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과 태극기 집회



                                                                  2017.03.03



그들은 왜 태극기를 들고 거리로 나왔나

지난 3.1절, 태극기 집회와 촛불 집회 현장을 둘러보고 왔습니다. 정확하게 말씀드리면 태극기 집회에 참석하면서 언론의 보도가 얼마나 실제 모습을 담아내고 있는지 확인해 보고 싶어 태극기 집회의 실질 모습이 어떤지 살펴보러 갔습니다.

먼저 제가 봤던 3.1절의 광화문 일대, 시청광장 일대, 종로 일대의 모습을 그대로 기술해 보겠습니다.

점심을 먹고 집을 나서 종각역에 도착한 것이 1시 50분경이었는데 광화문 사거리는 이미 사람들로 꽉 차 있더군요. 먼저 광화문광장 쪽으로 발길을 돌려 가보려 하였으나 경찰이 광화문광장 주변을 경찰 버스로 촘촘히 에워싸고 철저히 출입을 통제하고 있어 광화문 광장은 들어갈 수 없었습니다. 지하도를 통해 세종문화회관 앞으로 갔는데 옆 계단 광장에는 태극기를 든 사람으로 다 채워져 있고 차도와 광화문 광장의 버스 차량 사이의 좁은 틈(약 20cm)으로 태극기파와 촛불파가 싱강이를 벌이고 있더군요. 조금 더 광화문 쪽으로 가서 정부 청사 앞을 가니 그 곳 역시 이미 태극기 물결을 이루고 별도 태극기 집회를 하고 있었습니다. 한마디로 태극기가 광화문 광장을 완전히 에워싸고 있는 형국이었습니다.

태극기를 든 사람들이 경찰의 광화문 광장 진입 통제에 강력히 항의하며 광화문 광장을 들어가려는 애쓰고 있었지만 경찰은 철통같이 막았습니다. 아마 경찰이 광화문 광장을 통제하지 않았더라면 태극기 집회 참석자들에 의해 광화문 광장은 점령당했을 것으로 보였습니다. 경찰이 현명하게 사전에 경찰 버스로 잘 통제를 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양측의 물리력 충돌로 어떤 상황이 벌어졌을지 몰랐을 것입니다.

이번에는 다시 광화문 사거리로 쪽으로 내려와 동화면세점쪽 횡단보도를 건널 즈음 태극기 집회의 본행사가 막 시작하였습니다. 대한문 쪽(시청)으로 가는데 입추의 여지 없는 사람들로 인해 많은 애를 먹었습니다. 이 때 자원봉사자가 태극기를 건네주길래 받아들었습니다. 군중의 숲을 뚫고 전진하여 대한문을 거쳐 남대문(숭례문)까지 진출했습니다. 군중들이 숭례문까지 들어차 있고, 서울역쪽에서 사람들이 몰려오고 있었지만 서울역쪽까지는 군중들이 이어지진 않았습니다.

다시 유턴해서 종로쪽으로 방향을 바꿔 종각역으로 나가 봤습니다. 광화문 사거리에서 종각역까지는 사람들로 가득했고, 종로를 따라 종로3가, 탑골공원을 지나 종로5가까지 가보았습니다. 종각역에서 종로5가까지는 대형 스크린이 설치된 곳에 무리 지어 사람들이 스크린을 통해 중계되는 집회 현황을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마침 대형 스크린과 앰프는 박근혜 대통령이 헌재에 제출한 의견서를 나레이션으로 들려 주고 있더군요. 종각역에서 종로5가까지는 사람들로 들어찼던 것은 아니고 약 200mm 간격으로 설치된 대형 스크린 앞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모여 있었습니다.

