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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천하의 영웅은 오직 사군(유비)과 나 조조 뿐이오, 본초(원소) 같은 무리는 족히 여기에 낄수 없소!" -- 삼국지 선주전*
하지만 저 개인이 보는 관점은 그렇습니다.
결국 이번 대선은 문재인 대 안철수 둘 중 하나의 선택지로 좁아질 겁니다.
안철수 의원이 작년말, 올해 초부터 내년 대선은 자기랑 문재인 씨 둘중 한명 선택하는 선거가 될거고, 자기가 선택받을 자신이 있다고 말하고 다녔을 때 어떤 '쪽' 사람들이 좀 비웃었습니다. 지지율 반 토막도 아니고 1/4 토막 난 색히가 뭐 믿고 까부냐고 말입니다.
근데 그렇게 비웃던 사람들중 좀 머리 돌아가는 사람들은 내심 속으로 생각하고 있을 겁니다. 실제로 올라오면 가장 상대하기 껄끄러운 게 안철수 의원이 될 거라는 걸 말입니다.
지금 수많은 대선 후보가 (특히 야권) 난립하고, 아직 반기문씨 지지율도 높고, 안철수 의원은 지지율 3위도 아닌데 무슨 소리냐 할 수도 있겠습니다.
제 생각은 그렇습니다. 결국 대통령중심제에서의 대선은 다음 5년간 국가의 큰 틀, 큰 방향을 결정하는 선거입니다. 대단한 식견을 가진 엘리트들만 참가하는 것이 아니라 장삼이사, 평범한 사람들이 참여해서 이루어 내는 대통령 선거입니다. 그렇기에 그 결과는 결국 대중들이 집단적으로 바라는 (혹은 대중들이 바라도록 설득한), 다음 5년간의 국가의 방향을 대표하는 사람에게 주어질 것입니다.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가 상징한(하길 바랬)던 방향은, '세대교체와 선진화'라고 할 수 있었습니다. 소위 '민주화 주역' 세대가, 비교적 젊은 사람들이 많이 기용되어 정치와 행정을 이끌면서 , 3김 정치로 상징되던 기존 정치권과는 다른 방향, 새로운 방향으로 정부를 업그레이드 해서 이끌어 주길 바랬던 겁니다. 물론 노무현 정부는 그 방향성을 제대로 수행하기는커녕, 싸우는 소리만 요란했을 뿐,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아니 삼성의 종노릇만 하다 끝났습니다.
2007년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가 상징한(하길 바랬)던 방향은, '실용주의'라고 할 수 있었습니다. 지난 5년간 무슨 "주의", "개념"에 대해 말만 요란하고 싸우는 소리만 들렸지 실제로 되는 일은 없었던 시절에 염증을 냈던 국민들이 선택한 방향이었습니다. '민주', '독재' 싸움 이거 다 끝난거 아니냐. 그런게 중요한 게 아니라, 뭔가 좀 실용적인 문제, 경제 문제 집중해라. 그래서 돈잘버는 사업가 출신이라는 이명박씨가 그 방향성을 대표했습니다. 물론 이명박 정부는 실용적으로 지들 배때지만 잔뜩 불리고 말았습니다.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씨가 상징한(하길 바랬던) 방향은, 경제 민주화 이슈로 사탕을 발랐긴 하지만. 결국 6, 70년대식의 과거 회귀였습니다. 과거 스타일로 국가가 강력하게 드라이브 해서, 옛날 고도 성장기의 영광을 재현하겠다는 거 말입니다. 특히 국가 경제적 어려움에 불만이 많은 보수적 장년층, 노년층의 과거 회고적 제안에 중도층이 (어려우니 그거라도 해보자)라고 동의해 준 겁니다. 물론 박근혜 정부는, 기업들 삥이나 뜯고, 국가 권력을 사적으로 휘두르는 수준 이하의 작태로, 국회에서 탄핵 가결되서 헌재 판결이나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2017년 조기 대선입니다.
