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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엔가 1997년엔가 김대중이 쓴 [대중참여경제론]이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이 책은 김대중의 명의로 출판되었지만, 4명의 경제학자들의 공동저작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이 책을 읽고 '정경유착'과 '관치금융'이라는 말의 뜻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아크로 회원 중에 혹시 모르시는 분이 있을까봐 대충 설명을 해 드리겠습니다.
대통령이나 여당은 총선이나 대선에서 돈으로 선거운동원들을 동원하려고 돈을 모아야 합니다. 기업인은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서 사업에도 사용하고, 부동산투기에도 사용해야 합니다. 은행장은 자신의 자리를 갈아치울 수 있는 정부의 눈치를 봐야 합니다.
대통령은 기업에 뇌물을 받습니다-- 대통령은 은행장에게 특정 기업의 대출을 잘 봐주라고 전화합니다--은행장은 기업에게 대출을 승인해 줍니다--기업인은 대출받은 돈으로 사업에도 투자하고 부동산투기에도 사용합니다
이와 같이 대통령과 기업인이 뇌물을 주고받고, 그 댓가로 은행 대출이나 사업 편의를 제공받는 것이 정경유착입니다. 그러자면 은행장에 대한 인사권을 대통령이 쥐고 있어야 하고, 은행은 대통령의 뜻대로 대출하는 것이 관치금융입니다.
제가 1995년 4월23일부터 한겨레신문 대치지국에서 신문배달원으로 일하기 시작했는데요, 그 해 7월엔가 [한겨레21] 잡지가 창간되어서, 매주마다 본사에서 신문지국으로 몇 권을 발송했습니다. 정기독자 외에 여유분으로 2권이 발송되었는데, 저는 그것을 주로 읽었더랬습니다. 그 때 읽었던 기사를 몇 개 기억하는데요, '금융자유화'라는 말이 유난히 기억에 남았습니다. [한겨레21] 잡지는 그 때 금융자유화와 기업 구조조정을 외치고 있었습니다. 저는 관치금융의 반대말이 금융자유화라고 알고 있습니다.
1995년 당시의 야당이 아무리 금융자유화를 외쳐도 민자당(민주자유당)이나 김영삼 대통령은 꿈쩍도 않았습니다. 기업인에게 뇌물을 받아 처먹고 그 돈으로 선거운동을 해야 하니까, 관치금융을 도저히 그만둘 수가 없었던 겁니다.
실제로 한보그룹의 정태수 회장은 김영삼 후보 캠프에 200억원의 대선자금을 바쳤다고 합니다. 대선 이후에 한보철강은 은행대출을 받았습니다. 한보철강은 여러 은행에서 대출을 받고, 그 돈도 모자라서 제2금융권으로부터 또 대출을 받고, 대출 돌려막기를 하다가 부도가 나고 말았습니다. 나중에 조사해 보니, 대출 총액이 5조4천억원인가 그랬습니다. 자본금 9백억원인 회사에 저렇게 많은 돈이 대출이 되다니 황당한 일이죠. 한보철강의 부도로 인해서 은행들은 부실 여신이 생겼고, BIS 비율을 맞추기 위해서는 다른 대출을 안 하고, 대출 기간 연장(롤 오버)도 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이로 인해서 다른 기업들이 줄줄이 부도가 났습니다. 이 줄부도가 외환위기로까지 이어져서 나라 경제가 개판이 되고 말았죠.
김영삼이 정경유착을 그만두고, 관치금융을 없애고 금융자유화를 실천했더라면 한보철강 부도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을 겁니다. 아무리 외쳐도 말을 안 듣다가, 결국 외환위기가 일어나서 IMF의 힘으로 고치게 되었습니다. 박정희-전두환-노태우-김영삼까지 수십년간 이뤄진 정경유착-관치금융의 고리가 김대중정부에 들어서서 비로소 사라졌습니다.
[대중참여경제론]에는 왜 관치금융을 그만두고 금융자유화를 해야 하는지 이유가 몇 가지 나옵니다. 그 중의 하나가 대충 기억나네요. 은행이 기업에 대출할 때 가장 사업성이 좋은 기업에 대출을 하게 되어 있는데, 관치금융 때문에 사업성이 낮은 기업에 대출을 하게 되어, 기업이 높은 사업성을 갖고도 투자를 못하는 경우가 발생해서 결국 경제발전을 저해하게 된다고 합니다. 그나마 관치금융으로 대출받은 돈으로 설비 투자 같은 걸 하면 괜찮은데, 부동산투기에 사용하게 되면 부동산폭등을 일으켜서 나쁘다고 합니다. 제가 박정희의 경제발전 공로를 일부는 높게 평가하지만, 과오가 크다고 말하는 게 바로 이 대목입니다. 박정희가 했던 정경유착-관치금융으로 우리나라는 경제발전에서 얼마를 손해를 봤을까요???
