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바스티야님이 이상한 글을 적어 놓으셨는데

링크: http://theacro.com/zbxe/5288978

별 영양가가 없는 내용입니다. 한그루님이나 devissage님이나 또는 이 글을 읽는 다른 분들을 다 잘 아시겠지만, 합병시에 누가 이득보고 손해보고 이런 것 따지는 것은 제 원래 글에서 별로 중요한 포인트는 아닙니다. 제가 여러번 말했지만 중요한 것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과정에서 삼성측에서 국민연금에 외압이 들어갔다는 의심이 있다는 것에 있습니다. 정황증거와 증인이 많이 있습니다.(예: http://newstapa.org/35982 ) 이 증거들에 대해서 반박해보라고 했는데, 그것에 대한 이야기는 쏙 빼고 꼬투리를 하나 잡고 계시는데, 그 꼬투리라는 것이 엉터리라 댓글 쓰는 것이 시간낭비같아서 쓰고 싶지는 않지만, 혹시 글을 읽어보시는 다른 분들에게 정보가 될 것 같아서 보시라고 적습니다.


각설하고 먼저 바스티야님의 주장을 한마디로 요약하는 문장을 하나 소개시켜드리겠습니다.

국민연금의 상성물산 합병비율이 낮아서 발생한 손실은 국민연금이 보유한 제일모직 주식으로 상쇄가 된다는 거예요. 그러므로 국민연금이 합병 비율 산정에 따라 손실을 봤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소리라는 겁니다.

by 비행소년


이게 무슨 소리인가 해석이 안되시는 분을 위해서 제가 풀이를 해드리겠습니다. 일단 ISS같은 세계 1위의 자산투자평가 기업이 밝힌 바로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주식의 교환은 0.95:1로 해야 정당하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런데, 실제 벌어진 일은 0.35:1로 비율로 했습니다. 여기서 바스티야님의 주장을 요약해보면 이렇습니다.

(1) 삼성물산 주주들은 손해를 보지만 제일모직 주주들은 이득을 본다.
(2) 하지만, 두 회사의 주식을 다 가지고 있는 국민연금은 손해가 아니라 셈셈이다. (한쪽에서 본 손해를 다른 쪽에서 상쇄한다는 뜻) 따라서 국민연금은 잘못이 없다.

이 두 문장은 그럴싸해보이지만, 완전히 엉터리입니다. 그 이유는 (1)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는 합병선언할 때의 시점에서 이야기하는 것인데, (2)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는 합병되는 순간에 하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타이밍이 안맞어서 서로 비교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그 이유를 아래에 좀 쉬운 예로 설명해드리겠습니다. (그런데, 일단 (1)을 이야기를 하시는 것을 보면 바스티야님도 ISS의 주장을 받아드린 것으로 해석하겠습니다.)

두 회사가 있다고 합시다 (회사A, 회사B). 시간대를 네가지로 나누어 봅니다. 2017년 3월 1일 합병 발표 직전과 직후, 그리고 2017년 4월 1일. 2017년 5월 1일 정오

[1] 2017년 3월 1일 합병발표 직전: A의 시가총액은 100, B의 시가총액을 50 이라고 합시다. 여기서 편의상 A 회사는 주식이 10주 시중에 발매되어 있고, B회사는 5주가 시중에 발매되었다고 칩시다. 그러면, 각 회사의 주식의 개당 가격은 10이 됩니다.

[2] 2017년 3월 1일 합병발표 : A와 B가 합병을 하겠다고 '갑자기' 발표를 합니다. 합병후의 회사명을 C라고 합시다. 갑자기라는 뜻은 다른 시장참여자들이 전혀 몰랐던 깜짝 발표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발표내용은 이렇습니다.

"합병이 완성되는 날짜는 2017년 5월 1일인데, 주식 교환비율은 2:1 이다"

이 말이 뜻하는 바는 현재 주식가격이 얼마이던지 상관없이 5월 1일에 A회사 주식 두개를 B회사 주식 1개와 동치시켜서 새로운 회사 C의 주식으로 바꿔주겠다라는 뜻입니다.

[3] 2017년 4월 1일 주주총회: 합병의 찬반을 따지는 주주총회가 열리는 날. (주주총회에서 부결될 가능성이 있음)

[4] 2017년 5월 1일 합병당일 12시 정오:  4월 1일 찬성으로 결정나면 실제 두 회사가 합병하는 시각 


여기서 질문은 과연 3월 1일과 5월 1일에 주식 가격에 어떤 일이 일어나겠는가, 그리고 각 날짜에 어느 회사 주식을 가진 사람이 이득을 보겠는가, 마지막으로 만약 국민연금이 3월 1일 기준으로 회사 A에 2주 회사 B의 주식을 1주 가지고 있었다고 가정하면 국민연금의 3월 1일자와 5월 1일자의 손해가 어떻게 되는가입니다.


