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철이다 보니 비슷한 글을 자꾸 쓰게 되네요. 다만 제가 생각하기에 지금이 아주 중요한 시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자꾸 반복하게 됩니다.


1. 몇 번 이야기했듯 국민의당 경선은 통과 의례입니다.

경선 결과 자체에 큰 의미를 두기 힘듭니다. 뭐로 하건 안철수가 이길 겁니다.  문재인과 1:1 대결 이런거로 여론 조사한다고 손학규가 이기겠습니까. 어떻게든 생트집 잡고 있는거죠.  (참고로 2012 대선때는 안철수가 vs. 박근혜 1:1 대결 여론조사 하자고 했었음.)

가장 중요한 건 이 경선 과정을 통해 안철수가 어떤 모습을 보여주냐 하는 겁니다.

전남, 광주, 전북에 사는 사람들을 안철수가 이르고자 하는 정권 교체의 주체로 대접하고 있는 건지,

아니면 적어도 정권 교체의 파트너 역할로 인정하고 있는 건지,

아니면 그냥 단순하게 표를 받아와야 되는 대상으로 보고 있는 건지 말입니다. 


2. 손학규의 역할은 안철수를 시험하기 위한 리트머스 종이입니다. 손학규의 무리한 생떼에, 경선을 파토내는 대신, 박지원 대표가 자꾸 받아주는 이유도 거기에 있습니다.  단연컨데, 손학규로 정권 교체 할수 있다거나, 대선전 개헌이 가능하다고 진지하게 믿는 사람 별로 없습니다. 

이번 경선의 핵심은 안철수에 대한 시험입니다.  

안철수가 보여 달라는 겁니다. 자신이 말하는 정권 교체가, 자기 개인에 대한 지지자들을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 전통적 야권 지지자들에게 어떤 의미인지 말입니다.  

설령 지금 분위기에서 안철수가 대선에서 이긴다고 한 들, 그게 지금 국민의당 지역구 의원들 거의 전원을 배출해낸 전남,광주, 전북지역의 주민들이, 자신들이 승리한 것처럼 느낄 수 있을 까요? 

옛날 노무현이 그랬듯, "니들이 나 좋아서 찍었냐? 이회창 싫어서 찍었지."   (문재인이 5.18 유공자 모독하는데 왜 안철수 지지율 안오르냐?) 이런 소리나 듣는 게 아닐까요?

안철수 대통령 되면, 후단협으로 대표되는 호남 지역주의 세력이 민주주의의 적이고 온갖 악의 근원으로 몰아붙여 수 년 간 모독하며, 자기들의 알량한 승리감을 배설하던 사람들이 이번에는 안철수 이름 걸고 돌아오는 건 아닐까요?

문재인에게는 표 셔틀질 하면서, 왜 안철수한테는 표 가져다 바치지 않냐고, 대놓고 협박질 하면서, 전남,전북,광주 지역 거주민들의 정치적 선택의 자유를 아예 무시하며 조롱하는 사람들이 많아지지 않을까요?

전남,전북,광주 지역구 의원들이 누군지, 그들의 성향이 어떻게 다른지, 그 사람들 배경은 뭐고 업적은 뭐고 관심사는 뭔지 하나도 모르고, 그냥 호남중진 이라고 하나로 묶어서 호남토호-만악의 근원으로 몰아붙이던 시절이 돌아오는거 아닌가요? 그래서 호남에서 뭔가 정치적 파워를 가질만한 사람들은 일찌감치 싹을 잘라버리고, 그냥 자기 말 잘 듣는 로보트 같은 사람들로 대처하려고 했던 열우당계열 친노 민주당 시절로 돌아가는거 아닌가요?


이런 불안감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국민의당이 호남 거의 전 지역구를 석권 했음에도 불구하고, 호남지역에서 지지율이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것입니다. 명실상부한 국민의당 대선주자인 안철수에 대한 지지율도 비슷한 수준이고 말입니다.

그러니까 호남에서도 문재인이 아무리 싫고 마음에 안들어도, 그 대안으로 이재명도 찾았다가, 안희정도 찾았다가 하는거 아니겠습니까.

"문재인 싫으니까 안철수 그냥 찍겠지, 니들이 별 수 있겠냐. (그렇게 당하고도 안철수 안찍고 문재인 찍으면 니들은 진짜 등신들이다.)"

그런 식으로 나이브 하게 생각하면 안됩니다.  

호남지역은, 우리나라 다른 어느 지역과 마찬가지로, 정치적 선택권이 있습니다.

아니. 오히려 그 보다 더 합니다. 대한민국 야권의 중추이자 뿌리의 역할을 해왔던 호남의 정치적 선택은 훨씬 큰 의미를 지녀오지 않았습니까?


3. 이번 경선을 통해 안철수와 국민의당이 이루어 내야 하는건, 국민의당이 그리고 그 대선주자 안철수가 전통적 야권 지지 지역인 호남의 의지와 대표성을 충분히 품어낼 수 있는 지를 보여주는 일입니다. 

손학규와 박주선은 그 과정을 위해 동원된 사람들에 불과합니다.  (특히 박주선은 별 생각 없었는데 천정배가 사퇴하면서, 박지원이 호남 지역 출신을 대표하기 위해 특별히 끌어들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결과는 당연히 안철수입니다만 중요한 건 그 과정입니다.

