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을 지지하던 시절이었습니다. 


하루는 만주노동당 게시판에 가보았더니 뜬금없는 동성애 찬반 논란 때문에 게시판에 난리가 났더군요.


뭐, 진보 스탠스를 취한다고 동성애를 꼭 옹호하지는 않겠죠. 동성애 찬반을 가지고 보수/진보를 나누는 것이 웃기는 일이지만 동성애에의 터부가 존재하는 것이 현실이고 진보적 스탠스를 취한다고 모든 사안에서 진보적 스탠스를 취할 수는 없으니 말입니다.


그런데 게시물들을 읽어보다가 경악을 했습니다. 동성애를 반대하는 이유가 '북한에서는 동성애가 없기 때문'이었기 때문이고 이 것이 논란의 시발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동성애를 반대하는 진영은 NL. 반박하는 진영은 PD. 반박하는 PD 진영도 동성애는 뒷전, NL을 공격하는 소재로 활용하는 것 같더군요.


코메디도 이 정도면 국보급이죠. 주체사상? 종교의 자유가 있으니 뭐라할 수 없지요. 그런데 동성애 반대 이유가 '북한에는 없기 때문'이라니요? 북한이라고 없겠습니까? 당시, 당장 개신교 진영에서도 동성애를 엄격처벌하는 북한을 옹호하는 주장들이 나왔었고 그래서 제가 그런 주장을 읽으면서 '거룩함이 지나쳐 거북하기까지 한 국공합작'이라고까지 비야냥 대었는데 말이죠.


더욱 한심한 것은 북한에서 유독 동성애를 엄격하게 금지하는 이유가 중세시대의 기독교가 동성에를 억압한 이유와 같은, 생산량을 증가시킬 인구수 확보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라는 전근대적인 이유 때문인데 진보를 참징하는 사람들이 '동성애 반대 이유가 바로 북한 떄문'이라니... 그 조야함에 참 뭐라 할 말이 없었습니다.



오래동안 잊어버렸던 민주노동당의 동성애 찬반논란 사건을 떠올린 것은 바로 메갈 사태를 불러 일으킨 정의당의 심상정 때문입니다. 논란의 이유가 너무 후졌기 때문입니다. (메갈에 대한 언급은 이 글에서는 생략하겠습니다.)


심상정에게 메갈 회원들 팬이 꽤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정치적 스탠스의 문제이고 지지층이 천차만별이니 뭐 딱히 시비거리는 되지 않겠죠. 그런데 메갈 사태는 참 이상한 것에서 촉발이 됩니다.



게임업체 넥슨이 '메갈리아' 후원 티셔츠를 입은 자사 게임의 성우를 교체하면서 '메갈리아 티셔스 논란'으로 알려진 사건이 터집니다. 넥슨에서는 해당 성우를 교체했고 그러자 인터넷 상에서는 '여성 혐오를 반대하는 이유가 불이익의 원인이 될 수 없다'라는 옹호론과 '남성혐오를 조장하는 메갈리아를 지지한 행위'라는 비판론이 첨예하게 대립했습니다.


그러자 정의당 문회예술위원회가 뜬금없는 성명을 발표합니다.


"기업의 노동권 침해"


이해 되십니까? 메갈 사태의 원인과는 전혀 관계없는 이 뜬금없는 성명의 내용이? 어쨌든, 이 성명이 발표된 후 정의당 당원들의 항의가 빗발쳤고 그 항의를 진화하기 위해서 당대표 심상정은 해명성명을 냈습니다. 그런데 해명성명은 간단하게 한 문장이면 되었습니다.


"우리는 모든 차별에 반대한다"



그런데 심상정의 참 긴 성명서에는 정작 필요한 문구는 없고 오히려 메갈을 옹호하는듯 한 모호한 내용으로 가득찼습니다. 그러자 분개한 정의당 당원들이 탈당 러시를 합니다. 그 탈당 러시에 위기감을 느낀 노회찬이 진화에 나서면서 비로소 '모든 차별을 반대한다'라는 성명을 냈습니다.


차별이라는 이슈를 가지고 '노동권 침해'라는 생각이 어떻게 떠올려질까요? 민주노동당을 지지하던 시절에 수차례 목도하면서 들었던 '한국 진보의 실력이 이 정도 밖에 안되나?'라는 생각이 다시 떠오르게 되더군요.


한국의 모든 정치적 진영은 왜 다들 이렇게 한심한지 모르겠습니다. 정말 대한민국호가 어떻게 침몰하지 않고 버텨내는지 의아하니 말입니다. 어쨌든,  정의당의 메갈 사태를 지켜보면서 그 메갈 사태를 촉발한 심상정을 한 때 지지했던 입장에서 진작에 손절매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더군요.

백이숙제는 "以暴易暴"를 남겼고 한그루는 "以"를 남기고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