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기본적으로 지난번에 썼던 글의 반복입니다: http://theacro.com/zbxe/5299413


2. 지난번에도 말했지만, 안철수가 말한 1:1 구도라는게 결선투표제가 물건너 갔으니, 후보 단일화를 통해 인위적으로 만들어 달라는 것이 아닙니다. 대선 캠페인이 진행되면 진행될 수록, 실질적으로 1:1 구도가 만들어져 간다는 뜻입니다. 

어떻게 보면 아주 영리한 포석의 힘입니다. 3개월전 탄핵 국면이 채 마무리 되기도 전, 반기문이 귀국 하기도 전에 미리부터 그렇게 포석을 깔아두었습니다. 안철수대 문재인 구도가 된다고 말입니다.

반신반의 하던 사람들도 안철수가 말한 게 하나 둘씩 얼추 들어 맞아가니까, 이제 안철수의 말을 의식 안할 수가 없게 된겁니다.

안철수의 '예언' 내지는 '예측' 이란 게 치밀한 계산에 의한 것이었더건, 뱃심좋게 그냥 질러본 것이었더건, 아니면 신기를 받거나 성령의 은혜를 입은 것이었건 간에, 이제는 굴러가며 눈덩이처럼 커지면서 자기 실현적인 속성을 지니게 되어 버렸습니다.

사람들이 안희정이건, 이재명이건 슬슬 눈에서 벗어나고, 진짜로 안철수 vs 문재인 드림 매치가 벌어지는가? 드림매치가 벌어지면 누가 이길까? 이걸 궁금하게 생각하기 시작했다는 말입니다. 


3. 아닌게 아니라 오늘 동아일보/R&R 여론 조사 결과가 나와서 여러 다른 언론에 인용되었습니다. 

헤드라인은 1:1 대결 가정시 41.7:39.3 (나머지 모름/기권) , 오차 범위라는 쇼킹한 내용이었습니다. 

http://moneys.mt.co.kr/news/mwView.php?type=1&no=2017033108428012437&outlink=1
동아일보는 오늘(31일) 대선 후보 지지율 양자 대결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민주당 대선 후보로 결정된 경우 문 전 대표 41.7%, 안철수 전 국민의당 공동대표 39.3%로 나타났다. 

물론 이렇게 인위적인 1:1 구도가 실제로 발생하게 될 일은 극도로 희박합니다.  하지만 안철수와 국민의당 측에서 계속적으로 대선구도는 문재인대 안철수(혹은 국민의당 후보)라는 것을 끈임없이 이야기 해줌으로서, 사람들이 이 구도에서 대선을 바라보게 만들었습니다.  

이제  " 민주당 경선이 사실상 대선 결승" 이라는 말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습니다. (더민당이 가져가고 싶었던 프레임) 본선 끝나도 결선 가서 한번 봐야겠다라고 생각하는 겁니다. 

그 결과는?

다자 구도에서의 지지율 상승입니다.  동일한 동아일보 조사에서 5자 구도 하에서 결과가 이렇습니다.

2017-3-30.png


 5자 구도하에서도 안철수, 문재인 구도가 뚜렷해 졌습니다. 문재인이 이재명, 안희정 표 다 흡수해서 50% 가뿐히 넘긴다? 그럴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입니다.

심지어, 안희정/이재명을 전부 넣고 아무나 다 고르는 배틀 로얄식 여론 조사에서도 안철수는 2위를 굳히고 상승 중입니다. 

갤럽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2D&mid=shm&sid1=100&sid2=265&oid=018&aid=0003786704


리얼미터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0&oid=001&aid=0009147410


4. 안철수가 1:1 대결에서 승리하는 방법이 탄핵 반대한 꼴보수 박근혜 지지층표 받아온다는 생각은 아닙니다. 

이전 글에도 말했지만, 투표인 기준 대충 20~30% 정도 까지의 보수 지지층은 김진태가 되었건 홍준표가 되었건 (아니면 유승민이건) 보수 후보에게 표 줄수 있을 겁니다. 그럼 남은 70~80%의 진보 ~ 중도 ~ 온건 보수의 유권자를 놓고 문재인대 안철수가 다투는 형세가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괜히 보수표 얻어오겠다가 유승민과 연정하겠다거나, 김진태랑 연합하겠다는 건, 어짜피 표 안줄 사람들을 바라보고 중요한 전장에서 손해를 보는 좋지 않은 전략이라는게 안철수 그리고 박지원의 생각입니다.

그래서 70-80% 정도의 기존 야권 + 중도 부동층을 대상으로 문재인과 표 싸움 하고있는 겁니다. 더불어민주당 경선에서 안희정이나 이재명에게 표가 몰렸던 이유도, 이 유권자들이 문재인에게 표를 주기 싫어한다는 신호였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더불어민주당 (비문)과의 연정은? 

굳이 더불어 민주당과 연정할 당이라면, 안철수와 박지원, 그리고 국민의당이 더불어당 바깥에 있어야 되는 이유가 희박해집니다. 안철수가 당내 경선 못이길거 같으니까, 대선 나가 보려고 가짜로 만든 임시 정당, 페이퍼 정당이냐는 소리 밖에 더 듣겠습니까. 굳이 문재인 대신 안철수를 선택할 이유가 분명해 지지 않습니다. 왜 굳이 원조 나두고 짝퉁 선택합니까.

그러니 안철수는 (그리고 박지원은) 국민의당이 더불어민주당을 대체할 (더좋은) 정권 교체의 주체라는 메시지를 주고자 합니다. 


