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에 보낸 기고문이 게재됐다고 하네요. 광주에 있는 고등학교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더군요.

"몇십년 동안 찾으려 해도 못 찾았는데, 막상 찾고나니까 이런 데 쑥쑥 나타나고 그러냐?"

이렇게 뭐라고 하네요. 사실은 얼마 전 이 친구와 연락이 닿아서 졸업 이후 40여년 만에 처음으로 만났거든요. ^^

[ 호남혐오, 전방위 연대로 극복하자 ]

호남 혐오 발언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최근의 혐오 발언은 심각한 명예훼손 및 허위사실 유포를 수반한다. 이희호 여사가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자금 세탁을 위해 미국 유명 힙합가수 닥터드레와 결혼한다는 황당한 루머부터 시작해 광주시 중앙로에 인공기가 게양됐다는 사진까지 유포됐다. 북한 로동신문이 호남조선을 통해 촛불 시위를 배후 조종한다는 주장도 나돈다.

물론 이 모든 주장은 악의적인 왜곡이다. 보수언론인 조선일보와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도 이런 루머가 유포되는 것을 한탄하고 잘못을 지적할 정도이다. 하지만 호남을 향한 이런 악의적인 루머와 혐오 발언이 쉽사리 사라질 것 같지는 않다. 촛불 시위로 촉발된 정치적 긴장까지 더해져 이런 혐오 발언은 더욱 악화되고 심화되는 현상이 타나나고 있다.

호남 사람들은 이 문제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현행법에서는 특정 개인을 대상으로 한 명예훼손만 처벌이 가능하다. 호남 사람 일반을 대상으로 한 혐오 발언을 처벌하려면 혐오죄나 차별금지법 등의 입법이 선행되어야 한다. 하지만 여론이 이들 법안에 우호적인 것만은 아니다. 진보 진영에서도 양심과 사상, 언론의 자유 등을 들어 법적 제재에 반대하는 의견이 적지 않다. 법제화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불가피하다. 그때까지 호남 사람들은 인종주의적 인격 살인을 감수해야만 할까?

호남 혐오 발언은 호남의 명분 죽이기 살인 행위이다. 호남이 우리나라 역사에 기여한 민주화의 업적과 희생의 도덕적 정당성을 훼손하고자 하는 의도가 근저에 깔려 있다. 호남 사람들이 이 문제에 대해 당당하게 나서지 못하면 자신의 정치적 정당성을 스스로 포기하는 결과가 된다.

법적인 제재 장치가 마련되기 이전이라도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특히 사회적으로 권위를 인정받는 분들의 발언이 중요하다. "호남을 무조건 혐오하고 소외시키는 것은 공동체를 근간부터 무너뜨리는 반인륜적 죄악이며, 호남을 혐오하는 당사자들도 결국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다"는 소신 발언이 필요하다. 이런 발언조차 할 수 없다면 그런 사회적인 권위는 어디에 쓰는 것인가.

평범한 호남 지역 주민들 그리고 타향의 호남 출신 시민들도 이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인터넷 등에서 광범위하게 진행되는 호남 혐오 발언을 보며 속으로만 울분을 삭일 것이 아니라 당당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 상대를 똑같이 혐오하라는 것이 아니다. 호남 혐오 발언이 옳지 않으며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의견을 정중하게 밝히는 것으로 충분하다.

호남 혐오 발언을 하는 사람들이 대단한 소신을 갖고 그런 발언을 하는 게 아니다. 누군가가 그런 발언에 반대한다는 것만 분명히 밝혀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혐오 발언을 주저한다. 지금 기승을 부리는 호남 혐오 발언은 이런 발언이 사회적으로 충분히 용인되고 아무도 반대하지 않는다고 안심하는 분위기에서 나온다.

호남이 겪는 고통과 질곡은 경제 산업의 낙후, 불합리한 인사차별, 인종주의적 혐오 등 3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이 가운데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것이 인종주의적 혐오 현상이다. 이 문제의 이슈화는 건강한 상식을 가진 다른 지역 시민들의 광범위한 지지를 얻어낼 수 있다. 또 호남의 경제 산업적 낙후와 인사차별도 혐오 현상에 기대어 합리화되는 측면이 강하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호남의 의식 있는 세력이 주도하여 이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할 때 호남 현지 거주민과 출향민, 전남과 전북, 민주화 세대와 청년 세대, 오피니언 리더와 일반 시민 사이의 연대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수 있다. 이는 호남이 오랫동안 추구해온 가치 즉 대한민국의 정상화와 합리화라는 거대한 진전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확신한다.

주동식 지역평등시민연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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