제가 직접 눈으로 목격한 집회 현장의 군중 숫자는 약 70만~100만으로 추정되었습니다. 주최측이 500만이라고 한 것은 촛불측의 계산방식으로 과장된 것이라 보면 될 것입니다. 그렇지만 단군 이래 최대의 군중이 모인 집회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봅니다. 제가 1987년 6.10 항쟁 때 본 군중들보다 훨씬 많은 숫자이고 이렇게 많은 인원이 모인 것을 사진이나 영상으로 본 적도 없습니다. 아마 전무후무한 기록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런 기록이 과연 바람직한 것인지, 무엇이 저 많은 사람들을 길거리로 나오게 했는지, 저런 수고를 하지 않고도 해결할 수 없었는지 안타까웠습니다. 앞으로 이 기록이 갱신되는 일은 절대 없었으면 합니다. 통일의 그 날, 모두 함께 얼싸안고 춤추는 그 날이 이 기록을 깨는 날이길 바랍니다.

저 많은 사람들이 모여 집회를 하면서도 단 1건의 폭력사고도 없이 평화적으로 끝났다는 것과 집회 후의 현장이 깨끗했다는 점은 높이 평가해야 할 것 같습니다.


사실 저는 태극기 집회에 참여하는 군중의 숫자보다 이들의 면면을 살피는데 더 집중했습니다. 왜 저들이 눈발 날리는 차가운 날에도, 가랑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날에도 태극기를 열심히 흔드는지 그 이유를 알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마침 제가 느꼈던 것과 비슷하게 이들을 관찰했던 류근일 조선일보 전 주필의 글이 있어 여기에 소개하는 것으로 이 부분에 대한 저의 소회를 대신합니다.


나는 연단의 열변보다 광장을 메운 참가자들의 얼굴에 더 관심이 있었다.

관상가는 아니지만 나이가 드니까 사람 얼굴을 대충 한 번 훑어보면

아하, 대강 이러 저러한 유형(類型)이구나 하는 게 한 눈에 들어온다.

광장의 다수는 한 마디로, 특별할 것 없는 개인들,

생업에 여념이 없으면서도 “행여 이러다가 대한민국이 어떻게 될까봐” 끌탕하는

성실한 보통사람들이었다.

문 밖에만 나가면 골목에서, 한 길에서, 공원에서, 시장에서

오며 가며 마주치는 일상의 평범한 이웃들이었다.

그게 좋았다.

조직원, 꾼, 살기서린 행동대원들, 교활한 음모가들 아닌, 그냥 개인들 말이다.

이들이 왜 이 광장엘 나왔는가?

걱정돼서다. 화가 나서다.

이건 직업 활동가들과 조직원들이 의례 그러는 것과는 비교가 안 되는,

정말 진지하고도 순박한 실존적 각성이요 결정이요 개입이다.

자유-민주-공화 진영은 왜 특정 이념 파(派)에 비해 싸움에 약하냐고 개탄 하곤 했지만,

이번 태극기 집회의 엄청난 인파를 보고 난 다음에는

“아, 우리도 화나니까 되는구나” 하는 새삼스러운 자기발견을 한 건 아닐런지?

이들 한 사람 한 사람들은 그 무슨 ‘강철대오’니 ‘투쟁조직’이니 하는

전체주의적 규율에 매여 거리로 나온 ‘떼'나 “패’가 아니다.

그야말로 한 사람 한 사람이 자발적으로 깨어나 걸어 나온 개인들이다.

이게 자유-민주-공화의 자산이요 힘이다.

이들이 ”이건 아니지...“ 하고 사적(私的) 공간을 나와 공적(公的) 공간을 메우면서

양심선언을 할 때 그게 바로 행동하는 시민이요 시민정신이고

참된 여론이자 공론(公論)이다.

그 어떤 가짜 뉴스도, 조작된 여론도, 포장된 여론도, 선동도, 휘몰이도

이들 각성한 개인의 영혼을 영구히 기만하거나 훼손할 수는 없다.

이런 ‘개인의 탄생’ 즉 계몽(enlightenment)의 시대를 거쳐야만

비로소 우리는 근-현대적 자유-민주-공화의 주역으로 설 수 있다.


