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플루: 손세정제 먹고 취한 죄수들

어제도 가까운 이웃 가정이 아이를 출산했습니다. 축하도 해줄 겸 미역국도 가져다줄 겸 병원을 방문하니 정말 조금 과장을 섞어서 얘기하자면 복도 코너마다 10발자국 이내에 하나씩 손세정제가 배치되어 있더군요. 사용도 아주 간편하죠. 손세정제를 밤톨 한알 분량정도 손바닥에 받아 문지르기만 하면 불과 몇초안에 손안의 병균들이 제거되고 손도 바로 건조 상태로 바뀝니다. 이런 모든 작용의 핵심은 손세정제안에 함유된 알콜 덕분이죠. 이런 손세정제를 주변에서 흔하게 접할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현재 신종플루와의 전쟁에서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 모릅니다.

File?id=dfxcfzf3_664g7xjd3dz_b
자동 손세정제 디스펜서 (출처 - flickr)

그런데 이 손세정제와 관련된 아주 인상적인 사건(?)이 영국에서 발생했습니다.

텔리그래프지의 9/24 기사(재소자들 신종플루 손세정제에 취하다)에 따르면 영국 포틀랜드(Portland) 소재 번(Verne) 교도소에서는 재소자들을 신종플루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손세정제를 감방마다 배치했었다고 합니다.

File?id=dfxcfzf3_663drkgx6dz_b
영국 번 교도소 정경 (출처 -flickr)


이걸 재소자들이 손 소독하는데 사용하지 않고 아예 입을 가져다대고 전부 먹어치웠다고 하네요.


1626D5284AC276730C1A54
뭐 이런 모습? (사진출처)


아시다시피 맥주의 알콜 농도가 5% 정도이고 포도주는 12% 정도 그리고 위스키가 40% 정도인데 비해 손세정의 알콜 농도는 최소 60%에서 최고 95%정도의 에틸알콜이나 아이소프로필알콜이 함유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손세정제를 소량만 섭취해도 충분한 음주효과(?)를 거둘 수 있는 거죠.

결국 이렇게 취한 재소자들은 공격적으로 변했고 교도소내에서 대규모 패싸움을 벌이게 되었다는군요. 당연한 얘기지만 이 일이 있고 나서는 교도소 당국은 감방에서 손세정제를 모두 철거했습니다. 번 교도소뿐만 아니라 전체 영국 교정당국이 관장하는 모든 교도소에서 동일한 조처가 취해졌습니다.

그리고 번 교도소가 소재한 도르셑(Dorset) 카운티 지역의 부랑자들이 병원마다 설치된 손세정제를 먹어치워대는 통에 도르셑 카운티 병원에서도 아예 이 손세정제를 모두 철거했다고 하는군요.


사실 손세정제에 함유된 높은 알콜때문에 교도소의 재소자들이 문제를 일으킨 사건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이미 2007년 2월 워싱턴포스트지도 비슷한 내용을 기사화한 적이 있죠. (기사링크) 그때는 미국 매릴랜드주 교도소에서 퓨어렐(Purell)이라고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손세정제를 감방에 설치했는데... 재소자들이 비슷한 사고(?)를 쳤었죠. 퓨어렐의 경우 알콜(ethyl alcohol) 농도가 62%에 달합니다 (출처). 웬만한 위스키나 고량주 보다 쎄다(?)고 보셔도 될 겁니다.


현재 전세계 보건당국은 신종플루와의 싸움을 위해 악전고투중입니다. 백신도 예정보다 몇달이나 개발이 지연되어 겨우 다음달에나 시중에 풀릴 예정이죠. 정부 당국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타미플루같은 항바이러스제를 넉넉하게 비축해 놓는 정도입니다. 명색이 21세기라고는 하지만 이런 신종질병에 대해 인류의 지식은 턱없이 모자라기만 합니다. 그나마 현실 생활에 부담없이 적용할 수 있던 손세정제를 이런 식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생겼으니 정부 당국자들에게 한가지 골치덩어리가 더해진 셈입니다. 손세정제를 먹어 치울 생각을 하다니....-.-;;;


사족: 노파심에서 한가지 확인해 드려야 될 것이 있네요. 손세정제가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려면 최소한 60% 이상의 알콜이 함유되어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이렇게 높은 알콜이 함유되어 있다고 해도 정상적인 사용법에 준해서 손을 소독하는 용도로만 사용한다면 손세정제 자체가 무슨 문제를 발생시키는 제품은 아닙니다. 오히려 가격대비 효능으로 보자면 신종플루에 대처하는 아주 유용한 제품인 거죠.


발아점:
1. Purell cocktails and other complexities of managing a flu outbreak
2. Getting high on hand sanitize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