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갈린 두 인터뷰와 하나의 진실..그리고 대선

가 -가 +

양관수 박사
기사입력 2017-02-01

▲   양관수 박사 / 오사카 경법대 교수

[신문고 뉴스] 양관수 박사 / 오사카 경법대 교수 = (※ 기우에서 먼저 밝힌다. 이 글은 '볼테르 선언'에 입각하여, 내 개인의 선호나 지지 여부와는 전혀 상관없는 사실의 기록이며, 허위로 덧씌워진 과거에 대한 진실을 밝히는 기록이다.)

    

안철수 의원이 페북 라이브 방송에서 “대선 때 적극적으로 돕지 않았다는 문재인 측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 안 의원은 그러면서 “문 후보와 함께 전국 순회 유세도 했었고 단독 지원 유세도 했었다”고 밝혔다. 그리고 “대선 투표 직후 방미할 때도 문 후보 당선 후 부담을 덜 수 있으므로 문재인 후보 측에서 오히려 적극적으로 환영했었다”고 밝혔다.

    

그러자 문재인 캠프에서 즉각 반발했다. 이어 문 캠프 측은 “안 의원이 지난 대선에서 도와주지 않아서 패배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또 “방미할 때도 적극 찬성한 일은 없었고 오히려 섭섭했었다”고 했다. 말하자면 투표 이후 끝까지 지켜봐주길 기대했었다는 것이다.

    

엇갈린 두 입장에 대한 진위 여부는 이미 중요하지 않을 지도 모른다. 다만 여기에 담긴 함의는 매우 중요하다. 그것이 무엇인가?

    

1

우선, 문재인 측의 ‘안철수가 돕지 않았다’고 투정부리는 자체가 어불성설이며 지나친 이기주의의 발로다. 이미 안철수는 대권후보를 양보한 것으로 가장 큰 도움을 줬다. 그리고 그 양보도 사실은 문재인 후보 측의 말 뒤집기 정략에 밀린 결과로 강제된 자의적 포기에 가까웠다.

    

이미 당시 각종 언론에 도배되다시피 2차 단일화 협상 결렬 후 안철수 후보가 마이웨이를 선언하자 세 후보 중 지지율이 가장 낮았던 문재인 후보가 직접 자청해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리고 그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후보는 "모든 경선 룰과 경선 형식, 일정을 일임하겠다." "안철수 후보가 원하는 룰과 형식으로 결정하라" 고 선언했고 3차 단일화 협상은 다시 성사됐다.

    

하지만 문제는 3차 단일화 협상장에서 빚어졌다. 협상 테이블에 앉자마자 문재인은 돌연 전날까지 자신이 내건 약속을 뒤집었다. 경선 룰과 방식은 새롭게 협상하자는 것. 협상은 곧 깨졌고 안철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협상장을 나오며 거취를 묻는 기자들에게 얼굴이 벌겋게 상기된 안철수는 이렇게 말했다. "제가 사람을 잘 못 본 것 같습니다." "제가 알았던 문재인 후보가 아닌 것 같습니다." "문재인 후보를 참 존경하고 믿었는데...."

    

말끝을 흐린 채 안철수는 차를 타고 떠났고 그는 얼마 후 세인들의 한결같은 예상과 측근 참모들의 격렬한 만류와 반발을 뒤로하고 대선불출마 선언을 하게 된다.

    

(난 이때 일종의 기시감을 느꼈다. 노무현 대통령이 탄핵 가결되던 순간, '이제 한나라당의 운명은 끝났다. 총선은 열린우리당의 압승이다.'했었다. 마찬가지로 3차 단일화 협상에서 문재인이 자신의 발언을 뒤집는 순간, '대선은 졌다'고 한탄했었다.)

    

그리고 안철수는 며칠 간 모든 연락을 끊고 두문불출 후 문재인 지지 선언과 함께 지원 유세에 나선다. 문재인 캠프와 지지집단에서는 그런 그에 대해 "아름다운 양보"를 했다며 영웅적으로 칭송하기까지 했다. 대선전은 그렇게 흘러갔고 모든 선거운동을 마치고 투표 당일, 안철수는 아내와 함께 투표를 마치고 "승리를 확신한다"며 휴식과 공부를 위해 미국으로 떠난다. 이것이 팩트다.

 

따라서 문재인 측이 안철수가 돕지 않았다는 건 새빨간 거짓말이다. 문재인 후보가 단일화 협상에서 자신의 말을 뒤집지 않았다는 것도 새빨간 거짓말이다. 안철수가 미국행을 선택한 것이 국정원의 부정선거 방조라는 주장도 어이없는 어거지다.

