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제가 군생활하던 시절 대통령은 노무현이었는데, 그때 제가 있던 부대의 사령관이 매우 유능하기로 군 내부에 명성이 자자했습니다. 참모차장을 하다가 제가 있던 사령부에 부임했는데, 이 자리는 셋 중 둘은 참모총장으로 올라가는 자리였습니다. 기수가 꼬이지 않는 이상 대부분 참모총장이 되는 자리였다고 보시면 되지요. 게다가 그 직전에 참모차장에 있었고, 애초에 이곳 사령관에 온 것도 참모총장으로 가기 전 이 자리를 몇 달 거쳐 보고 간다는 식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사령관은 뜬금포로 갑자기 튀어나온 경상도 출신 장군에게 밀려 참모총장에 떨어졌습니다. 처음 인사명령이 나온 날 사령부 전체가 대체 왜 떨어진 건지 알 수가 없다며 혼돈 그 자체였는데, 얼마 안 가서 인천 출신이던 사령관이 출신지역이 상대적으로 약해서 밀렸다는 말이 사령관 비서실 장교들을 중심으로 퍼져나오더군요. 좀더 정확히는, 그 당시 역시 영남 출신 국방부 장관이던 인물이 이 사람을 참모총장으로 밀었는데 노무현이 암만 봐도 이 사람은 좀 아닌 것 같아 한번 반려를 시켰지만 다시 밀어서 그냥 그대로 받았다고 하더군요. 참고로 그 참모총장은 임기 내내 '사람은 좋지만 능력은 별로'라는 평을 듣다가 결국 삼일절에 골프를 치고 그게 걸려서 임기도 못 채우고 그대로 잘렸습니다. 모르긴 몰라도 이렇게 영남 출신이 고위직으로 올라서는 데 득을 보는 사례는 모아보면 아마 한둘이 아닐 거라고 봅니다.


2. 저는 개인적으로, 오랫동안 제대로 된 통계나 명백한 근거가 나오지 않으니 영패주의는 없다고 봐야 한다는 주장에는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존재하지만 그만큼 증명이 어려운 것이라는 가능성을 부정하고 단순히 오랫동안 확실한 결과가 아무것도 나오지 않기 때문에 사실이 아니라고 친다면 수학에서도 수십 수백년 동안 증명도 반례도 나오지 않는 수많은 추측과 가설들은 전부 틀린 것이 되어야겠지요. 하지만 수학자들 중 누구도 그런 소리는 하지 않습니다. 정 그렇게 보겠다는 사람에게 당장 따질 말은 없습니다만 그 경우 위의 1번과 같이 세상에 널린 여러 경험적 사례들에 대한 설명은 대체 어디서 찾아야 할까요.


3. 별로 다시 언급하고 싶지는 않습니다만, 김교수나 안티노의 무리가 주장하는 월급봉투 두께 같은 것이나, 무슨 전문직 종사 비율 같은 것으로 호남차별이 없다고 말하는 것은 암만 봐도 현실을 너무 무시한 단순한 소리로밖에 들리지 않습니다. 당장 생각해낼 수 있는 반론으로 전문직이 많다는 것은 오히려 호남 출신의 경우 우수한 인재들이 위의 1번의 경우처럼 고위직으로 올라서는 데에 존재할 유리천장에 대한 두려움으로 아예 그런 염려가 없는 의사나 회계사 같은 것으로 진로를 잡았을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5초만 생각해도 고려해볼 수 있는 이런 가능성도 따져보지 않고 수치만 들먹이며 그걸 근거랍시고 영패주의는 없다고 단언하는 안티노의 무리는 암만 봐도 제정신이 아닌 게지요.

다만 개인적으로는, 한참 생각을 이리저리 해 봐도 저런 무리들이 그러면 증명을 해 보라고 할 때 무엇을 내놓아야 할지 알 수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 물론 전문가가 수두룩한 이곳에서 저 같이 이 분야에 무식한 이가 이런 소리를 하는 것은 핀잔 듣기 딱 좋은 소리임은 잘 알고 있습니다. 사실 이 글을 쓰기 전 몇 시간째 나름 이리저리 자료도 좀 검색하며 관련된 이야기를 찾아보려 했지만 아직은 무엇을 살펴야 하는지, 기존에 누가 무엇을 어느 정도로 해놓았는지도 도저히 모르겠네요. 이 부분은 그저 제가 앞으로 시간 날 때마다 조금씩 찾아보며 알아보고 생각을 해 봐야 할 일이겠지요. 이곳 아크로에서 앞으로 이 점에 대해 많이 배울 수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