저들이 5만원을 받고 동원된 사람들이라고요? 깨끗이 씻고 나오면 10만원 준다고 나온 노숙자들이라고? 유모차를 끌고 나오면 15만원을 준다고 해서 아이를 끌고 나온 사람들로 보이나요? 저 사람들을 동원하기 위해 뒷 돈을 대 주는 세력이 있다고요?

jtbc의 손석희, 국민의 당의 박지원이나 바른 정당의 하태경은 이런 헛소리들을 내뱉었었지요. 이들이 태극기 집회를 직접 한번 보기라도 했으면 저런 생구라를 칠 수 있었을까요? 동원된 사람들이 눈발 휘날리는 서울 시내를  4km나 행진하고 4~5시간 태극기를 흔들고 죽어라 ‘탄핵반대’를 외칠 수 있을까요? 100만에 가까운 사람들을 돈으로 동원할 수 있다는 그 상상력은 어디에서 나왔을까요?

태극기 집회에 참가한 사람들은 자신이 직접 차비 2만원을 내고 상경해서 모금함에 1~2만씩이라도 내고 내려가는 평범하지만 나라를 걱정하는 소시민들이었습니다. 저들은 촛불집회 참석자처럼 술판을 벌인 적도 없고, 쓰레기를 함부로 버린 적도 없으며, 시종일관 질서를 외치며 위법을 경계하며 집회와 행진을 했던 사람들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머리를 공으로 만들어 차거나 단두대를 끌고 다니며 박근혜를 처단하라는 섬뜩한 소리를 하는 촛불의 일부 참석자와도 달랐습니다. 촛불처럼 민노총이나 전교조, 각종 이름을 단 시민단체에서 동원된 사람들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참여한 국민들입니다.


* 3.1절의 양측의 집회를 보러 나왔던 고향 친구를 저녁에 만났었는데 태극기 집회를 직접 보고 많이 놀랐다고 합니다. 언론들이 전했던 태극기 집회와는 판이하게 다른 모습과 태극기 집회 참석자들의 진지함에 충격을 받은 모습이더군요. 아마 본인도 언론 보도가 약간 의심스러워 직접  현장을 나와 보았는데 막상 현장을 보니 자신의 생각보다 훨씬 언론 보도가 왜곡되었음을 확인했던 모양입니다.



박원순의 독선과 자가당착

박원순이 또 헛소리를 시전하고 도착증세를 보이고 있군요.

“시청 앞 서울광장에 있는 탄핵반대 텐트는 정의롭지 못한 권력을 비호하고 폭압의 시대를 되돌리자는 것이기 때문에 광화문의 (정의로운) 텐들들과는 비교할 수 없다”며 시청 앞 광장의 탄기국 텐트를 철거하겠다고 합니다.

탄기국의 시청광장 텐트는 불법임은 사실이고 박원순의 말대로 철거해야 할 시설물은 맞습니다. 그리고 광화문 광장의 세월호 천막과 텐트 역시 불법이며 철거해야 할 시설물입니다.

같은 불법 시설물임에도 2년 10개월이 된 세월호 천막에는 서울시가 전기도 공급하고 여전히 철거하지 않으면서 겨우 2개월이 되지 않은 시청 광장의 탄기국 텐트와 천막을 철거하겠다는 것에 누가 수긍하겠습니까?

세월호 텐트는 정의롭고 탄기국 텐트는 폭압의 시대를 되돌리는 정의롭지 못한 것이라구요?

박원순이 미쳐도 단단히 미친 모양입니다. 세상이 자기 기준대로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자신이 판관까지 하려고 달려듭니다.

폭압의 시대라면 군부독재시절을 말하는 것 같은데, 그 폭압의 시대의 행태를 그대로 자신이 하고 있다는 것을 박원순은 모르는 것 같습니다. 박원순이 말하는 그 폭압의 시대에는 폭압의 주체가 자신과 다른 생각과 주장들을 탄압했고, 자신의 이념과 사상이 옳다고 주장하며 남에게 이를 강요하던 시대가 아닌가요? 그 폭압의 시대의 사람들이 했던 것과 박원순이 지금 하는 짓거리와 무엇이 다른가요?

온갖 꼼수로 서울시장직을 이용해 자신의 편이라고 생각하는 자칭 진보진영(촛불 등)에게 유리한 환경을 조성했고, 자칭 진보와 좌파 단체에 몰아주기식 예산 지원을 했던 박원순입니다. 병역비리 관련 재판에서 자신의 아들(박주신)의 법정 출석을 요구했던 재판부의 결정은 번번히 무시했었구요.