지금에야 박근혜 정부에 대한 분노가 가지시 않아서, 관성적으로 제1 야당 지지율이 높게 나오고 있습니다만, 막상 탄핵 인용되고, 2달후 대선 일정이 잡히고, 진짜 선거운동이 시작되면, 결국 각 후보가 어떤 방향성을 대표하는 지를 가지고 판단할 수 밖에 없게 됩니다.
그리고 어떤 커다란 방향성을 대표할 만한 사람을 둘 밖에 업습니다. 문재인씨와 안철수 의원. 나머지 사람들은 본인의 개인적인 인기와 일부 인구 집단의 일시적인 기대의 반영일 뿐입니다.
(1) 문재인씨가 상징하는 방향은 결국 과거 회귀입니다. -- 정확하게는 노무현 시절, 참여 정부로의 회귀
문재인씨에 대한 가장 핵심 지지자들 (70년대/80년대 출생자들) 에게 주는 메시지이기도 합니다. 참여정부 시절로 돌아가겠다. 그래서 "그때 우리들의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는 걸 보여주겠다.
그 세대 사람들이 자신들이 세웠다고 자부하는 참여 정부가 그 임기 내내 삽질하고, 실패하고, 무너져 내리는 걸 보면서 느껴왔던 마음의 짐. 그렇게 위축된 정서와 한을 자신이 다시 대통령이 됨으로서 풀어주겠다는 겁니다.
... 거 봐라 노무현 정부 말고, 다른 정부들도 다 실패하지 않았느냐? (그러므로 우리의 선택은 틀린 것이 아니었다.)... 얼마나 더 (보수정권의 실패로) 어려움을 느껴야, 참여정부가 실패하지 않았고, 그때 우리들의 선택이 잘못된 게 아니란걸 인정해 주겠느냐?
이렇게 참여정부의 '적자'인 문재인이 대통령이 됨으로서, 그 모든 인고의 세월은 보상 받는 느낌을 주고, 과거 선택에 대한 정당성을 부여해 주겠다는 말입니다. 그러면 아마도 2000년대 초반의 활기차고, 긍정적이던 국가의 에너지도 돌아올 지도 모른다고 말입니다.
(그리고 이 과거 회귀는 박근혜 씨가 장노년층 (~50년대생)에게 상징했던 방향과 유사합니다.)
(2) 반면 안철수 의원이 상징하는 방향은 미래 진행입니다.
운동권 중심 정치, 대기업 중심 경제, 기득권 중심 사회에서 한 걸음 벗어나겠다는 겁니다.
기존 정치권의 문법, 화려한 민주화 투쟁 경력, 화끈한 팬덤 정치 이런거 말고 조용조용하고 자근자근 하면서도 전문성 있게 정치가 접근하자는 말입니다.
대기업 위주의 경제, 국가가 직접 간섭해서 경제 이끄는 모델 대신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이 시장에서 제가 역할을 하되,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게 국가가 틀을 마련해 주자는 말입니다.
삼성 재벌등 기득권들에게 사로잡힌 대한민국 사회에, 공정의 기틀을 마련하자는 겁니다.
(3) 물론 선거전에 가면 문재인 씨도 나름 진취적인 공약 내걸꺼고, 안철수 의원도 기존 정치권의 지지를 얻고 다닐 겁니다.
그렇지만 문재인씨는 결국 참여 정부 회귀를 상징하는 인물이 될 수 밖에는 없습니다. 지금 본인이 제일야당 대선후보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가 그것이기 때문입니다. 본인이 이룬 업적 때문이 아닙니다. 그냥 노무현 친구, 참여정부 왕수석이었기 때문에 참여정부의 적자 자격으로 대선 후보 먹고 있는 겁니다.
