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왜 한국에 사드를 배치하려 할까? 서재정 일본 국제기독교대학(ICU) 교수(정치·국제관계학과)는 ‘남극궤도론’으로 설명한다. 북한이 미국 본토를 겨냥한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을 남극 궤도로 발사할 것에 대비한 포석으로 본다. 대다수 군사 전문가들이 사드를 중국 봉쇄용 미사일방어체계(MD)로 보는데, 서 교수의 관점은 우리가 문제 해결의 이니셔티브를 쥘 수도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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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처지에서 사드와 관련한 주변 정세를 어떤 관점에서 보는 게 바람직할까?

한국 처지에서는 사드 배치가 한반도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또 한국이 기여할 수 있고 역할을 할 수 있는 부분이 뭔가에 대해 먼저 생각해봐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사드의 출발점이 북한 핵미사일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 오히려 중요하다. 미국이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공식적·공개적으로 얘기하는 것은 북한 핵미사일이다. 그렇다면 북한 핵미사일이라는 근원적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우리가 이니셔티브를 쥘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어디서부터 해법을 찾아야 할까?


북한이 이미 해법을 제시했다. 바로 지난 7월6일 북한 정부 대변인 성명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북한은 7·6 성명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5대 요구사항을 발표했다. △남조선에서의 미국 핵무기 공개 △남조선에서 모든 핵무기와 핵기지 폐쇄 및 검증 △미국이 조선반도와 주변에 핵 타격 수단을 끌어들이지 않겠다는 담보 △어떤 경우에도 북한에 대해 핵 위협을 하거나 핵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확약 △남조선에서 미군의 철수 선포다). 당시 성명은 외무성 대변인, 국방위원회 대변인도 아니고 정부 전체를 대표하는 대변인 자격으로 발표해 성명의 격을 상당히 높였다.



또 비핵화는 선대의 유훈이라고 하면서 김일성·김정일의 권위를 다시 불러들였고 여기에 덧붙여 김정은 위원장의 영도를 따르는 노동당 군대 인민의 의지라고까지 했다. 할 수 있는 한 최고의 권위를 다 동원해 비핵화에 대한 의지를 강력하게 보여준 것이다. 다섯 가지 조건을 내세웠는데 이미 합의가 됐거나 시도가 됐던 것을 되풀이한 것에 불과하다. 첫 번째, 한국에 배치된 미국 핵무기를 공개하라는 것인데, 이미 1994년 제네바 합의에서 얘기가 된 내용이다. 




두 번째, 한국에 있는 모든 핵무기와 그 기지를 검증받으라는 것도 이미 합의가 되었고, 세 번째, 미국이 핵무기를 다시 끌어들이지 않겠다는 점을 담보하라고 했는데 이것도 1994년에 합의가 됐으며 2005년 6자회담의 9·19 공동성명에서 확인된 내용이다. 네 번째, 핵으로 위협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도 6자회담과 북·미 공동성명에서 합의된 내용이다. 다섯 번째, 한국에서 핵 사용권을 쥐고 있는 미군의 철수를 선포해야 한다고 했는데 이것도 전에 보기 힘든 제안이다. 해석하기에 따라서는 핵무기와 무관한 미군은 있어도 되는 것인지, 미군 철수를 ‘선포’만 하고 철수는 안 해도 되는 것인지 모호하다. 한마디로 북한이 협상용 문턱을 낮추었거나 아예 없애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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