“광화문에서 김일성 만세를 외치는 것도 표현의 자유로 보장 받아야 한다“고 했던 박원순이  지금은 탄핵반대를 요구하며 태극기를 흔드는 사람들을 비난하고 있습니다.

뇌의 균형감각을 상실하고 독선에 찌든 저런 작자가 1천만 서울시의 수장이라는 것이 서울시민과 국민들의 불행이며 이 시대의 비극이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 아래에 류근일 전 조선일보 주필의 글을 옮겨 놓았습니다.



태극기 쪽이 '폭압의 시대'를 되돌린다는 박원순

박원순은 말했다.

“시청 앞 서울광장에 있는 탄핵반대 텐트는 정의롭지 못한 권력을 비호하고

폭압의 시대를 되돌리자는 것이기 때문에 광화문의 (정의로운) 텐트들과는 비교할 수 없다“

생각해 보았다.

내가 그러면 어제 3. 1절 태극기집회 현장을 돌아본 것은 폭압의 시대를 되돌릴 목적에서

한 짓이었던가? 내가 이 나이에 무슨 영화(榮華)를 보겠다고 폭압의 시대를 되돌리려 한다는 것인가? 폭압의 시대란 무엇을 염두에 두고 한 소리인가? 유신시절? 신군부시절? 자유당 말기? 

언론탄압? 동일방직 여성노조원 탄압, 권위주의? 내가 그런 것들을 되살리고 싶어

어제 서울 도심을 태극기 들고 돌아다녔다? 이거 정말 기가 막혀 죽겠네.

예끼 이 사람 박원순,

나는 옛적에 그런 것들과 어쭙잖게 맞서려다 된통 얻어터지기만 했던 시절의 말석에 앉았던 사람이다. 그런데 그런 내가 이제 와 무슨 좋은 꼴 보겠다고 그런 될성부르지도 않고, 되어서도 안 될, 시대착오적인 짓거리를 하려고 태극기를 들었다는 소린가?

그건 인격에 대한 언어폭력, 명예훼손 아닌가?

지금은 오히려 박원순 같은 인물이 속한 진영의 권력이

그 반대쪽보다 훨씬 더 센 시대다.


학계, 문화계, 대중문화, 교육현장, 역사교과서, 출판계, 노동현장,

법조계, 국회, 언론계, 아스팔트, 심지어는 공무원 사회에까지

지금 ,어느 쪽 말발과 힘줄과 알통이 더 팍팍 먹히고 있는가?

단연 박원순 그대 쪽 아니던가?

오늘의 태극기 현상은 그 점에서 오히려 역관계에서 기우는 쪽의 반발,

지렁이도 밟히면 꿈틀하는 식의 반발일 뿐이다.

하기야 반발하는 쪽에도 자계(自戒)해야 할 부분이야 있을 수 있겠지.

이에 대한 합리적 충고와 비판이라면 얼마든지 들어볼 만하다.

그러나 무턱대고 “폭압의 시대로 되돌아가려는 움직임” 쯤으로 매도하는 건

그야말로 그냥 지나치기가 썩 힘든 막말이다.


자기들에 반대하면 불문곡직 ‘색깔공세’ ‘친일미화’ ‘유신부활’ ‘부역자’라며

고소고발을 밥 먹듯 하는 그네들 아니던가?

서울광장 텐트이든 광화문 텐트이든,

공공기관의 입장에서는 대등하고 똑같은 잣대로 대해야 한다.

시장이란 직함이 나서서 한 쪽은 정의롭고 다른 한 쪽은 정의롭지 못하다고 판정하는 것은

시장이 ’윤리 판단관‘ ’정치철학 검사관‘ ’도덕철학 판정관‘ 노릇을 겸임하겠다는 꼴인데,

그건 아니다.

시장의 주관적 심정이 ’정의‘의 정의(定義)와 기준이 될 수 있는가?

없다,

류근일 /전 조선일보 주필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