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전직 유빠이면서 전직 노빠였던 판단력부족님과 범닝구진영 소속인 비행소년님의 대화를 읽고 쓴 글이다. 나도 참 할 일 무지 없다....>


1. 최근에 판단력부족님과 대화하면서 '응? 뭔가 바뀌었는데?'라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그 뭔가 바뀐 것의 '뭔가'는 판단력부족님과 비행소년님의 대화에서 구체성을 띄었다. 사람의 생각을 몇마디 대화의 느낌으로 규정한다는 것은 '참 위험한 발상'이겠지만 판단력부족님의 현재 상태는 '내부로부터의 붕괴 단계' 중 2단계인 '희망 찾기'.

나에게는 데쟈뷰이다. 내부로부터의 붕괴를 겪은 한 전직 NL에게, 내가 NL과 극한대립을 하고 있을 때, 나를 가장 극렬하게 성토하면서 한편으로는 오히려 나를 변호하면서 NL과 싸웠던 그 전직 NL에게서 느꼈던 그런 것 말이다. 과거 자신의 진영이었던 NL에게 '없는 시비도 만들어서 공격을 해대는' 나도 밉겠지만 그 시비에 택도 없는 논리로 맞대응하는 과거 자기 편에 대한 '처참함'에 대하여 그는 많은 갈등을 했으리라.


그래서 그 전직 NL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은 적이 있었다.

"과거의 선택에 대하여 후회하느냐?"


그러자 그는 이렇게 짧게 말했었다.

"중요한 것은 미래"



2. 네오경제 --> 욕망지인 --> 판단력부족의 닉네임의 변천사

인터넷에서 닉네임이라는 것이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함축적으로 표현한 것인데 판단력부족님의 닉네임의 변천사는 '내부로부터의 붕괴'의 첫단계인 혼돈. '욕망지인'이라는 닉에 대하여 판단력부족님께서 나에게 설명을 하셨고 그걸 충분히 감안하더라도 현재의 닉네임을 고려한다면 닉네임의 변천사는 혼돈.


그리고 전직 NL의 '중요한 것은 미래'라는 말에 판단력부족이라는 닉네임을 대입하자면 '미래에 내 정치적 의사를 결정하기에는 아직은 판단력 부족이다'라는 뜻으로 해석이 된다는 것이다. 이 해석을 판단력부족님의 중심으로 표현하자면 '과거의 혼돈을 겪은 봐, 미래의 의사를 결정하는데는 아무리 신중해도 지나침이 없다'라는 것이고 돌아가는 정치판을 중심으로 표현하자면 '판단력부족님에게 매력적인 정치인은 없다'는 것이다.



3. 내부로부터의 붕괴 첫번째 단계는 혼란, 두번째 단계는 희망. 그러면 그 다음 단계는?

"적들을 향해 공격할 때, 하느님의 병사들이 모두 이렇게 외치도록 합시다. ‘이것은 하느님의 뜻이다! 이것은 하느님의 뜻이다!’”(출처는 여기를 클릭)


위 글은 교황 우르바노 2세가 십자군을 일으킬 때 했던 연설이다. 영화 '킹덤 오프 헤븐'에서 인용되어 유명해진 이 발언은 영화 속에서는 '이교도를 죽이는 것은 죄가 아니라 천국으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소개되어 논란의 대상이 되기도 했지만 믿음을 최고의 덕목으로 간주하는 개신교에 비하여 선행을 최고 덕목으로 쳤던 천주교의 교리와 천주교의 선동의 역사 그리고 교황 우르바노 2세의 연설 전문을 보면 그렇게 해석해도 무방할 것이다.


논점은, 해석의 문제가 아니라 '적의 규정'이다. 그리고 그 적의 규정을 통하여 적으로부터 혼란을 겪고 적을 물리칠 수 있는 희망이 생기면 내부로부터의 붕괴를 탈피하기 위하여 선택될 것은 바로 중우(衆愚). 최용식에 대한 판단력부족님의 믿음은 이런 중우에 가깝다.......라는 우려를 한다.


