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안철수 의원의 정무적 감각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는 것과는 달리.제가 파악하는 안철수의 대선 승리 전략은 상당히 현실적입니다.

승산이 상당히 있습니다. 무시하지 못할 정도라고 생각합니다.  몇주전에 쓴 글에서 잃어도 되는 금액이라면 안철수에게 올인, 그렇지 않다면 안철수로 헷징이라고 쓴 적 있었습니다. 지금은 그때보다 조금 더 높게 잡고 있습니다.  

결선 투표제 입법안 내 보지도 못했으니, 1:1 구도는 물건너 간거 아니냐? 바른정당 연대 없이 어떻게 이기겠느냐 이런 이야기가 나옵니다만, 제 생각에 지금 안철수가 두고 있는 수가 (몇개 없는) 이기는 수가 아닌가 싶습니다. 


2. 진보대 보수 49대 51이니까, 보수에서 표 받아야 온다고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안될거 같다고 생각합니다.

차라리 진보 25~30, 중도(스윙)35~45, 보수(30~35) 이 정도로 보고, 결국 중도가 어떻게 갈라지냐에 따라 대선의 향방이 가름되는게 아닌가 한다는 생각입니다. 

먼저 보수 중에서도, 진성 보수  들이 있습니다. 헌정유린범 옹호 집회를 주최하고, 불법 시위로 군중들이 경찰에게 폭력을 가하게 유도하는 그런 사람들이 속한 그룹입니다. (물론 그런 꼴통이 전부라고 생각하지는 않겠지만). 이 사람들은 목에 칼이 들어와도 '나라를 살리는 마음으로' 절대 지금 야권에 발 걸친 사람들에게 표줄 생각 없습니다.  특검 반대할 때 나오던 한 20~30% 정도의 여론은 문재인이건 안철수건 안희정이건 결국엔 표 안줄거라고 봅니다.

(지금 자유당에서 15분에 1억씩 써가면서 대선 후보 굳이 나오려고 하는 이유가 뭐겠습니까?, 일단 본선에만 나가면 저 표는 다 자기가 받을 거라는 계산입니다. 그리고 나서 대선 이후 영남권 보수 야당에서 보스 노릇 할려는 거겠죠.)

그렇다면 중도는?

안철수의 생각은 이번 대선이 박근혜의 역대급 헌법 유린에서 유발되는 만큼, 중도는 '보수'를 선택하지 않을 것, 정권 교체를 선택할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그 생각에 저도 동의합니다.

그렇다면, 바른정당이 아무리 합리적인 보수를 내세워도, 진성(꼴통) 보수는 자유당 찍고, 중도는 '박근혜 묻지 않은' 사람을 뽑을 테니, 대선에서 의미있는 득표를 하기가 어렵다는 말이 될 겁니다.  (심상정과 득표율이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안철수의 전략은 기본적으로 남은 70~80 정도의 표를 가지고, 정권교체를 누구를 통해 할 꺼냐를 놓고 기존 야권 + 중도에서 더민당 문재인과 경쟁하겠다는 겁니다. 


3. 안철수는 진작부터 이런 비전 대놓고 이야기 했는데, 오히려 정치 평론가/정치인들이 그걸 못받아 들이는 모양새 입니다.  

물론 쉽지는 않습니다. (뒤에서 이야기 하겠지만 한가지 큰 전재가 필요합니다.)

그렇지만 안철수 본인은 영리하게도 필요한 스텝을 잘 밟아 가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제가 안철수의 정무 감각에 대해 놀랍게 생각했던 부분이, 방송에서 뜬금없이 '이재명 시장 화이팅'을 내세우며 친밀감을 표했을 때였습니다. 상당히 좋은 수였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이재명과 안철수는 느낌이 많이 다르지요. 이재명은 좀 과격해 보이기도 하고. 운동권 출신에 저돌적이고. 정책 방향도 안철수랑 많이 다릅니다. 근데 뜬금없이 안철수가 이재명에게 친근감을 표출하고, 그걸 발전시키는 겁니다.  유사한 얌전한 이미지에 정책도 비슷한 유승민이 아니라 말입니다.  왜였습니까?

정책의 차이 보다는 지지층의 유사성에 더 주목했던 겁니다. 기본적으로 이재명 지지층은 진보적인 정책 지지자나 이재명이 키워온 조직 지지자들도 있지만, 최근 영입된 지지자들은 기본적으로 뭔가 바꾸고 싶은 사람들입니다.  문재인/참여정부 회귀에 반대하고, 뭔가 대한민국 방향이 바뀌었으면 하는 사람들이란 말입니다. 

어짜피 더민당 경선은 문재인으로 결정나게 되어 있는 이상, 경선이 끝나고나서 그 지지층들을 누가 흡수하냐의 문제가 있습니다. 그래서 미리부터 수를 둔 것입니다. (어느새 온라인 상에서 이재명 지지자랑 안철수 지지자가 동급 취급 받지 않습니까?) 


반면 바른정당과의 연대 이야기는 학을 떼고 대노하면서 꺼내지도 못하게 한다고 들었습니다.  왜입니까?  결국 마지막엔 박근혜 를 대신하는 정권교체를 놓고 유권자가 판단해야 되는데, 바른정당과 일찍부터 연대하게 되면 '정권 교체' 이미지만 희석되기 때문입니다.

정책방향이 비슷한 이상, 어짜피 바른정당에 눈이갈 유권자들은 (생각있는 중도, 보수) 선거 막판이 되면 자연스레 당선가능성 있고, 정권교체 속성을 가지고 있는 안철수로 자연스럽게 올 수 있다는 생각이 아니겠습니까?


