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 비행소년님 글에 댓글로 달려다가 새로 글을 씁니다.
@@ 정치인들 이름에 호칭은 생략함을 양해 바랍니다.

1) 내일 당장 대선 하면 안철수가 대통령되고, 국민의당이 여당이 될 가능성은 전혀 없습니다. 탄핵 정국 이후 고착화된 소위 '지지율'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하면서도, 신경을 쓰이는 사람들도 많을 겁니다. 

몇 가지 이유가 있을 수는 있습니다.

먼저 (친노문 홍위병, 깨시민, 달레반)들에 의해서 덧씌워진 네가티브 이미지가 있습니다. 온라인 오프라인을 통해서 안철수라는 이름에 대해 안 좋은 이미지의 어휘들을 덧붙이는 공작을 몇년에 걸쳐서 전방위적으로 해왔습니다. 정치 잘모르는 사람들에게 안철수라는 이름에 그런 어휘들이 자동으로 떠오르게 말입니다.  (이를테면 커트보네거트의 제5도살장에서 주인공을 저주하는 병사가 열차안에서 내내 주인공을 원망하는 탓에 ' 열차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딱히 그 말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면서도 자연스레 그걸 받아들인 것과 마찬가지)

또한 안철수의 지지층 중에는, 문재인이나 박근혜와 같은 맹목적 종교적 지지자들이나, 한탕을 노리며 이해관계로 얽혀 있는 사람들이 적다는 점을 파고들어, 적극적으로 경멸적인 비토를 늘어놓습니다. 어디가서 안철수 지지한다는 투의 이야기만 나오면,  "ㅆㅂ 안빠새끼. 정치 혐오충." 이라고 눈을 부라리며 윽박을 지릅니다. 라이트한 지지자들의 특성상, 이런 강성지지자 앞에서는 자기 몸 조심을 하기 마련이고, 그러다 보니 점점 자기가 과연 안철수를 지지하는가 에 대해 스스로 회의가 들게 됩니다. 어디서 안철수 지지한다고 했다가 욕만 먹는거 아닌가 하고 말입니다. 


2) 그치만 그보다 더 본질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사실 라이트한 지지자건, 다소 고개를 갸웃거리거나, 아니면 약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건 간에 대충 다 동의하는 사실은 한 가지가 있습니다 -- 인물 똑똑한거나 미래 비전 같은 콘텐츠 적인 면에서는 안철수가 훌륭하고, 대통령이 되면 잘 할 것 같다는 말입니다. 

근데 모든 문제는 이렇게 귀결됩니다. -- 근데 안철수 대통령 될 수 있겠냐?

즉, 안철수 본인이 이런 정치적 악재와 불리한 여견을 이겨내고, 대선후보로 나와 상대 후보와 대등해지고, 궁극적으로 이길 수 있는 선거 공학적 능력이 있냐 하느냐는 질문입니다. 

솔직히 말하면 안철수 본인에게 있어서 소위 말하는 '정무 능력'은 다소 미흡합니다.  지금까지 해온 성과가 아예 없는 것은 또 아닙니다. (이를테면 새정연을 만들고 공동 대표 시절 선거와 국정을 선방했었던 일, 국민의당 창당해서 엄청난 수세를 반전시켜서 원내 3당 안착시켰던 일)  그렇지만, 선거라는 큰 이벤트를 빼고는 항상 집중 공격받고 어려운 처지였기 때문에, 호감 가지고 보는 사람들 조차 '저 사람 저거, 어디 버텨 내겠냐' 라는 의문이 드는 입지의 연속 이었기 때문입니다. 

어찌보면 큰 딜레마입니다. 선거 잘치르고 정치적 이득 잘 취하는 능력이랑, 대통령으로 국정을 이끄는 능력은 꼭 1:1 대응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를테면 얼불노/왕좌의 게임에서 로버트가 전사이자 장군으로서는 대륙 최고의 인재였지만, 국왕으로서는 낙제점이었던 것과 같습니다. 아니 더 가까운 예로 선거의 여왕이던 박근혜가 있지 않습니까? 

