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재 의원의 국감질문이 막장 갑질 논란으로 변질됐지만,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이 논란에 걸린 이슈를 놓고 얘기하고 있지만...

내가 보기에는 이은재 의원이 던진 질의에 담긴 본질적인 문제의식은 거의 거론되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이 문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은재 의원 질문 도입부를 좀더 주의깊게 들어볼 필요가 있다.

이은재 의원 질의 도입부의 요지 : 서울시 교육청이 각급 학교 운영비에서 90억원을 차감해서, 즉 일선학교가 집행해야 할 학교 운영비를 교육청이 빼돌려서 대신 집행했다는 얘기이다. 교육행정기관 물량까지 포함해서 서울시 교육청이 일괄 집행했고, 이것이 지방재정법 위반이라는 내용이다.

여기에 대해 조희연 교육감은 그렇게 일괄 구매해서 29억원을 절감했다고 답변했고, MS오피스는 마이크로소프트에서 구매하는 게 맞지 않느냐고 했는데 이건 모두 질문의 초점을 벗어난 답변이다.

29억원을 절감했다는 것은 결국 MS오피스 명목 가격(list price)을 기준으로 한 얘기일 것이다. 하지만 IT 특히 소프트웨어에서 명목 가격으로 대량 구매가 이뤄지는 사례는 많지 않다. 굳이 별도 협상을 할 필요조차 없이 구매 물량에 따라 할인율이 정해져 있는 경우도 많다. 한마디로 말해 조희연은 하나마나한 얘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대량구매를 하면 당연히 규모의 경제가 생겨서 단가는 낮아진다. 하지만 이게 정말 예산을 절감하는 방식이었을까? 이 문제의 본질은 지방재정법이 저런 일괄구매를 금지하고 있는 취지일 것이다. 즉, 각급 학교가 독자적으로 구매하지 않고 교육청이 일괄 구매를 할 경우 불요불급한 구매가 이뤄지고 그 과정에서 이권의 개입이 이뤄질 가능성도 커진다.

이번 서울시 교육청의 아래아한글 및 MS오피스 도입분이 과연 어떤 버전이었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다.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해볼 수는 없지만 아마 두 소프트웨어의 최신 버전일 것이다.

하지만 아래아한글이나 MS오피스는 굳이 최신 버전을 사용할 이유가 없다. 10여 년 전에 나온 제품이라도 기능 자체로는 사용에 큰 불편이 없다. 오히려 최신 버전일수록 검증되지 않은 버그가 많이 드러나고, 나중에 팻치 프로그램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일이 많다.

이런 문제를 제대로 판단하는 것은 각급 학교 현장의 교사나 실무자들이다. 이 분들이 자기 학교의 아래아한글이나 MS오피스의 버전이 현재 사용 가능한지, 최신 버전이 얼마나 필요한지 판단해서 그 필요에 따라 구매하는 게 맞다는 얘기이다.

서울시교육청이 이번에 프로그램을 구매하면서 각급 학교의 실제 수요를 얼마나 현실적으로 파악했는지는 조사해보지 못해서 잘 모른다. 하지만 설혹 학교 현장의 수요를 파악했다 해도 그 과정에서 뻥튀기나 오류가 작용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왜냐하면 각급 학교에서는 이 구매에 관한 책임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책임 소재가 명확하지 않으면 도덕성은 실종된다.

언론 등에서 이런 의문을 제대로 짚어주면 좋겠다. 이 문제가 이렇게 시끄러운데 정작 전문 언론은 왜 이 문제에 대해서 별 말이 없는지 모르겠다. 이것도 잘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의 하나이다. 내가 잘 몰라서 하는 얘기일까? 누군가 지적해주시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