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2017년 대선을 앞뒤고 제3지대론이 제기하는 이슈와 문제의식에 대해 어떤 실천적 대안이 필요한지 얘기해 보겠습니다.

제3지대론이 주목받는 결정적인 이유는 실제 제3지대인 국민의당과 안철수가 현실 정치에서 확고하게 자리잡지 못하고 다양한 사안에서 대응 능력 부족과 전망의 부족을 드러냈기 때문입니다. 진짜가 제 역할을 못하니 대용품이 진짜라고 설치는 셈입니다. 이런 점에서 제3지대론은 안철수와 국민의당 교체론입니다. 이것은 20대 총선으로 표출된 호남의 변화를 무력화하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이에 대응하려면 현재 국민의당 내부의 구조적인 취약점을 냉정하게 점검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국민의당을 흔드는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호남 정치인들과 여론 주도층의 인식을 들 수 있습니다. 국민의당 의석은 대부분 호남에서 나온 것입니다. 호남의 현지 여론과 오피니언 리더들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현재 국민의당 호남 지역구 의원 대부분이 직간접적으로 더불어민주당 친노 세력과 관계를 가져왔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친노 좌파 성향을 공유하는 정치인들이라는 얘기입니다.

최근 국민의당 의원 보좌관들이 당비 원천 징수에 반발하고 심지어 다른 당적을 가진 보좌관도 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만, 이것은 빙산의 일각일 것이라고 봅니다. 지금 친노 세력은 야권의 핵심에 자리잡고 거대한 기득권 집단을 형성하고 있는 것입니다. 야권의 전통이 강했던 호남에 이런 친노의 영향력이 막강하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 것입니다.

호남 정치에서는 ‘정권 탈환’ 또는 ‘새누리당 집권 저지’가 광범위한 공감대를 형성합니다. 이런 요구는 곧바로 ‘대동단결’이라는 슬로건으로 이어집니다. 이것은 될 사람을 밀어주자는 현실론으로 귀결되기 쉽습니다. 결국 조금이라도 더 지지를 받고 당선 가능성이 있는 문재인과 친노에게 투항하자는 얘기가 됩니다.

지난 총선에서 천정배 공동대표와 김한길 선거대책위원장이 새누리당 개헌선을 저지 못하면 역사의 죄인이 되는 것이라며 안철수에게 선거 연대를 요구하고 탈당 가능성까지 비쳤던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국민의당이 총선에서 승리했지만 이런 구조적인 취약성이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사실상 박지원 등 국민의당 의원들이 제3지대론의 불쏘시개 노릇을 하고 있는 것에서도 이 점이 드러납니다.

지난 총선에서 국민의당 등장이라는 거대한 변화가 호남의 요구에 의해 시작됐지만 동시에 친노 좌파의 영향력도 여전히 작용하고 있습니다. 호남에서 일종의 이념적 사상적 내전이 진행되고 있는 것입니다. 지금 시급한 정치적 과제는 바로 이 내전에서 변화를 지향하는, 친노와 좌파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그 힘이 승리하도록 지지하고 지원하는 것입니다.

결국 어떤 노선이 대중적 지지를 얻느냐가 관건입니다. 한 가지 강조하고 싶은 것은, 호남의 대중적 지지를 얻기 위해 번지르르한 립써비스나 얄팍한 선물 보따리에 의지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호남에게 필요한 것은 한 점 숨김없는 진실입니다. 진실을 드러내고 호남에게 새로운 정치적 전망을 제시하는 이념투쟁, 사상투쟁이 필요합니다.

호남과 친노 좌파의 분리를 2017년 대선의 핵심 이슈로 삼아서 거대한 사상전쟁을 전개해야 합니다. 이런 내용을 선명한 정치적 요구로 내걸고 투쟁할 국민의당 내부의 당내당 활동도 필요합니다. 토론회나 언론을 통한 발언은 기본적인 실천일 것입니다.

지금부터 이런 작업을 하지 못하면 내년 대선에서 국민의당과 안철수의 자리는 없을 것입니다. 호남이 좌파와 친노의 사상적 영향력을 벗어나지 못하면 답은 하나입니다. 좌파와 친노의 본산인 더불어민주당과 문재인이 있는데 굳이 빙빙 돌아 안철수에게 의탁할 이유가 없습니다.

국민의당과 안철수가 지금처럼 한가하게 토크쇼 방식의 가벼운 대화에 매몰되어서는 안된다고 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지금, 호남의 변화와 대한민국의 생존을 위해서는 혁명이 필요하고 혁명을 하려면 목숨을 걸어야 합니다. 총칼을 들자는 얘기가 아닙니다. 그만큼 절박하게 목숨을 건 실천이 필요하다는 얘기입니다.

