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과 정치지도자의 지지율 동향은 매우 간단한 방정식으로 풀이할 수 있다. 즉, 기존 지지층을 확고히 다지고, 그를 기반으로 그 외연을 확대해야 한다. 어떤 정치인이나 정치세력도 이 방정식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기존 지지층을 확고히 다지고 있으면 일단 현상유지는 한다. 지지율이 올라간다는 것은 이른바 집토끼의 지지를 기반으로 지지층의 외연이 확장됐다는 것과 같은 의미이다. 지지율이 추락하고 있다는 것은? 간단히 말해서 기존 지지층이 실망해서 이 정당과 지도자를 외면하고 있다는 얘기이다.

국민의당이 위기다, 안철수와 당의 지지율이 떨어진다는 것도 본질적으로 지지층과 당의 간극이 발생했고, 그 틈이 커지고 있다는 얘기이다. 지지율이 올라가지 않고 정체 상태라면, 확장 전략을 고민해야 하겠지만 지금은 그런 상황도 아니다. 집토끼도 지키지 못하고 있다는, 말 그대로 당이 문을 닫느냐 마느냐 하는 고민이 코앞에 닥쳐와 있다는 얘기이다.

국민의당은 지난 20대 총선에서 처음으로 원내에 진출해 교섭단체 구성에 성공하고 원내 제3당의 위치를 차지했다. 정당 투표에서 드러난 전국적인 지지율을 생각해보면 의석 수나 또는 제3당이라는 표면적 성과를 뛰어넘는, 어마어마한 정치적 의미가 국민의당의 존재에 투영돼 있다고 봐야 한다.

즉, 국민의당 존재의 근거는 지난 20대 총선에서 표출된 민심이라고 봐야 한다. 그 민심의 성격을 정확히 읽는 것에서 국민의당의 정체성과 정치 노선과 원내 전략 등이 도출되어야 한다. 지금 국민의당 지지율 하락과 존립 위기는 바로 지난 총선 민심을 정확히 읽고 해석해내지 못한, 정체성의 실패에서 기인한 문제이다.

국민의당 지지층이 호남 거주자와 전국의 호남 원적 유권자로만 구성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단일 유권자 집단으로는 가장 거대한 규모를 자랑하고, 국민의당 원내 진출의 트리거 역할을 한 호남 유권자의 선택을 제외하고 국민의당의 문제를 설명할 수 없는 것도 분명하다. 이런 점에서 일단 호남 유권자의 국민의당 지지라는 점에서 얘기를 시작하자.

지난 총선에서 호남 유권자들이 국민의당을 지지한 것은 어떤 의미일까? 간단히 말해서 더 이상 친노와 함께 갈 수 없다는 선언이라고 봐야 한다. 대한민국 정당 중 가장 오랜 역사를 가졌고 어마어마한 정치적 자산을 보유한 민주당, 그 민주당에서 가장 오랜 기간 최대주주였던 것이 바로 호남이었다.

그런 호남이 민주당을 버리고 국민의당을 선택했다는 것은 이를테면 거대기업의 대주주가 보유한 주식을 헐값에 털어버리는 손절매를 단행했다는 얘기이다. 그만큼 더민당을 장악한 친노에 대한 분노, 그들과 함께할 수 없다는 절박성이 컸다는 얘기이다.

문제는 이러한 호남의 선택이 아직 완성형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간단히 말해서 호남은 이런 선택을 놓고 극심한 갈등과 대립 분열을 총선 전은 물론이고 총선 이후에도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내가 5.18 당시 광주 현지에 다녀온 소감을 [광주는 내전중]이라고 표현했던 것이 바로 이런 상황을 말한 것이다.

그렇다면 광주와 전남, 전북 등 호남 현지는 말할 것도 없고 수도권과 전국 각지의 호남 출신들 사이에서 진행되는 저 내전은 어떤 성격이며 어떤 대립 전선을 만들어내고 있을까? 이 내전의 성격을 규명하는 것에서 국민의당 정체성과 정치 노선, 원내 전략, 정책 방향 등이 도출되어야 한다.

호남은 지금 좌우 이념 대립, 내전을 시작한 상태이다. 호남에서 집권 기득권은 좌파이다. 친노는 그 좌파의 대리인(agent)이라고 봐야 한다. 그 좌파를 구성하고 있는 것이 대부분의 지식인, 교수, 언론, 문화예술 운동가, 시민활동가, 운동권 원로 그룹 등이다. 지난 총선 당시 이들이 한 목소리로 안철수와 국민의당에게 후보 단일화 압박, 선거 연대, 후보 사퇴 등을 강요했던 것이 그 단적인 증거이다.

세대 간의 간극도 있다. 20~30대 젊은 층이 더민당과 문재인에 대한 지지 성향이 높은 반면 40대 이상 장년/노년층은 과거 김대중과 동교동계 중심의 호남 민주화 투쟁의 경험과 기억을 공유하며 이들을 이용해먹고 등뒤에서 칼로 찌른 노무현과 친노, 문재인에 대한 깊은 분노를 간직하고 있다.

지지층의 성향, 내전의 대립전선 양측의 구성을 분석해보면 더민당의 지지층은 진보/지식인/청년세대 등 이른바 좀더 땟국물을 벗어버린 집단이라고 할 수 있다. 인터넷이나 SNS 등 첨단 인프라를 활용하는 능력도 좀더 뛰어난 편이다. 경제적 기반도 이들이 전반적으로 더 우월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국민의당 지지층은 보수중도/기층민중/노년층 등의 색깔이 더 강한 편이다. 이들을 구성하는 핵심 집단이 진중권 등 양아치 진보나 친노세력에 의해 '난닝구'라고 자주 불리우는 것이 이들의 사회경제적 성격의 단면을 드러내 보여준다. 깔끔한 와이셔츠가 아니라 노동의 땀에 절은 난닝구가 이들을 상징하는 용어로 등장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귀결일 수도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들의 내전, 대립전선은 국민의당 승리로 귀결됐다. 친노에 대한 분노가 워낙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대립에서 장기적인 승부는 이념적인 주도권을 쥔 측의 것이 될 수밖에 없다. 즉 지식인과 문화예술인, 시민단체 등을 업고 있는 친노에게 유리한 싸움이었다는 얘기다. 정치란 어차피 정당성의 싸움, 명분의 싸움이기 때문이다.

