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호남에 필요한 건 진보 활동가보다 기업가나 자본이라고, 호남의 반기업 반시장 반자본주의 정서 나아가 반대한민국 정서를 버리지 않으면 답이 없다고 얘기하면 내 선후배 동료 등등 욕하는 사람 많다.

전주종합경기장 재개발하기로 전임 전주시장이 롯데쇼핑과 계약한 걸 후임 시장이 무효화하고 심지어 법정 소송도 불사하겠다고 한 것 보고 내가 '정상적으로 계약한 걸 무시하는 건 마적 행위나 마찬가지다. 롯데와 맺은 계약도 휴지장처럼 무시하는데 삼성이나 엘지가 뭘 믿고 호남에 투자하겠느냐'고 했더니 나더러 롯데 돈 쳐먹었다고 뒤에서 씹어댄다.

전주나 광주 등등에서 자본이 들어와 투자하려고 해도 현지 소상공인이나 골목상권 보호해야 한다며 막은 사례가 적지 않다.

전주종합경기장 재개발은 현재의 육상경기장, 야구경기장 등을 시 외곽 그러니까 월드컵 경기장 인근 등으로 옮긴다는 계획이었다. 경기장 시설이 떠난 땅 절반에는 롯데가 쇼핑센터와 호텔을 짓고, 나머지 절반에는 국비로 컨벤션 시설을 짓는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현재 전주시장의 반대와 계약 무효화로 저 모든 사업이 다 공중에 붕 떴다. 언제 해결될지, 부지하세월이다. 이렇게 해서 전주 시민이나 나아가 호남 전체에 뭐가 도움이 될까?

서울에서 잘나가는 호남 출신 의사 한 분이 광주에서 따님 결혼식을 했다. 광주에서 그래도 최고급에 든다는 호텔을 예식장으로 잡았다.

결혼식 도중에 갑자기 정전이 되어서, 촛불 수백 개를 갑자기 켜놓고 결혼식을 치렀다고 한다. 하객으로 참석하신 혼주의 친구분은 혼주에게 덕담 겸해서

"어이, 원래 결혼을 화촉(華燭, 환하고 아름다운 촛불이라는 의미로 결혼식을 상징)이라고 안 그렁가? 잘 살라고 그런 것잉께 좋게 생각하소."

이렇게 위로를 하셨다고 한다.

이 친구분이 정작 궁금해하신 것은 '어떻게 그 많은 촛불을 순식간에 동원할 수 있었을까'하는 점이었다. 내 짐작에, 평소에도 그렇게 정전 되는 일이 잦았다는 방증이라고 본다. 그렇지 않으면 그렇게 기다렸다는 듯이 수많은 촛불을 동원할 수는 없었으리라.

심지어 이 호텔은 비가 많이 오면 복도 등에 물이 흘러들어와 카페트를 부랴부랴 동원해 물을 빨아들이는 용도로 쓴다는 얘기도 들었다. 물먹는 하마로 쓰이는 카페트라...

영암 F1사업이 제대로 사업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은 잘 알려져 있다. 정부 지원도 부실했고, 대기업들도 스폰을 거의 하지 않았다고 한다. 물론 그건 문제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대기업들이 스폰하지 않은 이유는 사람들이 별로 찾지 않아 광고 효과가 크지 않다고 봤기 때문이다.

F1 당시 경기장을 찾은 사람들이 인터넷에 불만 토하는 글들이 올라왔다. 경기장 인근에 괜찮은 호텔 등 숙박시설을 찾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있는 것이라야 대부분 러브호텔 수준의 모텔들이더라는 것. 이런 인프라도 갖춰놓지 않고 사람들 오라는 건 좀 억지 아닌가? 이런 건 해놓고 나서 정부가 지원을 안했느니, 대기업 스폰이 없었느니 하는 얘기가 나오는 게 정상 아닌가?

정부가 나서서 호텔까지 지어줘야 하나? 그런 건 민간자본이 해야 한다. 그런데, 전주종합경기장 같은 사례 만들어놓고, 기업들한테 '제발 와서 투자하시오'라는 소리를 할 수 있을까?

나주혁신도시에 한전이랑 관련 업체들이 옮겨오면서 거기 일하는 사람들, 가족들이 같이 왔다. 하지만 초기에 불만이 엄청 많았다고 한다. 주부들이 이용할 수 있는 쇼핑시설 등이 형편없더라는 것. 그런데 우리나라 좌파나 시민운동가들은 골목상권 보호 등 내세우며 쇼핑시설 짓고 호텔 짓는 걸 마치 부도덕한 타락처럼 비난하곤 한다.

