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예전에 과학/기술 분야를 언급하면서 'DJ가 인문학적 분야에서는 박정희 정권에서의 프레임을 상당 부분 극복지만 과학/기술 분야에서는 진작에 극복해야 할 박정희 프레임을 벗어나는 시도조차 하지 못했다'라고 했다. 또한, 내가 안철수를 지지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DJ가 시도도 하지 못한 과학/기술 분야에서 박정희 프레임을 극복할 가능성을 보였기 때문'이라고 했다.


마찬가지이다. 에너지 분야에서 박정희 정권의 정책기조는 '값싸고 안정적으로 에너지를 공급하겠다'라는 것이고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에너지 분야를 정부가 직접 관리하는 방식'을 취했다.


이런 박정희 정권의 에너지 분야 정책은 상당히 효과적이어서 대한민국 경제 발전에 큰 역활을 했던 것은 사실이다. 문제는 이런 박정희 정권의 에너지 공급 정책 관련 프레임이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의 예를 들어 볼까?


486 세대라면 초등학교 사회교과서에서 충주 비료 공장의 전경 사진을 기억하실 것이다. 거대한 탱크가 달린 사진 말이다. 이 충주 비료 공장은 지금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변경되었는데 그 이유는 과거 방식이 전력이 지나치게 먹기 때문이었다.


북한이 저렇게 망가진 것은 독재정권 유지를 위하여 지나친 폐쇄정책을 쓴 이유가 가장 크겠지만 내부적 요인으로는 바로 잘못된 에너지 정책 때문이다. 그리고 거꾸로 말하면 에너지 정책의 그들의 자만감이 폐쇄정책을 불러왔다는 것이다. 북한은 1970대 그들이 세계에 자랑하는 '카바나이트 공법'이라는 에너지원을 개발했다. 그리고 다른 나라들이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쓰는 공법들을 속속 개발해도 자신의 에너지 정책에 자만에 빠져 있던 북한은 그들의 에너지 방식을 고집하고 '우상화 놀음'에 전념했고 오늘날 북한이 피폐화 된 근본 원인이 되었다. 북한이 연변에 경수로를 지으려고 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한국의 에너지 정책은 지금 북한의 그 것을 닮아가는 것 같다. 박정희의 에너지 정책은 분명 대한민국 경제 발전에 원동력이 된 것은 사실이지만 산업용 또는 민간 분야에서 에너지 낭비 요소가 많다. 에너지를 공급하기 위하여 원자력 발전소를 세우자는 주장은 이런 에너지의 낭비 요소를 고려하지 않은 채 에너지 분야에서 박정희 프레임을 '개선없이' 답습하자는 것이다. 반대로 원자력 발전소 수를 줄이거나 또는 완전히 폐기하자는 주장 역시 에너지 분야에서 '기계적인 박정희 프레임 깨기'에 불과하다.


좋던 싫던, 우리나라는 제조업이 산업의 근간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제조업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하여 에너지 정책은 필수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지금, 우리가 해야할 것은 원전 신설이나 동결, 감축 또는 폐지 주장이 아니다.


"과연 대한민국은 에너지 효율이 얼마나 좋은가?"에 대한 국가적인 검토 이후에 에너지 낭비 요소를 줄이는 노력과 그에 맞추어 국가적으로 에너지 정책을 어떻게 가지고 가야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대한민국은 그렇게 하지 않는 것 같다. 그 극명한 예로, 이명박 정권이 특정 대기업들을 비호하기 위하여 'LED 조명 의무화 시기'를 러시아보다 2년 늦게 채택하였고 신재생에너지 분야 역시 '치적 쌓기의 일환'으로 거짓 통계를 냈었다. 즉, IAEA 기준으로는 신재생 에너지에 포함되지 않는 자동차 폐유 등을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포함시켰다는 것인데 이는 정부 차원에서 에너지 정책에 대한 비젼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며 이런 기조는 박근혜 정권에서도 그대로 유지되는 것 같다.


대한민국의 국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하여 에너지 분야에서 박정희 프레임을 극복해야 한다. 그리고 그 극복의 첫 단계는 '국가적으로 에너지를 얼마나 효율적을 쓰고 관리하느냐?'이지 '원전의 신설/폐지 논란'이 아니다. 아닌 말로, 국가경쟁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면 원전을 더 짓는 것도 당연히 고려되어야 한다.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에너지 정책에 있어서도 정부, 기업, 국민들 전부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원전 신설/폐지 논란은 단순히 원전을 더 짓느냐? 아니면 폐기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에너지 정책에서 그동안 답습되어 왔던 박정희 프레임을 극복, 개선을 해서 효율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모색되어야 한다.

백이숙제는 "以暴易暴"를 남겼고 한그루는 "以"를 남기고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