먼저 주식 교환비율 2:1이라는 뜻은 A주식 2개를 B주식 하나로 하겠다는 뜻인데, 그렇다면 3월 1일 합병 발표 직전에 A주식을 가진 사람이 손해를 보게 되고, B를 가진 사람은 이득을 보게 됩니다.

그런데, 여기서 조심해야할 것은 이 합병 발표 후에는 순간적으로 A의 주식가격은 '상대적'으로 떨어지고, B의 주식가격은 상대적으로 올라가게 된다는 것입니다. (주의하실것은 상대적이라는 말입니다. 둘다 오를 수도 둘다 떨어질 수도 있는데, 상대적으로 하나가 오르면 상대적으로 하나는 떨어진다는 뜻입니다.) 상대적으로 얼마나 오르고 떨어지냐는 4월 1일 주주총회에서 어떤 결정이 날지 모르기 때문에 생기는 위험요소가 고려되어 시장에서 결정이 됩니다. 좀 더 아래에 예를 들어 보여드리겠습니다.

이 상황에서 가장 쉽게 알 수 있는 것은 5월 1일 정오에는 합병 비율에 따라 두 주식의 상대적 가격이 이미 결정이 되어버립니다.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5월 1일 정오의 A와 B의 상대적 가격이 딱 1:2가 된다는 것을 3월 1일 합병발표가 나자마자 알수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만약 A 주식 가격이 50원이면 B의 주식가격은 100원이 되어서 서로 2:1로 교환해도 아무런 차액이 없게 되버린다는 뜻입니다.
만약 A 주식 가격이 70원이면 B의 주식가격은 140원이 되어서 서로 2:1로 교환해도 아무런 차액이 없게 되버린다는 뜻입니다.
만약 A 주식 가격이 30원이면 B의 주식가격은   60원이 되어서 서로 2:1로 교환해도 아무런 차액이 없게 되버린다는 뜻입니다.
...
... 

왜 이런 일이 생길까요? 쉽게 그냥 이글을 읽으시는 아크로 유저 본인께서 5월 1일 11시 59분에 A, B 두 회사의 주식 가격을 쳐다보고 있다고 생각해 보시지요. 그 시각에 B의 주식가격이 100원인데, A의 주식가격이 40원인 것을 목격하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이때는 당연히 A의 주식을 사야 합니다. 1분만 기다리면 40원짜리 주식 두개(총합 80원)를 100원짜리 한개로 바꿔줄테니까요. 역으로도 비슷합니다. 만약 주식가격이 1:2에서 벗어나면 무위험차액(arbitrage)을 보고 투자자들이 트레이딩을 하기 시작하기 때문에 결국 1:2 비율로 다시 돌아올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런 원리를 금융경제학에서는 No Arbitrage Principle (무위험차액거래가 존재하지 않는 원리) 라고 부릅니다.
[트레이딩 전략이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서 후에 추가] 좀 더 자세하게 말하자면, 저 밑줄친 일이 벌어진 상황에서 no-arbitrage strategy는 A를 2개를 사고, B 주식 1개를 공매도(short-selling) 해야 합니다. 그리고 나면, 1분후에 합병을 하고 공매도한 B회사 1장이 C 주식으로 치환되면서 C를 1개 갚아야 할 일이 생기는데, A회사 주식 2개때문에 생긴 C 주식 1장으로 그것을 메꾸면 됩니다. 따라서 12시 정오에는 남은 주식은 없게 되어 가격위험이 전부 사라지게 되고, 11시 59분에는 100 - 2*40 = 20원이라는 꽁돈이 얻어집니다. 가격위험이 없는 상황에서 만들어진 이 돈을 무위험차액(arbitrage)라고 부릅니다. 만약 A가 45원, B가 100원이었으면 똑같은 전략을 쓰면 무위험차액 10원이 생깁니다. 만약 A가 55원, B가 100원이었다면, 거꾸로 A주식 2장을 공매도 하고 B주식 1장을 사면 10원의 무위험차액이 생깁니다.

이와같이 합병 비율이 이미 결정된 상태에서는 두 회사의 "상대적" 주식 가격은 이미 결정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합병이 발표되는 당일 그 시각에는 A주식을 가지고 있던지, B의 주식을 가지고 있던지 어느 누구도 이득을 보는 사람도 손해를 보는 사람도 없습니다. 두 회사의 주식을 동시에 소유하고 있는 사람(이 경우에는 국민연금)도 전혀 손해도 이득도 보지 않습니다. 즉, 합병된 날 기준으로 본 주식가격과 시가총액, 지분등등 그 어떤 것을 기준으로 해서도 국민연금이 손해를 봤냐/아니냐를 따져보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그냥 No Arbitrage이니까요. 