LG CNS가 새만금에 스마트팜 투자하려다가 전농 등의 반대시위와 현지의 여론 악화 심지어 전북도의회의 반대 결의안 등에 부딪혀 사업을 접은 사례를 얘기해도, 그게 왜 전북만의 문제냐 하는 반론을 들고 나온다.

전북만의 문제는 아니지. 전국 어디에나 저런 식으로 기업활동 반대하고 싫어하는 움직임은 있다. 하지만, 저런 식으로 지역 여론 전체가 진보 시민사회단체에 질질 끌려가고 심지어 지방의회가 공식 반대 결의안을 채택한 사례는 내가 알기로 없다.

경기도 화성에서도 동부팜한농(현재 LG팜한농)이 아시아 최대규모의 첨단 유리온실을 준공했다가 농민 단체 등의 반발로 사업을 접은 사례가 있다고 한다. 이런 사례를 들어 "호남이 특별한 게 아니다"고 말하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경기도에서 하면 그게 무조건 호남의 샘플이 되어야 하나? 그리고 화성은 그렇잖아도 기업 투자가 이미 엄청나게 들어간 곳이다. 첨단 유리온실은 들어와도 그만, 안 들어와도 그만인 그냥 one of them이다. 현대자동차의 남양연구소를 포함해 기업 관련 인프라가 빵빵하다.

하지만 새만금이 그런가? 제발 좀 입주하라고 해도 들어오려는 기업이 없어서 심지어 군산 김관영 의원은 카지노까지 들여오려고 그러지 않는가? 스마트팜과 카지노 가운데 어느 것을 선택하는 게 더 나을까?

이런 소리 하면 또 호남 비판한다고 흥분하는 분들 나온다. 나도 그 분들 심정은 이해한다. 호남은 민주화운동의 희생과 피를 흘렸지만 여전히 모욕과 경멸의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다. 혐오 발언 문제는 정말 심각하다.

하지만 중요한 건 이기는 것이다. 그 방법을 찾아야 한다. 언제까지 소수로 남아 피해 보상만 챙기려 할 것인가? 그건 이기는 방식이 아니라, 편하게 영원한 패자로 남는 방식이다. 영남패권은 나도 반대하고 거기 맞서 싸우고 있지만 영남패권이 밉다고 해서 그들이 주도한 자본주의와 기업, 시장 질서를 통한 발전까지 외면해서는 안된다. 그건 호남한테 털끝만큼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호남이 반기업, 반시장, 반자본주의, 반대한민국으로 남아있는 걸 누가 가장 좋아하는 줄 아는가?

바로, 호남을 좌파의 영향력에 묶어두어야 호남 표를 얻어 국회의원, 지방자치장, 대통령을 노려볼 수 있는 친노세력들이다. 친노야말로 좌파의 명분과 상징성을 등에 업고 그걸로 호남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바로 호남이 미워하는 영남패권이 호남의 좌파화를 가장 반기고 환영한다. 왜냐?

호남이 좌파로 남아있는 한 호남은 가난하고 저개발이고 못배운 상태로 남게 되고 그 결과 다른 지역의 기피 대상, 혐오의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그럼 영남패권은 호남을 고립시키고, 대한민국의 대립 갈등 구도를 호남 vs 대한민국으로 만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는 영남의 선거 백전백승, 영남천년왕국으로 가는 길이 활짝 열리기 때문이다.

중요한 건 이기는 것이다. 그 방법을 찾는 것이다. 어떻게 할 것인가? 호남 vs 대한민국이 아니라, 영남패권 vs 대한민국으로 만들어야 한다. 어떻게?

영남패권이 주도했던 대한민국 자본주의와 경제개발의 방식이 한계에 이르렀다는 것, 새로운 질서가 나와야 한다는 것을 설득하고 그 경로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호남이 반기업, 반시장, 반자본주의, 반대한민국을 버리고 부국강병과 경제성장, 기업 자유의 강화, 규제 혁파의 주역이 되어야 한다.

영남패권이 밉다면서 그 2진인 친노 지지하는 호남 분들, 친노 밉다면서 그 배후이자 본질인 좌파의 명분과 정당성은 인정하시는 호남 분들 정말 정신 차리셔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호남은 영원히 소수로 남고 피해자연하며 보상금 몇푼이나 더 받을까에 신경쓰며 살아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