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추어 역사학도로서 오늘 오전 11시로 예정된 박근혜 탄핵 심판 결정문 발표가 기대되고 흥분된다. 왜냐하면, 탄핵 결정문 내용에 관계없이 역사의 갈림길에 내가 서있다는 것을 내가 인식하기 때문이다.


1971년 대선.......... 1972년 유신 독재.......... 1980년 518학살.......... 1990년 3당 통합.......... 1997년 IMF 사태............


이 정도가 내 생애에 발생한, 대한민국 역사의 전환점을 만든 굵직한 사건들일 것이다. 그리고 이 굵직한 사건들의 대부분이, 어떤 사건들은 사건 발생 당시에 내가 너무 어려서, 또 어떤 사건들은 사건 발생 당시 정보의 부족 때문에 대한민국 역사의 전환점이 되리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었다.


예로,  아직도 나를 구속하는 부채감으로 작동하는, 1980년 518학살 사건이 발생했을 때, 당시 고학생이었던 나는, 광주현장에서 어떤 학살이 예정되어 있는지 전혀 짐작도 하지 못한 채 휴교령이 내려진 것을 보고 '이게 왠 떡?'하면서 기뻐했으니까. 그리고 그 학살의 의미와 그 학살이 우리 역사에 끼친 영향에 대하여 인지한 것은 먼 훗날의 일이었다. 즉, 역사의 전환점의 한 구성원이었던 나는, 이유가 어디 있었던지 간에, 역사의 흐름 속에 객관화를 시켰다는 것이다.



어쨌든, 이 사건들의 역사의 흐름 속에서의 의미를 훗날 기록들 읽고서야 알게되었던 반면, 오늘 오전 11시에 있을 박근혜 탄핵 심판 결정문 발표는 내가 주체적으로 역사의 전환점이 될 사건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으니 어찌 기대가 되지 않고 흥분되지 않겠는가?


먼 훗날 우리 후손들이 오늘의 사건을 반추할 때 그 사건의 구성 요건 중 아주 미약하나마 내가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고 비록 장삼이사 중 한 명이 불과하여 역사에 이름을 남길 가능성이 거의 없지만 (흐음.... 모르지... 인터넷 사상 최악의 악동이라고 기록될지도... ^^ ) 이름을 남기는 것만이 의미가 있을까?


오늘 11시에 있을 사건을 문학적으로 표현한다면, '나는 지금 역사 속에서 살아 숨쉬고 있다'는 것이다. SF적으로 언급하자면, 지금 나는 영화 '인터스텔라'의 출연 인물 중 하나라는 것이다.

백이숙제는 "以暴易暴"를 남겼고 한그루는 "以"를 남기고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