그렇게 되고 나면 결국 남은건 70~80을 놓고 문재인 과 안철수를 다투는 구도가 된다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그 구도에서 대선이니 만큼 후보 본인의 경쟁력이 큰 요소가 될거라는 생각입니다.  개인의 이력. 능력. 말과 행동. 정치적 업적 등등의 개인 대결에서, 안철수 자신이 문재인을 압도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기존 친노/친문 핵심들 (온라인에서 목소리만 큰)을 제외한 나머지 야권 지지자 및 중도에게 정권 교체를 위한 보다 나은 적임자로 판단 받아 대선을 승리한다는 겁니다. 


전 안철수의 이런 생각과 전략이 허무맹랑 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대통령 될 가능성 상당히 있습니다.

단 조건이 좀 있습니다.


4.  안철수가 중도 (수도권)에게 대안으로 인정 받기 위해서는 국민의당을 통해 호남에서 안정적인 지지, 상당한 지지를 얻는 게 전제 조건이라고 생각합니다. 

개인 안철수가 개인 문재인 보다 월등하고 비교가 안될 정도라는 건 선거 초중반에 금방 드러날겁니다. 

근데 그것만으로 과연 안철수가 대통령이 될 수 있을까요?

기존 대선에서 제3후보가 아무리 뛰어나고 똑똑하다고 해도, 유권자는 그 후보를 페이스 메이커로 생각하지, 마지막날 막상 그 후보에게 표를 주기 망설여 집니다. 저 사람이 대통령 되면 누구를 데리고 국가 제대로 운영할 수 있겠어? 대통령 될 자격이 있나? 그래서 그냥 제1정당, 제2정당 후보에게 눈길주고 그중 선택하는 성향이 있어왔습니다. 일단 제1, 제2당에서 밀어준 후보니까하고 말입니다. 

선거용 임시정당 가지고는 그런 선택 받기가 쉽지 않습니다. 어중이 떠중이 정당이고, 대선 끝나면 없어질 떳다방 으로 보이니까요. (예, 창조한국당) 

그런데 만약 안철수가 국민의당을 통해 호남에서 지지세를 확인하고 올라온다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호남이 선택해서 올려보낸 후보가 되는 겁니다. 호남이라는 야권의 본류이자 최대 주주 말입니다. 수도권 중도 유권자 층이야 대선때 총선때 이쪽 투표했다가 저쪽 투표했다가 하는 부평초 같은 존재이지만, 호남이라는 지역은 뿌리와 같습니다.  지역구를 중심으로 야권을 받쳐주는 버팀돌이 되어주는 곳입니다.  

그럼 수도권/중도 유권자 입장에서는 안철수가 대안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국민의당이 대통령 선거 끝나고 휙 날아가 버리는 존재가 아니라, 호남이라는 지역을 통해서 영속적인 정권을 만들 의지가 있는 존재로 각인된다면 말입니다. 

(거기에 대선이후 국민의당 중심으로 정계 개편 가능성이 보이면 -- 예 비문들의 탈당 및 합류 -- 더욱 그렇습니다. )

그렇게 되야지만, 수도권/중도 유권자들 사이에서 안철수와 문재인의 개인적 능력 차이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할 겁니다. 


5.  저는 호남지지가 없어야만 영남에서 표얻는다고 생각하는 지역주의 정치공학자들과 생각하는게 다릅니다.

호남지지를 들고 와야 수도권에서 표 얻을 자격이 생긴다고 생각합니다. 수도권 중도가 보기에 호남이냐 영남이나 어디 변두리 지방인건 마찬가지. (기차 타고 3,4시간 걸리는 곳. 1년에 한번 휴가 갈때나 갈까 말까. 친구 부모님 돌아가셨을때 문상가게 되면 멀어서 가기 힘든...) 그러니 그냥 야당은 호남당, 여당은 영남당입니다. 그때그때 봐서 둘 중에서 좀 괜찮은 사람이 올라왔을때, 고르려고 한다는 말입니다. 

그러니 제 생각에 안철수 의원으로서는 이번 국민의당 경선을 통해 호남에서 자신의 지지를 공고하게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국민의당이 선거용 조직이 아니라, 대선이후 국민의당을 중심으로 정계를 개편되어, 친노/친문이 쪼그라들고, 다음 선거에선 국민의당이 제1당 되는게 자기가 바라는 새정치의 실현임을 확실하게 밝힐 필요가 있습니다. 

그를 위해, 영입이건 공약이건, 스킨쉽이건 뭐든지 필요한 액션을 취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그런 의미에서 "호남중진이 안철수 죽이려고 한다." 하면서 호남의 만행이라며 큰소리로 외치는 주변 지지자의 목소리는, 안철수가 대권을 얻는데 있어서 득보다 실이 많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안철수 시작부터 지금까지, 친문이 안철수를 죽이기 위해 가장 공을 들인 방법은 호남과 안철수 사이를 갈라 놓는 일입니다. 

만약 안철수 대통령 되기만 하면, 바로 호남 팽해 버리고 비하 하고 싶어서 몸이 닳아 있는 것 처럼 보이는 사람이 혹시라도 있다면 큰 문제입니다.  '호남 시골 것들. 안철수 님이 정권 잡으려고 같이 하시겠다는데, 고마와서 굽신굽신 꽃길 깔아주질 못할망정, 감히 뒤통수를 쳐? 정권만 잡으면 네놈들은... 우리 믿음으로 뭉친 안철수 지지자들은 그 모든 고난 극복하고 끝내 이기리라, 그때가 되면 두고 보자.'

15년쯤 전에 비슷한 마인드셋을 가졌던 사람들이 일부 있었습니다.

그 마인드 셋의 끝은 열린우리당 분당이었고, 대북송금이었고, 참여정부의 화려한 실패였습니다.

그길을 또 다시 가기 위한 정권교체라면, 안하는 게 더 낫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