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아래 흐강님이 올리신 글에 댓글을 달다가 아예 본글로 뽑아서 쓰게 되었습니다.



1. 이 글에는 김대호 소장의 강연 내용의 요약이라고 1부터 10까지 길게 적어놓았지만, 자세히 보면 하고 싶은 말은 딱 한마디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노동시장이 유연하지 못해서 이런 임금 불평등이 생긴다"


2. 그렇다면 해결방법은 여러가지 제시할 수 있지만, 문제 인식이 저렇다면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해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노동시장을 유연화 하기 위해서 (귀족)노조를 철폐해야 한다"

제가 '귀족'이라는 말에 괄호를 쳤지만, 이 단어는 필요에 따라서 어감을 순화시키고 정당성을 좀 더 주는 느낌를 제외하고는 이게 만약 실제 정책을 만들어지게 되어서 행해지는 효과를 생각해보면 결국은 일반적인 노조철폐로 귀결될 것이기에 괄호를 치나 빼나 별 상관은 없습니다.


3. 노암 촘스키가 만든 "Requiem for the american dream" 은 미국 근세 역사에서 - 주로 1960년대 이후부터 지금까지 - 자본가들이 어떤 식으로 그들의 정치경제적 힘을 강화해왔으며 어떤 활동을 통해서 미국 사회의 경제적 불평등이 강화되어 현재까지 이르게 되었는지를 잘 보여주는 다큐멘터리입니다. (나이가 80대 중반이 넘은 미국 역사의 산 증인의 입에서 20세기부터 지금까지 미국 정치경제사를 해석하는 것은 그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일지라도 들을 가치가 상당히 있습니다. 유투브에서 찾아보시기를 권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4BipQ__0hQ8  (한글 자막이 있는 것을 발견하면 추후에 링크를 바꾸겠습니다)

사실 이 다큐멘터리의 근본적인 주제는 현대의 민주주의가 왜 위기에 처해 있냐는 것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왜냐? (그야 자본때문입니다.)

촘스키가 정리하는 미국이 이 지경이 된 이유 또는 원리 10개중에서 이 글과 연관된 중요한 두가지를 뽑아보면 "deregulation (규제철폐)" 와 "eroding the power of organized labor (노조의 무력화)" 이 두가지를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아주 재미있는 것은 김대호 소장이라는 사람이 현재 한국의 소득 불평등의 원인과 그 해결책으로 제시한 것이 이것과 다를 바가 없다는 것입니다.


4. 김대호 소장의 글에 구절구절 반론을 다 해드릴 수도 있지만, 한마디만 드리겠습니다.  "정치가 잘못되었다. 특히 국회의원의 부정부패가 심하다"라는 것이 발견이 되었다고 가정하고 그것에 대한 해결책을 생각해봅니다. 이때 이성적인 사람이라면 국회의원이 부정부패가 심하다고 국회 자체를 없애자라고 주장하지는 않습니다. 비슷하게 현 노조가 하는 일이 못마땅한 점이 있고 노동시장에 문제가 있다고 해서 노조 자체 없애버리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요?

귀족노조라는 것은 비단 한국에서만 문제가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많은 나라들이 겪은 문제입니다. 미국에서도 6-70년대 귀족노조가 문제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저 레토릭에 의존해서 미국내에서는 수십년에 걸쳐서 대부분의 산업에서 노조를 없애는 것에 성공을 했고 지금에 와서 어떤 결과로 나타났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여기서 한발짝 뒤로 물러나서 이런 생각을 해봅시다. 노조의 문제점을 짚어내서 그것을 확대해석하고 불평등의 원인을 거기라고 외치고, 결국 그 뜻데로 노조를 무기력화 시킨다고 하면 이때 과연 누가 가장 이득을 볼까요? 이것만 봐도 이 주장이 어디에서부터 왔는지 또는 누가 가장 이것을 확대시키고 싶어하는지 잘 알 수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이렇게 election을 돈으로 살 수 있는 거대 자본가 집단이 노조를 억압하는 일에 앞장서 왔고 그것을 통해서 가장 큰 이득을 얻었습니다. 한국이라고 다를 것이 뭐가 있을까요. 물론 미국 자본가들과 한국의 재벌들은 각기 특수한 입장 차이는 있기는 합니다만. 다만 각론에서 차이가 날 뿐 총론은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5. 저는 가끔 깜짝 놀라는 것이 평등과 인권을 추구하고 약자의 편에 서겠다는 진보(또는 리버럴)중에서 이런 신자유주의적인 발상을 떠들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입니다. 특히 지평련에서 저런 말이 자주 나오는 것을 보면서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게 됩니다. 생각하는 것이 신자유주의자들하고 너무 너무 비슷해서 말이에요. 그냥 쉽게 말해서 흐강님 글에 나오는 그림은 중간에 나오는 대기업만 지우고 나면 전경련이나 또는 그 산하 경제연구소(KERI)에서 가져다 쓰기에 딱 안성맞춤인 그림입니다. 실제로 KERI 주최로 강연하는 것을 들어보면 아주 비슷한 소리를 단어 선택만 바꿔서 하고 있다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6. 마지막으로 정리 해 드리자면, 사건이 발생하게 된 인과관계 그리고 그 해결책을 이야기할 때 선후관계를 거꾸로 말하고 있다라는 것이 제 결론입니다. 갑을 관계나 "경제학적인 렌트"를 이야기하고 싶으면 그 가장 꼭대기에 있는 재벌을 이야기해야 맞지, 그 밑에서 살고 있는 노조를 이야기하는 것은 자다가 봉창두드리는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