나아가 국민의당과 안철수는 여전히 실체가 없는 새정치의 내용을 분명히 해나가야 합니다. 새정치는 결국 당헌(강령)과 당규(규약)의 측면에서 구체화되어야 합니다. 당헌과 강령은 정당이 추구하는 국가 사회의 총체적인 비전, 미래 이미지를 말합니다. 아직 이 내용은 구체화되기 어렵습니다.

안철수가 말한 낡은 진보의 청산 또는 호남과 좌파의 결별을 기본 방향으로 삼아서 부국강병과 사회적 통합의 강화를 얘기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봅니다. 호남에 대한 혐오와 왕따, 인종주의적 모욕을 해소하되 호남도 반체제 반시장 반기업 정서를 벗어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이런 합의를 성사시키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야 합니다.

당규 즉 규약에서는 보다 구체적인 내용을 담을 수 있습니다. 사실 기존 야당의 위기가 조직 내부 신상필벌의 부재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에서 정당 조직의 정상화는 매우 중요합니다. 그 기본 원칙은 바로 당원이 주인 되는 정당이어야 합니다. 당원은 구경꾼으로 남고 유력 정치인이 명망성과 언론의 조명을 무기삼아 정당 조직을 장악하는 일은 더 이상 용납되어서는 안 됩니다.

당원이 주인 되는 정당을 만들기 위해서 4가지 원칙과 2가지 기준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4가지 원칙이란 전당대회 등에서 △전당원 1인 1표(표의 등가성 보장) △전국 현장 순회투표(모바일/온라인 투표 배제) △당원이 아닌 자의 투표권 배제 △모든 선출직(당 대표, 대통령 및 국회의원 후보, 지자체장 선거)의 당원 직접투표로 결정 등입니다. 2가지 기준이란 △매달 최소한 1만원 이상의 당비 납부 △연간 2회 이상의 오프라인 당원 활동 참여 등을 기준으로 위의 4가지 기준이 정한 당원 투표에 참여할 자격을 주는 것입니다.

이것은 특별한 원칙이 아닙니다. 민주주의적 정당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분들이라면 누구나 인정할 수밖에 없는 기본이라고 봅니다. 문제는 이렇게 당연한 기본이 우리나라에서는 매우 과격한 주장처럼 여겨진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비정상을 당연하게 여기는 사람이 많다고 해서 그것이 정상이 될 수는 없습니다. 정치의 근본을 회복하는 것, 원칙과 상식이 구두선이 아니라 실제 당을 움직이는 질서로 자리잡을 때 새정치도 자리를 잡을 것입니다.

이러한 민주주의적 정당 운영을 사실상 당의 외연을 확장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이기도 합니다. 제3지대론란 것도 결국 당의 외연을 확장하자는 것입니다. 외연을 확장하려면 누구나 동의할 수 있고 안심하고 당내 경쟁에 참여할 수 있는 공정하고 투명한 경쟁질서가 자리잡혀야 합니다. 위에서 말한 4가지 원칙과 2가지 기준 이상의 공정하고 투명한 질서는 없습니다. 이런 질서 위에서 차기 대권에 뜻을 둔 유력 주자들이 함께 모여서 경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당의 조직 확장과 안정을 위해서도 저러한 상식이 자리잡아야 합니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정치를 하는 유일한 방법은 유력 정치지도자의 눈도장을 찍는 것입니다. 이런 구조에서는 유능한 정치 신인을 끌어들이기 어렵습니다. 현재 당에 들어와 있는 정치인들도 저렇게 공정한 경쟁질서가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안심하고 당 활동을 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지역에서 아무리 열심히 당원을 모으고 조직을 강화해도 위에서 누군가 낙하산 공천을 내리꽂으면 대항할 방법이 없습니다. 이런 조건에서는 지역위원장들이 지역민들을 만나 당의 지지기반을 확산하는 것보다 당 내부의 줄서기에 더 신경을 쓸 수밖에 없습니다.

제3지대론이 정치권에서 얼마나 현실적인 영향력을 행사할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 명제는 우리 정치와 관련해서 매우 많은 시사점을 던져줍니다. 이 문제에 담긴 함의를 제대로 이해하고 올바르게 대응해나갈 때 우리는 내년 대선이 던져주는 시대적 과제를 보다 잘 이해하고 앞으로 전진해갈 수 있을 것입니다.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