사실 안철수 본인이 큰 그림 보는 능력이 아주 떨어진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 새정연 합당. 이거 합당 안하고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떨어뜨리고 2등으로 낙선하기 전략 (기획안 by 윤여준) 썼으면 이미 망했었습니다. 세월호 정국도 정국이었지만, 당시 모호한 정체성이었던 안철수 집단은 전략으론 야권 및 여권 양쪽에서 버림받을 가능성만 높았죠. 

  -  4.13 총선. 이거 역시. 남들 다 망했다고, 너만 빼고 다 모여 ㅋㅋㅋ 고사 지내는 가운데에서, 본인이 가능성을 보고 그걸로 밀고 나갔습니다. 그래서 정당득표에서 더불어민주당을 앞서며 원내 3당 만들었습니다.   (반면 총선 승리는 도망쳐서 아무것도 안한 문재인의 공이라며 자뻑하는 더민당 지지자들은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습니다. 국민의당이 중간층 흡수 안했으면, 그 전 예측처럼 참패였습니다.)
 
  - 당공동대표 사퇴. 사퇴 안했으면 사퇴 할때까지 6개월이고 1년이고 리베이트 이야기만 했고, 당 깨졌습니다.  매 분단위로 검찰 동향 이야기하고, 디자인업계 계약 관행이야 말로 대한민국 모든 악의 근원인거 처럼 몰아가더니, 안철수 당대표 사퇴한 다음날부터 리베이트 기사가 거짓말처럼 하나도 안나왔습니다.
 
  - 탄핵 정국. 더민당에서 몸사리고 2선 후퇴 이런 이야기나 하면서 다들 머뭇거릴 때 비교적 이르게 강하게 대통령 퇴진과 탄핵 ('강제로 수습될것')을 이야기했습니다. 

  - 반기문. 남들이 지지율 높은 반기문이랑 빨리 연합하라고 정치책사들이 수근거릴 때, 다음 대선은 박근혜 정부 에서 벗어난 정권 교체를 위한 대표자를 선출하는 자리라며, 대놓고 거부했습니다. 


다만 이런 비전을 공유하며, 그걸 믿고 함께 수행해 줄수 있을 만한 능력있는 사람이 별로 없었습니다.  기존의 많은 '측근'이나 '동료'들 상당수는 그냥 안철수 근처에서 꿀떨어지기를 바라는 사람들이거나, 마음은 다른데 있으면서 위장 전입해온 사람들, 그게 아니면 안철수의 인기를 빨아먹고 자기가 뜨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많았었습니다. 

그렇기에 정무적인 것을 풀어나가는데 있어서, 안철수는 항상 혼자 고군분투 하는 것 처럼 보였고, 그래서 어려워 보였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과연 내가 이사람을 지지해도 되는 건가? 달레반들에게 망신이나 당하는거 아니냐' 하는 의문이 들게 만들었습니다. 



3)  관련된 이야기로 호남 정치인과의 관계 설정, 그리고 호남 지지층의 이야기입니다.

안철수는 서울 본거지의 의사, 사업가, 교수입니다. 고향이 부산이라고는 하지만, 누구와는 달리 소위 그 '부산싸나이 -- 우리가 남이가' 의 면은 찾아보기 힘들고, 하는 말씨나 행동이나 그냥 수도권 사람 같아 보입니다. 

또 그렇다고 대학때 운동권 했던 사람들도 아닙니다. 

그러니 엄밀히 말하면 (부인 고향이 호남이라고는 하지만)  호남과의 직접적인 끈도 없고, '정통 야권 세력'과의 직접적인 끈도 없습니다. 안철수의 측근이나 선거 캠프 출신 사람들도 마찬가지 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의당의 지역구는 거의 호남에서 나와 있습니다.  

그러니 현재로서는 호남 지역구 정치인들과 안철수 캠프 출신 혹은 영입 인물들이 연합의 형태로 당을 만들고 유지하고 있는 형상입니다.

이 고리가 약해질 때가 안철수의 최대 약점입니다.  

호남 지역구 정치인들과 호남 거주 주민들이 안철수와 영입인물들에게 불신의 눈초리를 보냅니다:  '저 XX들 표는 호남에서 받아놓고, 정권 잡으면 지들끼리 다 해쳐먹고, 호남은 아웃오브 안중 하려는거 아니냐?'