안철수가 국민의당과 현재 지역구를 책임지고 있는 호남지역에게 얼마나 진지한 태도로 접근하는지를 보여줘야 합니다.  당장 경선룰이 (불합리하게) 결정되면서, 안철수 캠프나 그 지지자들이 경선에 임하는 태도 부터가 달라지지 않았습니까? 

안철수 '파'는 외부에서온 유랑집단이고, 호남에서 표나 받아먹으려고 한다는 인식을 없애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가장 이상적인 경우는 이번 경선을 통해, 호남지역 지지자들의 대표성을 충분히 포함할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이 확인되는 것입니다. 그럼으로서 호남지역 거주민들이 적극적으로 국민의당을 지지하도록, 국민의당을 통한 정권 교체를 자신들의 승리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만드는 일입니다. 성공적인 정치 지도자로서 안철수가 김대중 전대통령의 길을 간다고 한다면, 이 길이 제일 바람직 합니다. 

그게 어렵다면 최소한도의 신뢰가 있는 비즈니스 관계라도 확립해야 합니다. 국민의당안에 '안철수파'와 '호남 지역구파'가 있는데, 그 두 집단이 결이 다르지만, 적어도 안철수가 대통령되서 국민의당이 여당이 된다고, '호남지역구파'가 단체로 물을 먹고 멸시받지는 않을 거라는 가시적인 약속 말입니다. 호남이 정권 운영을 담당하는 파트너로서 동작할 거라는 약속 말입니다. 비즈니스 운영 경력이 있는 합리적인 정치인으로서의 길을 가고자 한다면, 적어도 이 정도 약속은 해줘야 합니다. 

그게 아니라, 단지 호남은 표밭이라고 생각하고, 문재인 싫은데 왜 나한테는 표 안주냐고 징징대고, 어짜피 니들이 나 아니면 문재인 찍을꺼냐고 단순하게 생각하면.. 그건 그냥 "박근혜 싫으니까 문재인 찍어라. ",  "박근혜는 되는데 문재인은 왜 안되냐"며 생떼 부리던 친문 달레반들이랑 비슷해 집니다. 실패하는 길입니다. 

그런식으로 접근한다면 호남이 굳이 거의 정권 교체가 확실시 되는 마당에, 제1야당 프리미엄 있고 지지율도 제일 높은 후보들 가지고 있는 더불어 민주당 버리고, 안철수에게 올인할 이유가 없습니다. 


4. 한가지 확실한건 있습니다.

제가 항상 보수적으로 글을 씁니다만, (미신적이지만 부정탈까봐, 섯부른 말이 화를 부를까봐...입니다) 속으로는 항상 생각하고 있는 게 있습니다.

적어도 이번 선거에서는, 호남 지지 온전히 받아오면 99% 승리합니다. 

이번 선거는 정권 교체는 확실한 선거입니다. (국민이 나서서 헌법,법률 위반하던 박근혜 합법적으로 끌어 내렸습니다.)  극보수를 제외하곤 야권후보에 투표하게 되어 있습니다. 심지어 탄핵 찬성했던 바른정당도 선택받기 어렵습니다. 유승민이 아니라 오바마가 바른정당 있었어도, 이번엔 바른정당으로 대권 잡기 어려울 겁니다. 

그렇담 기존 야권 지지자 + 중도를 놓고 싸우는 게임입니다. 

한가지 문재인씨는 친문 극성층과 제1야당이라는 프리미엄 가지고 있습니다. 호남의 적극적 지지는 문재인씨의 이 프리미엄을 상쇄시킬수 있습니다. 그제서야 중도층은 개인 안철수와 개인 문재인의 능력치를  비교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개인 안철수의 압승입니다. 그 티핑포인트가 오면 제1야당 프리미엄도 마저 무너질거라는 생각입니다.


단순히 선거 공학 적 표계산 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여러차례 이야기 했지만, 안철수 의원이 정치 하면서 정통 야당의 길로 가고, 야당 본산인 호남에 공들이고, 김대중 대통령의 길을 가려고 하는 모습을 여러차례 보였습니다. 그것은 본인의 선택이었습니다. 그리고 옳은(just) 선택이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안철수 의원 존중하고 높이 평가합니다. 

단순히 패권 친문세력이 호남에 빌붙어 빨때꼳고 삥듣이며 빌붙던 걸 비난하면서, 그 수법을 그대로 재현하는 거처럼 보이는 건 안철수 의원이 말하는 새정치와 거리가 먼 일일 겁니다. 


호남의 의지를 대표하는 대표성을 획득하건, 호남과의 정치적 파트너쉽을 공고하게 하건, 안철수 의원이 그 방법을 찾을 때입니다. 

초선이더라도 호남의원들을 전면에 내세우던지, 호남지역 빅네임을 영입하여 실권을 주던지, 공약을 걸던지, 그 자세한 방법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확신하는 건, 이 길은 안철수 의원이 애시당초 선택한 길, 한국 정치의 왜곡된 부분을 바로 잡는 올바른 길이라는 겁니다. 

그러니 안철수 의원 본인이 본인의 중요한 정치적 역로에 있어서 큰 이정표를 세우고 지난다고 생각하고, 남은 기간 동안 효과적인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