지금 한국에서의 가장 큰 적은 새누리당도 아니고 북한도 아니다. 바로 빈부격차. 그리고 그 빈부격차라는 괴물은, 민주주의만 되면 만사형통일 줄 알았던 사람들에게 혼란을 가지고 왔다.


"어? 민주주의만 달성하면 모두 다 잘살게 되는 줄 아는데 이게 뭥미?"


그리고 그 빈부격차라는 괴물을 타파할 수 있는 대안으로 슬그머니 신자유주의가 자리잡는다. 실제 신자유주의는 빈부격차를 더욱 강하게 한 주범인데 말이다. 어쨌든, 빈부격차라는 적을 규정했으니 이제 그 적을 물리치면 신세계가 도달할 것이라는 희망이 그동안의 혼란과 희망을 찾는 과정에서의 노력을 모두 물거품으로 만든다.


아크로에서도 최용식 팬이 몇몇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기억나기로는 판단력부족님, 따따블님 그리고 흐르는 강물님) 공통적 정서가 있기는 하다. 왜냐하면, 최용식은 미국 유학을 가려고 했는데 친척 중 한 명이 보도연맹 사건에 연루되어 연좌제 때문에 가지를 못했으며 1996년 중반 IMF를 예견했기 때문이다. 


최용식의 이 예견은 1997년 5월 KDI에서 '앞으로 3년 후면 우리도 선진국 수준에 도달할 것'이라는 개소리에 비하면 충분히 훌륭한 것이겠지만 그렇다. 내가 몇 개의 샘플로 보여주었지만 최용식의 경제관련 분아는 통계의 임의 적용(이는 마치 이영훈의 식민지근대화론에서의 그 방법과 흡사하다) 경제시장에서 통용되는 용어의 자의적인 해석 등을 생각한다면 별로 믿음이 가지 않는다. 선무당이 예언 하나 제대로 한 꼴이라고 하면 최용식을 너무 폄훼하는 것일까?


특히, 우리모두에서의 최용식과의 조우 경험은 그가 최소한 열린 사람은 아니라는 것이다. 뭐, 강산이 변해도 두번은 변했으니 어떻게 변했는지는 모르겠지만.


4. 중요한 것은 친노/반노/비노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정치적 포지션이 아니다. 정치적 포지션은 부차적인 문제이다. 정치적 포지션은 논자의 텍스트를 좀더 명료하게 이해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문제는 텍스트다. 비행소년님은 완곡하게 표현했지만 나는 염려스러운 것이다.


내부로부터의 붕괴의 첫번째 단계 그리고 두번째 단계까지 힘들여 왔는데 조금만 더 참으면, 그러니까 조금 더 공부하면 진실이 보일 것인데 지금 중우에 빠질 위기에 있으니 말이다. 이는 마치 영화 '미스티'에서 보여준 비극적인 결말을 예상한다.


조금 더 참지 않고 중우에 빠진 등장인물들의 죽음과 끝까지 참고 인내하여 결국 군대에 의해 구조되는 주인공 말이다. 물론, 이렇게 말하는 내 자신도 중우의 한 명일지 모른다. 내가 미스티의 한 등장인물이라면 끝까지 참고 인내했을까? 그건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확실한 것 하나는 있다.


그 것은 내가 누누히 주장한 '민주주의 만능주의에서 벗어나라'라고 했던 과거를 반추한다면, 신자유주의라는 중우에 빠지지 말라는 것이다.


자신이 규정한 적인 빈부격차의 주범이 바로 '신자유주의'인데 그 신자유주의를 희망을 실천할 도구로 생각한다는 것은 차라리 희극이다.

백이숙제는 "以暴易暴"를 남겼고 한그루는 "以"를 남기고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