안철수 영입 인물들과 그 지지자들이 호남 지역구 정치인들에게 의심의 눈초리를 보냅니다: '저 XX들. 이러다가 안철수 지지율 조금만 떨어지면 쪼르르 문재인에게 달려가서 가져다 바치는 거 아니냐?'

이 상황에서 뭔가 일 터질 때마다 양쪽에서 아옹다옹 하며 그 사이가 벌어집니다.   "호남 의원 누구가 무슨 삽질 했다더라." "안철수측 누구가 뭘 했다더라." 어쩌고 저쩌고.

그거 구경하는 달레반들이랑 박빠들만 입이 귀에 걸립니다. 정치에 관심 적은 사람들 상대로도 이런 와중에 지지율이 높아 질래야 높아 질 수 가 없습니다.  

차라리 더불어민주당은 문재인이랑 달레반이 정복해서 철권통치하는 데다가, 정권이 눈에 보이니까 싸우는 소리라도 덜 들리지 말입니다. 


4)  그럼 안철수에게 가망은 없는가? 

그렇게는 말하고 싶지 않습니다.  제가 안철수의 컨텐츠를 높게 보는 것도 있기는 하지만 ...  무시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지금 안철수에게 가장 큰 자산은, 제가 보기에 박지원과 한 편 된 겁니다. 

정치할 깜도 안되던 박경철, 법륜, DJ 혐오자였던 윤여준, 솔직히 본인 능력은 아예 없는 거 같은 이상돈 이런 사람들 말고, 산전 수전 다 겪은 박지원이 안철수를 지원하면서, 안철수에게 부족했던 부분이 바로 채워졌습니다.   (... 윤여준이 그렇게 대단했으면 지금 남경필이 대선 주자 5위 안엔 들어야지...)

이번 탄핵 정국에서 실질적인 리더쉽 (제1야당 대표 추미애? 훗)을 발휘한 정치력의 박지원이 안철수에게 부족한 정무적인 면을 채워주고 있습니다. 안철수 본인의 워딩을 살려주는 지원사격, 다른 정치인들과의 스킨쉽, 원외 활동, 뉴스및 방송, 순발력있는 SNS 활동 등등에서 기존 안철수 '측근 그룹' 100명이 해도 못할일을 해주고 있습니다. 

거기에 안철수에게 부족했던 호남과의 접점의 역할이 됩니다. DJ 의 영원한 비서실장 박지원이 후원하며 키우는, DJ를 롤 모델로 한다는 능력있는 다음 세대 정치인 안철수라는 그림 말입니다.  (스타워즈로 말하자면 요다 - 루크?)  DJ의 생물학적 아들을 자기 꼬붕처럼 만들어서 비참하게 끌고다니는 문모씨와 얼마나 대비되는 그림이 됩니까? 

또한 박지원이 안철수 손잡고 호남 돌아다니면서 인사시키고, 서울역 가서 새해 인사 함께 합니다. 안철수가 선거운동 한다고 자기 측근이랑만 돌아다니는게 아니라 말입니다. 이렇게 박지원이 안철수랑 한편 먹어서 대통령을 만들었는데, 호남이 소외될 리가 없습니다. 

특히 박지원이 신중하게 그림을 잘 만들고 있습니다. 정동영과 안철수가 같이 하는 자리가 생긴다던가, 당 원내대표인 주승용이 공식적인 자리에 항상 대동하는 모습 같은 거 말입니다.


5)  이어지는 이야기로 안철수 본인에게 국민의당 이라는 껍질이 있다는 게 또하나의  큰 힘입니다. 

박지원 의원이 당대표로 있으면서, 안철수 의원을 중심으로 (일단) 뭉치는데 합의 시키는데 성공했습니다. 단순 아마추어들의 모임인 선거 캠프와 공식적인 당 조직의 차이는 매우 큽니다. (본인도 그걸 많이 느꼈을 겁니다.)

게다가 무소속 시절과는 다르게 공당의 공식 후보가 되면 후보 단일화 압력에서도 상대적으로 자유롭고 (이 부분은 본인이 기존에 쌓아둔 공덕도 있음),  새정연 시절과는 다르게 당내에서 비열하게 팀킬하는 달레반들로 부터도 비교적 안전합니다. (적어도 앞에서 칼을 맞지 뒤에서 맞지는 않습니다.) 