반면 안철수 의원은 자기가 살아온 이력과 경력, 그리고 정치 입문후 이뤄온 성과로부터 자신이 상징하는 방향을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기존 정치권 문법 (운동권, 팬덤, 윽박지르기, 정치 공작, 뒷거래...) 과는 다른, 답답하게 보일 때도 있지만 일관적이고 우직스런 정공법으로 접근하고, 결과에 확실하게 책임지는 것 말입니다. 최신 기술 흐름에 대한 이해와 전망, 스타트 업 경제에 대한 경험, 대기업 동물원 경제에 대한 일관적인 비판 또한 그가 상징하는 것을 이야기 합니다. 모두가 못본척 하고 있을 때 내뱉었던 삼성 합병에 대한 강경한 비판 역시 마찬가지 입니다. 누구누구처럼 슬쩍 삼성, 대기업에 항복하지 않을 거라는 말입니다.
말인즉, 아무리 온라인 제갈량들이 훈수를 두고, 썰을 푼다고 해도. 종편과 언론과 팟캐스트들이 해설을 하고, 약을 팔고, 사탕 발림을 한다고 하더라도, 결국에는 후보 본인이 무엇을 상징하는지를 결정하게 됩니다.
참여정부 과거 회귀의 문재인
공정경쟁 미래 진행의 안철수
이 둘의 상징하는 방향중 어느쪽에 국민들이 동조해 주느냐가 이번 대선의 결과일 것입니다.
2017.01.23 06:59:57
(추천:
1 / 0)
안철수가 이번 선거를 문재인 VS 안철수의 대선이라고 했는데, 이게 사실 정말 맞는 말이에요. 이재명이 떠오른다고는 하나, 그리고 반기문이 보수를 결집시킬지 모른다고는 하나 민주당에서 후보로 낙점될 사람은 결국 문재인이고 안철수는 단일화 이딴 거 할 사람 아니고 정치형세를 합리적으로 판단했고 문재인은 참여정부를 주홍글씨처럼 걸치고 있어서 확장성이 많이 없어요. 안철수 지지도가 형편없다고 사람들이 얕보는데 문재인은 안철수를 이길 묘안을 생각해야지 겨우 20-30%밖에 안 되는 지지율 믿고는 이기지 못할 거예요. 저도 투표권이 있다면 안철수에게 던지고 싶은 마음인데 조기대선에서 해외거주자는 투표권이 없다고 하는군요. 안철수 이기면 문재인 인정!
2017.01.23 16:49:04
객관적으로 보면 솔직히 현시점에서 가장 가능성 있는 후보는 문재인 씨입니다. 안철수 의원은 본선 가면 경쟁력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하는 블루 칩 정도?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안철수 의원 가능성이 지금 사람들이 비웃는 것 만큼 낮지 않다고 봅니다. 그냥 정치공학적 표계산 이런 것만은 아닙니다.
탄핵 이후 이뤄질 흐름에서 국민들이 찾는건
"박근혜 때려잡자. 민주화 만세! 독재 타도! 노짱님 최고." 이런 과거 회귀가 아니라
"ㅆㅂ 이제 우리 클났다. 중국 한테 치이고, 미국은 트럼프, 일본은 아베 흐엑. 인공지능이 일자리 다 뺐어간다더라. 우리 이제 어떻게 해야하냐." 를 해결해야 하는 미래 진행이 될 거라는 생각에서 입니다.
그리고 후자를 이끌 수 있는 사람은 지금 언급되는 모든 후보중 안철수 의원 밖에는 없습니다.
2017.01.23 20:38:30
제가 안철수를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있는데, 빠심이 나오는 게 당연하지 않겠습니까.
제가 안철수만 그런일을 할수 있는 게 과학적인 사실, 증명된 팩트라고 하는 것도 아니고, 본문 처음부터 개인적인 관점임을 밝히고 있는 데다가, 이런 주장이 들어가는 문장은 당연히 (어떤 나름의 근거를 통한) 필자 자신의 판단이 들어 갈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아니 누구도 지지하지 않는 척 객관을 위장하는 것 보다는, 지지하는 정치인에 대한 판단을 공유하는 게 더 긍정적인 정치 지지자의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제 판단은 여전히 현재 시장에 나와 있는 정치인들 중, 미래에 대한 비전 가지고 거기에 집중하며 그 아젠다를 이끌어 나갈 수 있는 사람은 안철수가 유일하다는 겁니다. (아니 제가 그렇게 판단하기 때문에 안철수를 지지하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문재인, 유승민, 반기문, .. 그 무게의 중심이 과거에 있습니다. 후보자들 나이도 나이지만, 그 생각의 중심이 과거와 현재 정치 문법, 경제/사회 방식에 매여 있다는 겁니다.
