한 비효율을 드러내며 망했죠. 이 질문에 대해 총체적인 해답을 제시하지 못하면 자본주의 극복은 아직 머나먼 일이 되겠지요.  

일각에서는 자본에 대한 소유와 지배를 공적으로 하고, 누군가가 경영자의 역할만 맡아서 하는 시스템이 될거라고 주장하는데, 그것이 기존의 관료적 국영기업과 어떻게 다른건지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2. 시장은 어떻게 할 것인가.

시장은 약육강식이라는 비정한 자본주의적 경쟁과 정글의 법칙이 지배하는 장소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노동생산물이 교환되는 장소이고 가격을 결정하는 기구이기도 합니다. 또한 생산에 필요한 수많은 정보들을 제공해주는 곳이기도 하죠. 우선 시장이 계속 존속해야 하는건지 아닌지도 답을 모르고, 만약 존속한다면 그 모습은 어때야하는건지, 폐지된다면 노동생산물의 교환과 가격의 결정, 생산에 필요한 정보들은 어떻게 할 것인지도 아직 모르죠.


3. 한정된 재화를 어떻게 분배할 것인가.

생산물중에는 생산량이 한정되어 있어서 모두에게 분배할 수 없는 것들이 수없이 많습니다. 가령 다이아몬드 반지 같은거죠. 결국 누가 그것을 소비할 것인가라는 선택의 문제가 대두되겠죠. 또한 설사 모든 사람들에게 분배할 수 있는 것일지라도, 누구부터 먼저 소비하게 할 것인지순서 결정의 문제도 있습니다. 현재는 그냥 간결하게 돈이 많은 사람 순서로 분배가 되고 있죠. 돈이 많다는 것은, 일단은 공동체를 위해서 더 많은 노동이나 기여를 했다는 증거로 간주 되는거니까요. 만약 현재의 방법이 아니라 다른 방법이 되어야한다면 그것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도 답을 할 수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자본주의의 위기가 코 앞에 닥쳐왔다는 목소리들은 점점 높아지고 있는데, 그 이후에 대해서는 우리가 아는 것이 거의 아무것도 없는 것 같습니다. 자본주의 극복이나 비슷한 주장을 하는 분들이 과연 저런 질문들에 대해서 흐릿하나마 나름의 답이라도 갖고서 그런 말을 하는건지도 궁금하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