그렇다면 합병 30분 전에는 어떨가요? 1시간 전에는요? 하루 전날에는? 사실은 애초에 3월 1일에 합병을 발표한 직후 부터 두 회사의 주식의 상대가격이 이미 1:2로 거의 비슷하게 되버립니다.

예를 들어보면, 3월 1일에 합병 발표를 한 직후에 순간적으로

A회사의 한주당 가격은 10 -> 7       (주식의 총개수가 10개, 따라서 시가총액은 100에서 70으로 급락)
B회사의 한주당 가격은 10 -> 12     (주식의 총개수가   5개, 따라서 시가총액은 50에서 60으로 급상)

이렇게 변화할 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때 새로 바뀐 두회사의 주식 가격이 비율이 정확히 0.5가 아니라 7/12 (대략0.58) 정도가 될 수 있는 이유는 4월 1일 주주총회에서 합병이 무산될 수 있는 리스크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 이외에도 합병이 무산될 수 있는 그 어떤 요소에 불확실성이 있다면 (예를 들어 법원의 판결, 다른 주주들의 반응, 평가회사의 리포트등등) 그 만큼 위험 요소에 따라서 상대 가격이 시간에 따라서 출렁거리게 될 수는 있지만, 합병 당일로 다가가면 갈수록 그 불확실성이 없어지면서 상대주식가격은 정확하게 1:2로 수렴하게 됩니다.

(참고로 두회사 합병에 대한 씨너지가 별로 없고 오히려 해가 된다고 시장이 판단하면 저렇게 시가 총액의 합이 150 -> 130 으로 떨어지게 될 수 있는 요인이기도 합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바스티야님이 아래 글에서 합병당일날의 기준으로 주식가격/지분/시가총액 데이터를 가져오셨는데, 그날뿐만 아니라 그날 주변의 주식가격을 기준으로 이야기하면 지분을 어떻게 가지고 있던지 큰 이득이나 큰 손해가 나올 수가 없습니다. 이미 주식가격이 No Arbitrage 원리에 의해서 시간이 합병일에 가까울수록 그 누구도 이득/손해가 없는 쪽으로 수렴하게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추가: 바스티야님 글에 나온 엑셀파일 분석을 보면 지분율을 여러가지로 바꿔도 합병후에 결과가 대략 12%-13% 사이로 비슷하게 나옵니다. 왜냐구요? 합병된 날짜의 주가를 가지고 그 실험을 했으니까 그런 것입니다. 이래도 못 알아들으시면 저는 더이상 할 말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결국 의미있는 논쟁거리가 되는 것은 왜 합병발표할 때 1:1이 아니고 2:1로 비율을 잡았냐에 대한 것이고 (물론 그 와중에 외압이 들어간 것은 있었나/없었나이고), 굳이 손실을 따지고 싶다면 그 발표 직전과 직후로 누가 손해봤냐, 이득봤냐를 따질 수는 있습니다. 그리고, 1:1로 잡았을 때 생기는 일과 2:1로 잡았을 때, 당일날 기준으로 각각의 경우에 두회사 주식을 모두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는 어느 비율이 더 유리한가를 따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보통 이런 덩치 큰 합병은 100% 비밀로 진행하기가 어렵기때문에, 이미 시중에 정보가 많이 새어나가서 합병 발표 이전부터 그 내용이 주가에 이미 반영이 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따라서 발표당일날 기준으로도 누가 이득봤냐를 따지는 문제도 참 난감한 경우가 보통입니다. 도대체 합병하겠다는 정보가 주식시장에 언제부터 반영되었는지, 즉 어떤 날짜 기준으로 이득/손해를 따져야 되는지 개인마다 의견이 다르게 되면 토론이 허공에 뜨게 되는 것이지요. 

이럴때는 대개는 전문가가 말하는 것을 따르는 것이 맞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제가 한 계산은 ISS가 권고한 것을 맞다고 가정하고, 따라서 그 권고안데로 0.95:1로 해야할 것을 0.35:1로 했을 때에는 국민연금이 손해볼 수도 있다라는 식의 예를 보여준 것에 불과합니다.

다시 한번 국민연금의 입장으로 돌아가서 정리해봅시다.  두회사 주식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투자가가 있다면, 발표 당일날이나 또는 합병이 잠재적으로 시장에 알려진 때 기준으로 A(이 경우에는 삼성물산)의 지분을 많이 가지고 있을 수록 손해가 크고, B(제일모직)의 주식을 많이 가지고 있을 수록 이익이 크게 됩니다. 하지만, 합병 당일날은 그 이전에 이미 주식 가격이 다 맞춰져 버리기 때문에 A나 B를 얼마나 가지고 있냐에 상관없이 손해나 이득은 없습니다. 합병 당일 이전에도 당일날과 가까울 수록 대략 손해나 이득은 없습니다. 만약 그동안 해당 투자가가 이상하게 포트폴리오를 운영하지 않은 이상은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