특히나 달레반들의 억지 경선룰 (모바일) 로 어이없게 사퇴당할 일도 없습니다. 

안철수의 컨텐츠를 피워줄 기반이 생겼다는 겁니다. 

박지원을 통해 얻어진 이 두 가지 (호남과의 접점, 당차원의 서포트) 아직은 희박한 안철수의 당선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반전의 계기입니다. (물론 거기에 후보 본인의 자질과 컨텐츠가 또한 아주 중요합니다만, 이 부분이 모자라면 어짜피 대통령 되면 안되는 겁니다.)


6) 마지막으로 '안철수 지지자'들에게 

예전에도 몇 번 한 이야기이지만, 호남에서 지지를 못받으면 안철수는 대선이라는 본선에 올라올 자격이 아예 없습니다.  괜한 지역감정에 세뇌된 사람들이 읊조리는 '호남에 갇히면 안된다'는 망상 따위는 일찌감치 던져 버리는 게 옳습니다. 본인이 호남 사람도 아니면서 호남에 거리를 두려는 스탠스 취하면, 냉대 밖에 더 받겠습니까?  지금 현재 지역 지지기반을 호남으로 잡은 이상, 호남의 지지자들이 원하는 걸 파악해서 그걸 전달해 주는 게 정치인의 의무 아닙니까?

그런 면에서 안철수 지지자란 사람들이 국민의당 호남지역구 다선 의원이 무슨 말이 있을 때마다 "호남 중진 어쩌구" 하면서 타박하는 건 절대 도움이 안됩니다.  개인개인을 지적하는 면이 있어도 말입니다. 또 무슨 당 포스터에서 호남쪽 인물들 사진을 지우는 유치한 짓을 하거나, 나름 호남 유력인사들에 대해 날을 세우는 건, 안철수 앞날을 파묻어 버리는 행위입니다.

오히려 지금 박지원이 세운 그림 처럼, 공식적인 당 중진들과 많은 시간을 함께 하는 편이 훨씬 낫습니다.  

특히, 제가 보기엔, 국민의당 내부에서 유력한 호남 지역구 정치인들은 억지로라도 좀 띄워줘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정동영이나 천정배 같은 사람이랑 같이 돌아다니면서 인사도 하고, 정책 토론회도 같이 하고 그래야 당이 좀 하나로 모이는 그림이 그려지지 않겠습니까? 당내 후보 경선은 안철수 혼자 할 겁니까? 

유비가 형주군과 측근들을 이끌고 익주에 입촉을 했어도, 결국 촉한을 세우고 촉한의 조정을 만드는데 중심이 되는 일을 했던 건 익주의 백성들과 인재들입니다.  장완, 비의, 등지, 마충, 왕평, 오의, .. 뭐 이런 인재들 말입니다. 이엄은 심지어 제갈량과 함께 유비의 탁고를 받기 까지 했습니다. 

또, 비슷한 이야기로  박지원이나 천정배 같은 사람이 정치적 레토릭 하면서 손학규, 정운찬 이런 사람 데려와서 경선 같이 하려고 작업 들어가는데 순진하게 너무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 없습니다. 손학규나 정운찬 이런 사람들도 자기가 국민의당 대선 후보 될 가능성이 매우 낮은 걸 모르겠습니까? 페이스 메이킹이라도 해주려면 자기 몸값은 제대로 받아야 들어 오지 않겠습니까? 

냉정하게 지금 안철수가 대통령되려면 (친박 친문이 아닌이상) 도움을 받고 지지를 구해야 하는 형편입니다. 지금 줄 현금이 없으면, 어음이라도 주고 감언이설이라도 해야 줘. 그리고 정당하게 협력을 통해 정권에 가까이 가야하지 않겠습니까? 안철수 본인이 말했습니다. 친한 사람들끼리 사이좋게 해서는 정권 못잡는 다고요. 

그런거 없이 자기들이 좋아하는 사람만 가지고 정권 순수하게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호남 지역 정치인들 배제하고 초선들만 가지고 정권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그건 정권 잡을 준비가 안되어 있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