반면 안철수는 지난 4년동안 비교적 일관된 모습으로 자기 비전을 구체화 하고 있습니다. (누구 처럼 아침/저녁 말바꾸는게 아니라) 정치 입문 이전에 살아온 이력, 정치인으로서의 성과와 궤적 모두 자기의 주장을 뒷받침합니다.
글의 본문의 요지이지만 나왔지만 결국 과거회귀 (영광되었던 참여정부 시대로 돌아가자) 와 미래진행 (대기업중심 경제 벗어나 공정 경쟁하자) 을 놓고 유권자가 선택해야 할거고, 문재인과 안철수가 그 각각을 상징하는 사람으로 나서게 될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2017.01.23 20:16:58
국민의당 부대변인이라는 인간하고 유모씨는 허구헛날 똥싸는 소리만 하고 있으니 안철수한테 국민의당은 오히려 독입니다. 그런 인간들을 당에서 몰아내지 못하면 미래는 커녕 당 자체가 없어질겁니다.
2017.01.24 17:31:41
"지금에야 박근혜 정부에 대한 분노가 가지시 않아서, 관성적으로 제1 야당 지지율이 높게 나오고 있습니다만, 막상 탄핵 인용되고, 2달후 대선 일정이 잡히고, 진짜 선거운동이 시작되면, 결국 각 후보가 어떤 방향성을 대표하는 지를 가지고 판단할 수 밖에 없게 됩니다."는 분석에 찬성표 하나 던지고 갑니다.
저도 "빠심"의 발현으로 안철수가 이번에 되어야 하는 이유 몇가지를 들어 봅니다.
1) 시대정신, 대의, 핵심가치에 대한 철저한 인식과 실천 : DJ가 가장 앞서 보여줬고, 놈현이 보여주는 것 처럼 하며 대권을 잡았던 그 요소입니다. 2012년 11월 후보 사퇴를 보며 저는 DJ 이후 가장 큰 인물로 생각해 왔죠.
2) 영남패권주의에 대한 문제의식: 이부분에 대한 문제의식이 있는 유일한 후보고, 국민의 당을 통한 총선 돌파로 그 가능성을 보여줬죠
3) 4차 산업혁명 등 산업조류에 대한 식견 및 청년실업의 대안 마련 능력 : DJ때 IT붐으로 2000년대 초중반 한국 경제가 그나마 활력을 보였었죠. 그때와 상황은 다르지만, 재벌 견제 및 산업생태 개선, 창업 지원 등을 통해 우리 경제에 활력을 일으킬 수 있는 방향을 비교적 잘 잡고 있다고 보여집니다..
저도 "빠심"의 발현으로 안철수가 이번에 되어야 하는 이유 몇가지를 들어 봅니다.
1) 시대정신, 대의, 핵심가치에 대한 철저한 인식과 실천 : DJ가 가장 앞서 보여줬고, 놈현이 보여주는 것 처럼 하며 대권을 잡았던 그 요소입니다. 2012년 11월 후보 사퇴를 보며 저는 DJ 이후 가장 큰 인물로 생각해 왔죠.
2) 영남패권주의에 대한 문제의식: 이부분에 대한 문제의식이 있는 유일한 후보고, 국민의 당을 통한 총선 돌파로 그 가능성을 보여줬죠
3) 4차 산업혁명 등 산업조류에 대한 식견 및 청년실업의 대안 마련 능력 : DJ때 IT붐으로 2000년대 초중반 한국 경제가 그나마 활력을 보였었죠. 그때와 상황은 다르지만, 재벌 견제 및 산업생태 개선, 창업 지원 등을 통해 우리 경제에 활력을 일으킬 수 있는 방향을 비교적 잘 잡고 있다고 보여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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