    

2

나는 이 모든 것보다 더 심각하게 생각하는 건 문재인 측의 바로 이런 주장이다. "안철수가 도와주지 않아서 졌다"는 인식.

    

이는 물에서 건져주니 보따리 내놓으라며 따귀를 때리는 이런 짓거리보다 더 한심한 것이다. 백번 양보해서 그렇게 졌다손 치더라도, 그래서 졌다면 더더욱, 지도자는커녕 '정치인의 자격은 이미 없다'는 자백임에도 이를 모른다.

    

경쟁후보가 도와주지 않아서 졌다? "자력으로는 도저히 이길 수 없었다"는 고백이다. 그러면 왜 그토록 양보하지 않았던가? 실제 단일화 협상 막판 당시 구도 대비 지지율 격차는 10.4%로 안철수가 앞서고 있었다.

    

▷ 박근혜 46.4% vs 안철수 45.4%

▷ 박근혜 53.9% vs 문재인 35.0%

(한국갤럽 조사 / 선관위 홈페이지 참조)

    

박정희의 현신(現身)이자 유신공주 박근혜의 집권 저지가 무엇보다 '최우선 과제'였다면, 문재인이 양보했어야 마땅했다. '대세론 신봉주의' 집단(밴드웨건 패밀리)인 친노친문들 스스로 내건 과제대로 박근혜 집권 저지가 지상 최대의 과제였다면 문재인 후보가 정략과 기만을 동원해가며까지 끝끝내 야권 후보인 1위 후보를 밀어내선 안 되는 일이었다.

 

결국 박근혜는 문재인과 친문세력이 낳은 악령(惡靈)이었던 것이다. 친노친문 세력이 안철수를 '이명박 아바타'로 덮어씌우기에 나선 시기도 바로 이때부터였고 그 의도도 이런 그들의 과오와 책임을 안철수에게 전가시키기 위한 것이었다. "박근혜 집권 저지보다 이명박 아바타 척결이 우선" 이라는 공식과 명분을 만들어 자신들의 과오와 책임을 모면코자 했던 것.

    

그리고 때마침 울고 싶은데 뺨 후려갈게 주듯 국정원의 대선 개입이 들통났었고 실제로 문재인 캠프의 전략적 패착과 무리수는 이슈에서 뒤로 밀려나게 된 것이다.

    

3

그리고 지금 또다시....'안 도와줘서 졌다'는 문재인이, '자력으론 이길 수 없었다' 문재인이, 대선 패배 후 "한계를 절감하여 정계를 떠나겠다"던 문재인이, 다시 대통령이 되고자 다른 경쟁후보들에게 "도와달라"고 한다.

    

그런데 이번엔 그게 쉽지 않다. 이미 친문세력 스스로 그간 극렬하게 뿌려온 분열과 배척의 씨앗으로 인해 문재인을 도울 경쟁자 그룹은 전무하다. 게다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지켜 본 국민들은 결정 장애와 판단력 결여, 번복 정치, 그리고 측근·계파에 휘둘리는 문재인의 리더십에 회의하기 시작했다.

    

비토율(거부율)이 높은 후보는 승리하지 못한다는 불문률이 있다. 비토율 1위의 문재인도, 2위인 반기문도 승리를 점치기 어렵다는 말이 그래서 나온다.

    

지금의 릴레이식 여론조사 방식도 허상이지만, 액면 그대로를 보더라도 1위인 문재인은 지지율 30%, 비토율 30%에 무당층(유보층) 35%.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반사이익이 일부는 전이되어 왔지만 대부분은 아직도 유보다. 게이트의 파괴력에 비해 반사이익 흡수율은 여전히 대단히 미진하다는 것.

    

정당지지도 보다 낮은 후보 지지율도 문제다. 아군과 우군의 스펙트럼 간격이 너무 넓다는 것. 그것 역시 친문과 캠프의 자업자득이다. 자신들과 조금만 달라도 갈라치고 배척한 결과다.

    

대통령 선거는 정당 선호 투표가 아닌 인물 선호 투표가 전통적인 양상이다. 때문에 이번은 무당층과 응답을 유보하고 있는 층이 대선의 향배를 좌우할 선거가 될 공산이 큰 예측불허의 박빙 승부가 펼쳐질 것이다. 변수가 상수를 흔드는 선거가 될 공산이 매우 크다는 것.

    

어떤 변수들이 상수를 흔들 것인가? 이것이 가장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다.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Share on Google+ band URL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