5. 호남 지지

지난 호남 경선의 성공은 매우 중요한 마일 스톤이었습니다.  호남 경선을 첫 주말, 맨 앞에 위치시킨 박지원의 선택이 효과를 발휘했습니다. (안철수측은 부산 경선을 먼저 하길 바랬다고 들었습니다.)

안철수 지지율이 낮을 때는 다음과 같은 안 좋은 피드백 루프에 빠져있었습니다.

    (호남: 안철수 지지율 떨어졌나? 안철수로 정권 교체 안되려나) --> (수도권/기타: 호남에서 지지세 빠지네, 안철수 안되겠다) --> (호남: 안철수 지지율 떨어지네, 안철수로 정권교체 안되겠다) -> ... 

그래서 야권 민심의 풍향계이자 코어 대주주인 호남지역에서 여러가지 다른 길을 찾고자 한겁니다.

* 일단 정권 교체는 해야겠으니, 그냥 문재인 찍자.
* 문재인 말고 더민당내 다른 대안을 찾아보자 -- 이재명, 안희정


그런데 지난 호남지역 국민의당 경선에서 빗속에서, 몇개 없는 투표장을 직접 찾아가야 하는 현장 투표에 무려 9만명이 넘는 인원이 전남,전북,광주+제주에 몰리는 모습을 보여준 겁니다. 

그래서 저 위에 나온 피드백 루프를 깨뜨리고 반대 방향으로 돌릴 계기를 만들 수 있는 겁니다.

   (수도권/기타: 어 이거봐라, 호남이 사실 안철수 지지했네?) --> (호남: 안철수 지지율 올라가네? 안철수 일찍 포기할 필요 없겠는걸?) --> (수도권/기타: 호남이 안철수로 쏠리네, 1:1 구도 되면 모르겠는걸?) --> (호남: 이거 추세 보면 안철수로도 정권 교체 가능한거 아니야? 문재인한테 굳이 표 줘야되?)  --> ...

극우를 제외한 70~80% 정도 되는 야권+중도를 놓고 싸우는 형국이라면, 호남 지지는 굉장한 advantage를 줄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닌게 아니라 갤럽조사 등에 나타나는 문재인 '대세 지지율' (큭) 을 떠받히는 상당수가 지금 야권의 축인 호남에서 나옵니다. 그런데 그 호남 지지율이 과연 문재인이 예뻐서 나오는 지지율일까요? 아니면 정권 교체를 해야 겠는데, 안철수는 안될거 같으니 제1야당 문재인에게 주자는 생각에서 나오는 지지율 일까요?

문재인 캠프도 이런 생각을 하기 때문에 기를 쓰고 호남에서 대세를 유지시키려고 더민당 호남 경선에 온갖 무리수를 다 쓴 겁니다. 

문재인이 세가 대단한 것 같지만, 소수 열성 지지자들과 이미 줄대서 이권으로 묶인 사람들을 빼면 안정적으로 그를 받혀줄 만한 사람보다는 제1야당 후보자고, 될 사람 같으니까 밀어주자는 사람이 더 많습니다. 

근데 그 기반이 흔들리기 시작하면?

흔들림이 진행되다 넘어가는 지점 (티핑 포인트)이 찾아오면 와르르 무너질 수도 있습니다. 


6. 연대는 없다, 자강론

대선 전략상 연대를 안하겠다는 소리는 동의합니다만, 그렇다고 39석으로 어떻게 정권 운영할거냐는 지적은 타당합니다. 적어도 80~100석은 되야 여소야대 국회지, 40석 가지고는 그것도 안되는 국회내 소수파입니다. 

지금 연대하자는 사람들은, 리스크를 지고 싶지 않으니 그냥 지금 소속 정당에 걸치고 있다가 혹시 정권 잡으면 지분좀 달라고 우겨보고, 수틀리면 바로 거대 야당으로 노릇 하면 된다는 사람들이 아닐까 합니다.

반면 안철수, 박지원의 현재 일관된 메시지는 "연대는 없지만, 입당을 막지는 않겠다."라는 것입니다.

우리가 대선 승리할테니 국민의당으로 당적 바꾸라는 뜻이겠습니다.

지금 더민주에 미리 줄선 사람 아니면 다음 (지방) 선거 공천 국민의당 와서 받으라는 이야기가 아닐까 합니다. 

안철수의 지지율이 높아질수록, 대선 승리 가능성이 높아질 수록, 이 전략 또한 더욱 효과적이 될 겁니다. 그게 아니면 철새소리 듣더라도 선거가 끝난 다음에 (더민주 비문, 바른정당 일부) 당적을 옮길 생각을 하는 사람들도 있겠습니다.

지난번 글에서 천리마의 뼈 이야기를 한 것도 이런 생각의 연장선입니다. 일단 당적 바꾸고 국민의당으로 온 사람들이 대접받는 모습을 보여줘야, 현역의원이건 지방선거 예비후보건 국민의당 입당을 고려해 보지 않겠습니까.  


7.  이 전략은 성공할 것인가?

잘 모르겠습니다. 저야 인터넷에 글이나 쓰는 일반인이지, 무슨 대단한 예측, 분석이나 할 수 있겠습니까. 

다만 말이 아예 안되는 전략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응원할 뿐입니다. 

여러번 이야기했듯, 안철수의 '새정치'의 실체는 무능하고 욕심만 많은 지금의 정치세력의 주류를 교체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자신들의 욕심과 철지난 아젠다가 아닌 진짜 국민들의 이해를 대변하는 전문적이고 유능한 사람들이 대한 민국의 정치를 이끌도록 하는 일이라고 말입니다.

안철수의 대선 승리, 국민의당 중심의 정계 개편은 그를 위한 중요한 반환점이 될 거라고 생각하고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