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과 대립각을 이루는 범야권 정치세력의 각 분파들은 크게 호남 시민사회세력 노동운동의 3갈래로 구분할 수 있겠죠. 군사독재시절 반독재민주화라는 공통의 목표 아래 한덩어리로 뭉쳐 있던 이들 그룹들은 87년 이후 입장 차이를 드러내며 분화되었고, 야권의 역사는 이들 세 그룹간에 벌어진 흡수와 협력과 반목의 역사라고 봐도 무방할겁니다. 

그들이 공유하는 가장 큰 공통점을 들라면, 뭐니뭐니해도 기득권정당인 새누리당과 적대적으로 대립하는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이 되겠지요. 만약 새누리당과 범야권 사이에 그어진 전선이 혹시 한국사회의 지배계층과 피지배계층 사이에서 벌어지는 정치적 갈등의 충돌점이라면 (마르크스식으로 표현하자면 자본주의사회의 첨예한 계급 모순이 정치적으로 드러나는 현장이라면) 혹시 야권에 속한 각 분파들이 우리사회 계급 투쟁의 여러 측면들을 반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기독교의 삼위일체론은 잘 모르지만, 원래 한 몸인 어떤 것의 세가지 측면이 제각기 다른 모습으로 비춰지고 있는 것 아닐까싶은거죠. 

어떤 사회를 지배하는 자본의 모습이 전경련처럼 단순하고 직접적인 모습보다는 다양하고 모호한 형태들로 드러나는 것처럼, 그것에 대립하고 투쟁하고 있는 반자본의 모습도 마찬가지일겁니다. 계급 투쟁은 사회 구석구석에서, 우리가 미처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는 사이에, 때로는 전혀 그럴것 같지 않은 모습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뜻이죠. 그런 계급 투쟁의 다양한 형태들이 크게 세가지의 정치적 결사로 각각 정리가 되고, 바로 한국 정치에서는 호남 시민사회세력 노동운동이라는 의미가 되겠죠.

사실 범야권이 세가지 분파로 나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귀결일겁니다. 바로 자본이 어떤 사회를 지배하는 형태가 크게 봐서 세가지거든요. 경제적 지배와 이데올로기적 지배 그리고 정치적 지배가 그것이죠. 노동운동은 직관적으로 봐도 자본의 경제적 지배에 저항하고 있는 측면이 반영되고 있는 것일테고, 시민사회단체와 지식인그룹들은 이데올로기적 지배에 저항하는 측면이 반영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호남이 떠안은 역할은 무엇일까요? 바로 자본의 정치적 지배에 저항하는 측면이 반영되고 있는 것이죠. 호남은 영남지역주의를 기반으로 한국 사회를 정치적으로 지배하려는 자본의 전략에 가장 첨예하게 저항하는 사람들이라는 뜻입니다. 

여기서 호남과 민주당이 범야권의 주도세력이 된 이유가 분명하게 밝혀진다고 봐야겠죠. 정치적 지배에 저항하는 그룹이 정치 영역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것은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는 당연한 결과입니다. 수꼴들이 가장 위협을 느끼면서 증오하는 사람들이 노동운동가도 아니고 좌파이론가도 아니고 호남인건 괜히 그러는게 아니죠. 또한 한국 사회는 그 역사적 특수성 때문에 경제적 지배와 이데올로기적 지배에 매우 취약하고 따라서 노동운동과 시민사회세력이 별다른 힘을 쓰지 못하는 사회입니다. 그것은 낮은 노조조직률과 영남지역주의 색깔론등의 만연으로 쉽게 알 수 있죠. 따라서 정치적 지배에 저항하는 호남이 범야권 내부에서 과잉대표되고 이런 저런 부작용이 있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호남이 노동운동이나 시민사회세력들이 담당해야할 경제적 지배나 이데올로기적 지배까지 모두 떠안아서 저항해줄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그런데 문제는 호남이 정치적으로 몸빵해주는 덕분에 그럭저럭 버티던 노동운동과 시민사회세력들이 최근 호남과 정치적으로 통합되는 과정에서 심각한 시행착오들이 야기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자신들의 헤게모니 확보를 위해 호남의 정치적 저항을 존중하기는 커녕 청산해야할 지역주의쯤으로 폄하하고 죽이기를 시도하는 위험천만한 도박이 자행되고 있죠. 호남물갈이니 공천학살이니 하는 이야기들이 그래서 나오는 것입니다. 자신들이 지지부진했던 것은 한국 사회의 특수성과 자신들의 무능 때문이 아니라, 마치 호남때문에 그렇게 된 것처럼 마타도어하고 있지도 않은 책임을 뒤집어씌우고 있네요. 그 것도 문재인 이해찬 유시민 나꼼수라는 反호남 정치양아치들과 결탁하는 최악의 모습들을 보여주면서 말입니다.

이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 부작용을 야기할 것인지는 불보듯 뻔하다 하겠습니다. 더 큰 문제는 문제의 심각성을 아는 사람들도 얼마없다는 것이겠구요. 간단하게 이야기해서 호남의 정치적 저항을 지역주의라고 폄하하며 어떻게 해보려는 것은, 노동운동을 빨갱이짓이라고 부르고 시민사회세력을 사회불평분자라고 욕하면서 말살하려는 것과 똑같은 작태인겁니다. 그것도 적군이 아니라 범야권 내부에서. 잘 될 턱이 없는건데, 그런 미친 짓이 지금 범야권 내부에서 당연한 상식이기라도 한 것처럼 횡행하고 있죠. 아무리 생각해도 처절하게 붕괴되고 망하는 길 밖에는 없어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