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공정거래법을 틈틈히 보고 있는데 좀 어렵네요. 어렵기는 한데, 법이라는게 참 논리적인게 재미있네요. 저는 법이 그냥 대충 때려맞추어 만든 것인지 알았는데.... 법 조항 하나하나마다 그 법 조항을 만든 사람들의 고뇌가 어려있는 것 같아요. 어쨌든, 아마도 공정거래법의 핵심은 제 56조의 '입증 책임'과 제 57조의 '손해액 배상'


입증 책임을 논하려면 '피해자가 피해를 입었음을 증명해야 하는 것'인 대륙법과 형사법과 민사법으로 나누어 입증 책임을 거론하는 영미계법.


영미계에서 형사법은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는 입증(beyond reasonable doubt)을 기준으로 하는데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무죄 추정의 원칙'인 반면 민사법에서는 '증거의 우위'(prepoderance of evidence : 통상의 민사) 및 '명백하고도 설득력 있는 증거에 의한 증명'(clear and convincing evidence : 양육권 등 인권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민사) 두가지로 나뉘어 적용한다고 하네요.


지금 공정거래법 관련하여 KERI의 주장들을 좀 보고 있는데 그 중 맞는 주장은 '국회에서 입증책임을 무차별하게 적용하여 위헌의 소지가 있다'라는 것. 왜냐하면, 국회에서 경제적 관련 법률을 만들 때 '입증 책임'의 범위를 정하면 논쟁이 발생하는데 그 논쟁의 장소는 법조계이기 때문이죠.


공정거래법 관련하여 진보 진영 및 KERI의 주장들 중 하나씩을 인용해 그들의 주장 중 어느 것이 맞고 어느 것이 틀렸는지를 설명해볼까 하는데 쉽지 않아 보이네요.


우선, 입증 책임에서 '정당한 이유없이'와 '손해를 보았을 때'의 기준이 있어야 하는데 이 기준에 따라 공정거래법이 '강자 중심'인지 아니면 '시장 공정성 중심'인지를 판단할 수 있는데 진보진영은 제대로 설명된 것이 없어 보이고 KERI의 주장은 미국에서 자신들 주장에 유리한 것만 발췌해서 주장한다는 것이죠.


예를 들어, 손해액 배상 산출에 있어서 미국의 법정은 여러가지 방법들을 채택하는데 그 중 가장 (약자를 보호하는데) 적극적인 전후이론(before-and-after method)을 채택하기도 합니다. 전후이론이란 위반행위가 행해지기 전의 가격과 위반행위 중의 가격을 비교하여 그 차액을 근거로 손해배상액을 산출하는 것이죠.


이런 전후이론은 입증책임에서 '손해를 보았을 때'보다는 '정당한 이유없이'를 기준으로 손해액을 산출한다고 봐도 무방할 것입니다. 우리가 뉴스에서 흔히 접하는 '자동차 돌발사고의 입증책임', 그러니까 '제조물 관리법(PL법)'의 정신을  그대로 반영하는 것이겠죠. 아직은 좀더 봐야겠지만 일단 공정거래법에서 손해액 산출 방식을 좀 다양하게 할 필요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공정거래를 위반하여 얻은 이익이 벌금보다 훨씬 크다'라는 것이 뉴스에 종종 보도되니까요. 그리고 한 기업총수는 노골적으로 '공정거래를 위반해도 문제가 안되는 방법을 연구'(제가 시사저널의 보도를 인용했었는데 아마 비슷한 맥락일겁니다)한다고 하니까요. 손해액 배상에 있어서 법원에서 다양한 방법을 적용한다면 최소한 지금과 같이 공정거래법이 유명무실해지지는 않겠죠.

백이숙제는 "以暴易暴"를 남겼고 한그루는 "以"를 남기고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