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끝난 2009년 한국프로야구에서 LG의 박용택이 타율 0.372라는 놀라운 기록으로 타격왕을 차지했다. LG투수(감독?)는 같이 경쟁을 한 롯데의 홍성흔과의 경기에서 확실하게 박용택을 밀어주기 위해서 홍성흔에게 무려(!) 4개의 연속 볼 넷을 선사했다. 어떤 열혈 팬들은 LG감독 김재박이나 박용택을 비겁한 자라고 비난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 일이 반칙은 아니다. 우리가 월드컵에 나가서 강팀, 예를 들어 스페인에게 1:0 으로 이긴 시점에서 남은 후반전 2분 동안 볼을 돌리는 일 정도의 슬기로운(?) 짓이다. 상대방의 기분을 나쁘게 한다고 해서 비난받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롯데 팬인 나로서는 꼭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여하간....
      
이전에도 이런 일은 있었다. 80년대 홍문종(롯데)과 이만수(삼성)와의 타격왕 경쟁에서 삼성은 무려 9개의 포볼을 홍문종에서 선사했다. 마지막 수비를 마치고 덕아웃으로 돌아오든 홍문종은 마운드에 침을 뱉었다. 제일동포로서 겪는 서러움도 있었을 것이다. 이 사건은 야구광팬이라면 익히 잘 아는 사건이다. 미국에서도 비슷한 일이 1925년인가에 있었다. 리그 수위타자 문제로 밀어주기가 있었다고 한다. 자기 쪽 리그 타자를 전체 수위 타자로 밀어주기 위해서 1루수가 거의 우익수 자리 근처에서 수비를 했다고 한다. 덕분에 더블헤드 2게임에서 무려 8타수 8안타를 했다는 전설같은 이야기. 그러나 1925년 때의 이야기다. 2000년대가 아니고. 
     
 

<비난은 짧지만 기록은 길다> 이것은 김재박의 명언이다. 이것은 아마도 포볼 작전을 지시한 자신에게 위로를 삼고자 한 말일 것이다. 그런데 내가 흥미롭게 생각하는 것은 이 말은 1980년 시절에나 소용되는 지혜의 격언이 아닐까 하는 것이다. 당장 인터넷에 들어가서 <박용택> 또는 <김재박>을 쳐보면 거의 85%의 글에서 그런 얍삽한 포볼작전에 관한 비난과 욕설을 엄청나게 볼 수 있다. 이 <야만적인 사건>에 대하여 야구의 문외한도 관심을 가질 정도로 잘 꾸며 논 사이트도 있다.   무섭다. 정말
   
지금의 인터넷은 속세의 가계부다. 정리하면 <비난은 짧고, 기록은 길지만, 비난의 기록은 훨씬 더 길다>는 것이다. 이후 박용택은 타격왕 경쟁에 관한 이야기가 나올 때 마다 2009년 사건으로 시달릴 것이다. 벤치에 앉아있는 모습의 사진, 포볼로 걸어 나가면서 헛웃음을 짓는 홍성흔, 애써 어색함을 감추는 김재박, 비웃음과 황당함을 담은 롯데 감독의 웃음. 관중석에서 욕하는 팬들의 모습. 2009년 9월, 타격왕 밀어주기 사건은 인터넷에 생생하게 기록되어 있다. 문자가 아니라 사진과 소리로 저장되어 있다. 만일 박용택 선수의 친척 또는 그의 자녀가 인터넷을 뒤져 본다면 감당하기 힘든 욕설과 비난을 보게 될 것이다. 생생하게. 1980년대, 인쇄소에서 납활자로 책과 글을 밀어내든 시대와는 전혀 다른 세상이다.  
    
     특히 정치인들, 정치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은 자신의 속으로야 어떤 마음을 먹든, 인터넷에서의 일관성을 유지하는데 총력을 기울어야 할 것이다. 사람이 사는 동안 생각과 행동에 일관성을 가지기는 힘들겠지만, 지금의 인터넷 시대는 더욱 그러하리라 보인다. 끝으로 김재박 감독과 정운찬 총리님에게 삶의 지혜 두 개를 전해주고 싶다.
   
  1. < 어떤 승리는 패배보다 못하다. > 
  2. <비난은 짧고, 기록은 길지만, 비난의 기록은 영원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