지난 총선 이후 국민의당과 안철수가 호남에서 가장 시급하게 착수해야 했던 것은 대중적인 차원의 이념전쟁, 사상투쟁이었다. 호남의 운동권이나 지식인 등을 앞세워 호남과 김대중의 정치적 명분을 도둑질해가고, 좌파적 어젠다를 정의처럼 호도한 친노좌파와의 전면적인 이념/사상투쟁이 일시적인 분노의 표출에 머물렀던 호남의 국민의당 지지세를 견고한 정치적 기반으로 만드는 유일한 길이었다고 본다.

특히 지난 총선 이후 친노들의 호남 혐오/저주 발언이 인터넷을 뒤엎었을 때가 두번 다시 오기 힘든 기회였다. 친노가 자신들의 반호남 본질을 스스로 직접적으로 노골적으로 드러낸 사례였기 때문이다.

흑산도 여교사 윤간사건 당시 임미리라는 진보 지식인 등이 상상 초월하는 호남 저주/증오 발언을 했던 것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안철수와 국민의당 정치인들은 눈과 귀, 입이 아예 없는 것처럼 얌전하게 그 모든 문제에 침묵하고 지나갔다.

한마디로 말해서 자신을 지지해준 호남의 표들과 유권자들을 향해서 '니들은 전부 불의한 선택을 한 거야'라고 스스로 인증해준 셈이었다. 자신의 지지자들을 향해 '당신들은 지금 불의한 정치세력을 지지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하는 정당과 정치인을 그 지지자들이 왜 계속 지지해야 할까?

적어도 이 대목에서 안철수와 국민의당 정치인들은 '호남 지지율이 더 낮아져야 한다'고, '호남이 나 좋아서 찍었나 이회창 싫어서 찍었지'라고 하던 노무현과 전혀 차이가 없다.

총선 이후 호남에서 진행해야 했던 대중적 이념/사상 투쟁이 단순히 호남 혐오 발언에 대한 대응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것은 이슈파이팅 차원의 대응에 가깝고, 보다 본질적인 것은 친노와 좌파의 본질적인 이념적 성격에 대한 공격과 폭로 그리고 대안 제시라고 봐야 한다.

친노/좌파는 반기업/반시장/반자본주의적 어젠다를 기반으로 반 대한민국 정서를 호남에 유포하는 데 주력한다. 큰 정부, 규제의 확대가 이들이 휘두르는 만능 도깨비 방망이에 전가의 보도이다. 반일 정서는 이들의 친북 성향에 대한 알리바이 역할을 한다.

이들을 상대로 이념적 내전을 수행한다는 것은 매우 단단한 정치적 소신과 이념적 기초 그리고 확고한 동조세력의 조직적 뒷받침 없이는 기대하기 어렵다. 말 그대로 목숨을 건 투쟁이어야 한다. 어렵기는 해도 안철수가 20대 총선의 결과를 기반으로 단단한 각오를 갖고 대들었다면 불가능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안철수는 이 모든 과제를 외면한 채 손놓고 20대 총선 이후 황금같은 시기인 2016년 대부분을 그냥 날려보냈다. 말 그대로 골든타임을 놓친 것이다. 지금 지지율 하락은 그 당연한 결과이고, 탄핵 투쟁 때 친노보다 더 친노스럽게 더민당의 전위대 역할을 한 것은 그 최종 인증, 확인사살이나 마찬가지였다.

호남이냐 아니냐 하는 것은 부차적인 문제, 결과를 놓고 벌이는 책임공방일 뿐이다. 그 책임 공방에 진정한 정치적 책임은 보이지 않는다. 가장 무책임한 책임 공방이라고 할까.

호남 말고 다른 안철수 및 국민의당 지지자들도 있다. 그 분들이야말로 호남 밖으로 국민의당 지지세를 확대해갈 외연 확대의 열쇠를 쥔 분들이다. 그런데, 이 분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호남을 버려야 할까? 그게 아니다.

호남에서 친노좌파와의 이념 투쟁을 통해서 호남이 친노와 좌파의 영향력에서 벗어날 때 비로소 이 분들이 호남의 정치적 명분을 갖고도 전국에서 국민의당 지지를 호소할 수 있다.

"호남은 이제 좌파나 친노가 아니고, 대한민국의 경제발전과 근대화를 위해서 앞장서는 선두 진영이다. 그러니 그들과 함께 하는 우리 국민의당을 지지해달라, 그것이 대한민국이 사는 길이다."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것이다.

바로 이것이 호남의 지지를 기반으로 국민의당이 전국으로 지지를 확대해갈 수 있는 길. 호남이 없어도 안되지만, 호남만으로도 안된다는 국민의당과 안철수 집권의 키워드, 방정식의 해법이다.

이 방정식을 풀지 못한 것이 지금의 국민의당의 현주소이다. 어떻게 해야 할까? 이미 늦었다. 하지만 늦었다고 생각한 순간이 가장 빠른 순간일 수도 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라고? 이미 잃은 소는 어쩔 수 없다 쳐도 새로 데려올 소라도 잃지 않으려면 외양간을 고치기는 고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