정치자금에 대한 것도 좀 있는데, 그건 굳이 말씀드리지 않아도 될 듯하여 생략하겠습니다.
박정희~김영삼은 보수우파 국민들의 지지로 정권을 얻고 유지했습니다. 박정희~김영삼은 정경유착-관치금융을 유지했습니다. 그 결과로 경제발전은 저해되었고, 부동산투기와 폭등 현상이 일어났고, 한보철강에 대출했다가 기업들이 줄부도가 났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떼기 불법대선자금을 받기도 했습니다. 고쳐야 할 대목이 드러나도 안 고치려고 하는 보수우파들 때문에 국가발전이 지체되고 온갖 문제가 발생했던 것입니다.
위에서 말씀드린 것 외에도 또 있습니다. 민주화운동가들이 박정희와 싸우고, 전두환과 싸우고, 노태우와 싸우면서 허비했던 그 노력과 시간들과 인생들을 생각하면, 보수우파는 국가발전의 걸림돌이 분명합니다. 보수우파는 더 빠르게 달릴 수 있는 자동차의 앞에서 느리게 가게 만드는 똥차입니다.

김대중의 대중경제론이 관치금융(혹은 경제)과 대치관계에 있는가? 대중경제론은 수익성 높은 사업의 발전을 지향하는가? 이 부분에 대해서는 사실 김대중의 말이 너무 달라져서 1995년도에 보신내용만으로 사람들이 과연 그렇게 받아들였을까? 에 대해서 한번 생각을 해보시길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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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forum.chosun.com/bbs.message.view.screen?message_id=522271&bbs_id=1010¤t_sequence=04ene~&start_sequence=zzzzz~&start_page=1¤t_page=6&list_ui_type=0&search_field=1&search_word=&search_limit=all&sort_field=0&classified_value=&cv=
이중곡가가제를 통해서 농가소득의 획기적 증대를 주장하는 것도 다름아닌 공업화과정에 있어 전통적 산업의 이중적 역할에 착안한 때문이고 한편 농업을 비롯한 일차산업의 비약적인 발전이야말로 대중경제의 이념을 현실적으로 충족시켜줄 것이기 때문이다.
(중략)
저축기반을 농어촌까지 확대하기 위해서도 전술한 바와같은 농업을 중심으로 한 1차산업의 비약적 발전이 재삼 촉구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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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생각은 대략 80년대 중반까지 이어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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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library.naver.com/viewer/index.nhn?articleId=1980041200329201015&editNo=2&publishDate=1980-04-12&officeId=00032&pageNo=1&printNo=10625&publishType=00020&from=news
80년대의 농정은 무엇보다도 농업을 국가의 기본사업으로 재생 (중략) 농업은 공업과 대등한 기간산업(1980년)
http://newslibrary.naver.com/viewer/index.nhn?articleId=1987111900099201013&editNo=1&publishDate=1987-11-19&officeId=00009&pageNo=1&printNo=6681&publishType=00020&from=news
농가 부채액을 집권 첫해에 정부로 이관, 탕감(중략) 80년대 현정권이 들어서면서 농어민이 가장 큰 피해를(중략) 농어촌을 중산층화 하는데 앞장 서겠다. (198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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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께서 생각하시는 대로 자금이 고수익업에 투자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자 라는것 보다는 우리도, 정경유착을 하기는 할건데, 그 경이 지금의 경은 아니고 농업에 종사하는 1차산업자들하고 유착할거야. 하는 내로남불식 관치경제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중곡가제가 필요할 정도로 농업의 수익성이 낮은데, 거기에 비약적 발전(?)을 하도록 자금을 투입한다는것은 수익성이 높은 분야로 자금이 흐르게 하자는게 아니죠.
저런 생각에서 부터 결국에는 시장주의에 가까운 수준으로 변화하게 되는데, 그 변화 과정의 거의 끝에서 나온책이 대중참여경제론에 해당하기 때문에 대중참여경제론만 읽어 봤다면 김대중의 경제론이 기존의 관치경제를 대체했다면, 대한민국이 더 발전 했을 것이다. 라는 주장을 자유시장을 옹호하는 입장에서 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시대별 그의 주장을 살펴보면 김대중의 경제관이 반영되었다면 최소 80년대 초반~ 어느정도는 87년도 까지 한국의 경제 발전은 농업중심의 관치경제기 때문에 김대중의 경제관이 반영되면... 사실 끔찍하죠.
대중이가 왜 갑자기 시장주의에 대한 관심을 가졌는지는 모르겠지만, 좀 신기한 변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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