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직 언론인, 이용마씨를 인터뷰한 내용입니다.

http://v.media.daum.net/v/20161230193606920

저는 이 인터뷰를 읽으면서 이게 의도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인터뷰 내용의 순서가 눈에 확들어옵니다. 한국 정치/경제/사회의 가장 큰 문제점을 순서대로 나열해 놓고 무엇부터 시작을 해야하는 지에 대해서 말하고 있으니까요.


1. 삼성 (그리고 재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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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쓰게 되면 삼성이 제일 먼저 전화해요.(삼성 불법상속 고발 건을 방치하는) 검찰을 비판하는 기사를 쓰니까 삼성이 전화해서 ‘왜 검찰을 비판하냐?’고 항의하고, 그다음엔 삼성이 제 지인들을 동원해서 전화를 하고, 그다음엔 회사 선배들이 또 찾아오고. 이게 굉장히 피곤한 일이죠. 영화 <내부자들> 보면 검사가 선배 검사 부름을 받고 모임에 가보면 재계 당사자가 와 있고 그러잖아요. 그런 식이죠.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술 먹고 어울리다 보면, 10개 쓸 것을 7~8개로 줄이고, 다시 5~6개로, 그러다가 빼게 되고. 더 나아가서 오히려 자기가 재벌을 위해 로비하게 되는 상황까지 가요. 언론이나 검찰, 정부에 ‘삼성장학생’이 있단 얘기가 나오는 건 허튼 말이 아니에요.”

분통이 터져서 사내 보도국 게시판에 ‘삼성공화국’이라고 몇 차례 글을 쓰기도 했지만 “마치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모두가 함구했고 돌아온 것은 라디오뉴스 편집부로의 전보발령이었다.

-근데 계속해서 삼성 관련 보도를 했지요. 왜 그렇게 삼성 문제에 매달린 거예요?

“내가 매달린 게 아니라 삼성이 날 쫓아다녔어요.(웃음) 처음엔 내가 경제부 기자여서 썼고 그 후 금융팀에 있었으니 썼고, 그 후 삼성 불법상속 문제가 검찰에 고발되었을 때는 내가 또 검찰 출입이라서…. 기자로서 대한민국 정부 부처를 두루 돌았는데 그 경험 속에서 깨달은 건 대한민국 핵심 부처가 모두 삼성에 장악되어 있다는 거였어요.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게 겉으로 보면 정치권력 같지만, 실질적으로는 드러나지 않는 삼성의 힘이라고요. 어차피 대통령은 5년 가는 건데, ‘권불5년’에 재벌은 3대, 4대 세습을 하잖아요. 재벌은 무소불위의 권력, 대한민국의 가장 굳건한 기득권 세력이죠. 그 핵심에 삼성이 있고요. 이걸 개혁하지 않으면 대한민국 사회의 개혁이라는 건 꿈도 꾸기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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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기득권 (그리고 여당과 시소게임을 하는 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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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당했군요.

“사장 해임안이 부결된 뒤, 11월14일에 기자회견을 하고 그 사실(박근혜 약속과 배신)을 조목조목 폭로했죠. 이상돈 교수도 그런 사실이 있다고 인정했고요. 근데 아무런 반향이 없었어요. 조중동을 비롯해서 기존 언론도 단 한 줄도 쓰지 않았고요. 우리도 굉장히 충격을 받았어요.”

-대선 전이었는데도요? 야당은 왜 그 사실을 문제 삼지 않았을까요?

“그래서 우린 야당에 대해서도 믿음이 안 가요. 저 사람들이 도대체 언론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있는 사람들인지.(한숨) 항상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하면서 실제로 그 운동장을 바로잡기 위해 하는 건 별로 없어요. 자기들이 적극적으로 새로운 걸 내놓으면서 국민 지지를 얻을 생각은 안 하고 여당이 잘못하면 상대적으로 이득을 보는 시소게임만 하고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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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결국 권력과 밀착된 기득권 - 그렇다면 무엇부터 해야하나? 개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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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에게 이번 겨울은 무척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 같습니다. 내년 봄쯤엔 어떤 상황이 될까요?

“지금은 누구도 예측불가입니다. 알량한 지식인의 예측, 다 필요 없어요.”

-개헌 얘기도 나오는데요.

“제왕적 대통령제라서 개헌해야 한다고 하잖아요. 다 자기들 권력 연장 위한 술수일 뿐이죠. 나눠먹기 하자고. 왜 제왕적 대통령이 나왔느냐? 대통령이 여당과 권력기관을 다 장악하고 있으니까 그렇죠. 말 안 듣는 사람 있으면 검찰, 경찰, 국세청, 국정원 동원해서 통제하니까. 그럼 검찰, 경찰, 국세청, 국정원은 왜 대통령한테 휘둘리느냐? 대통령이 인사권 쥐고 있으니까 그렇죠. 그럼, 대통령한테서 그런 기관 인사권을 뺏으면 돼요. 국민들이 뽑도록 하면 돼요. 전 공영언론도, 국민배심원제처럼 그렇게 성별 연령별 균형 맞춰서 심사단 구성해서, 사장 후보들 프레젠테이션 하는 거 보고 뽑게 하면 좋겠어요. 대통령 뽑는 데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한 게 아니듯 언론사 사장 뽑는 데도 전문지식이 필요한 건 아니에요. 기본적인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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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하면 이렇습니다. (1) 재벌 개혁이 가장 시급하고, (2) 야권을 개편해야하고, (3) 대통령의 인사권을 제한해야한다.  
일단 실현 가능성은 (3)번이 가장 높다고 판단합니다. 굳이 개헌같은 것 하지 않고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대통령이 직간접적으로 임명할 수 있는 기관장(과 임원)의 숫자가 수십만명이라고 하던데, 이것만 제한해도 정치권에서 치킨게임하는 소모적인 일이 줄어들 것 같습니다.  

그러고 나서 나머지 두가지를 한꺼번에 묶어서 희망섞인 이야기를 해보면 탄핵이후 대선정국이 왔을 때, 야권을 개편하고 그 힘을 바탕으로 대선을 승리하고, 정권을 잡은 이후에는 재벌개혁을 할 수 있는 리더가 오는 상황이 만들어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사회적유동성이 급속히 말라가고 있는 한국은 앞으로 참 암울하지 않나라는 생각만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