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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의당 제23차 비상대책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 정중규 비상대책위원 모두발언
(2016.09.02. / 9:00) 국회 본청 215호

  

국가인권위가 최근 전국에서 세 번째로 규모가 큰 대형복지시설인 대구시립희망원의 시설 내 장애인 상습 폭행, 강제노동, 갈취, 급식비 횡령 등 갖가지 의혹에 대해 직권조사를 실시했다. 1958년 대구시가 설립한 희망원은 1980년부터 천주교 대구대교구에서 수탁 받아 36년째 운영 중이며 1214명의 노숙인과 장애인이 거주하고 있는 연면적 2만2000여㎡ 규모의 대형복지시설로 대구시에서 매년 90여억 원의 예산을 지원받고 있다. 최근 이곳에서 2014년부터 2년 8개월 동안에 전체 인원의 10.6%인 129명이 숨지자 논란이 불거졌다. 조사과정에서 폭행치사가 자연사로 조작되었다는 증언도 나왔다. 또한 식자재 업체와 짜고서 수억 원대의 급식비를 횡령했다는 의혹도 사실로 확인되었다.

이처럼 장애인 수용(거주)시설에서는 인권유린과 비리가 공공연하게 벌어지지만 대게는 외부로 드러나지 못하고 있다. 수용시설의 특징인 폐쇄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장애인이 자신들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시설에 저항할 엄두를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거기에다 관리·감독해야할 공무원과 시설 사이에 악어와 악어새 같은 유착관계가 형성되면 내부 문제가 외부로 알려지기란 쉽지가 않다.

물론 전국의 장애인 수용시설이 모두 그렇다고 할 수 없고, 모범적으로 운영되는 곳도 많다. 하지만 가톨릭재단이 운영하고 2000년부터 2014년까지 우수복지시설로 5회 연속 선정되고, 대통령 표창과 보건복지부 장관상을 3차례나 받았으며, 전국 최고의 모범복지시설로 평가받아온 희망원, ‘사랑과 봉사의 정신으로 복지사업을 펼치는 종교기관에서 운영하는 시설이 이러하다면 다른 곳은 어떠할까?’라고 충분히 유추해 볼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결국은 대규모 시설이 지니고 있는 구조적 문제라 할 수 있는데, 장애인들이 ‘탈시설’을 외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그런데 지난 8월 30일, 박근혜 정부가 발표한 '2017년 예산안 개요'에 따르면 "장애인 거주시설 16개를 신규 지원해서 가정생활이 어려운 장애인에 대한 주거서비스 제공을 확대하겠다"고 한다. 장애인 주거서비스 제공이 어떻게 시설 확대로 이어지는지 이해하기도 어렵지만, 장애인 시설 지원을 이처럼 확대하는 것은 언필칭 OECD 회원국가인 대한민국이 장애인 자립생활 권리를 명시한 UN장애인권리협약을 위반하고, 선진 장애인 복지의 탈시설화 흐름에도 역행하는 것이 된다. 심지어 2017년까지 실시될 제4차 장애인 정책 5개년 종합계획을 보면 장애인 대규모 시설 개편과 탈시설 장애인 자립생활 지원 강화계획이 포함되어 있는데 그마저도 스스로 저버리는 행위로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본다.

박근혜 정부는 이른바 가정생활이 어렵다는 장애인들을 시설에 수용하려들기에 앞서서 지역사회에서 장애인들이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자립생활 인프라 구축에 나서야 할 것이다. 대규모 거주시설에 집단 수용해놓고 보조금을 몰아주는 행정편의적인 시설 중심의 장애인 정책에서도 탈피해야할 것이다.

장애인의 사회통합과 자립생활을 꾀하는 개별 지원정책으로 전환해서 지역사회의 당당한 구성원으로 장애인이 살 수 있도록 하는 장애인 정책 패러다임의 근본적 전환을 요구받고 있는 것이다. 특히 사회복지 전담부서인 보건복지부는 복지의 공공성 확보와 사회적 약자 배려를 통한 사회통합과 공동체 복구를 위해서 뚜렷한 철학과 신념을 지니고서 재정건전성이란 미명 하에 비용절감과 재정효율 관점에서만 복지예산을 다루려는 기획재정부에 맞서 싸울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프랑스의 정치철학자 토크빌은 ‘모든 민주주의에서 국민은 자신들의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가진다’고 했다. 거꾸로 말하면 정부의 국정철학, 즉 정부가 지향하는 가치관에서 국민의 수준이 드러난다는 뜻이 될 것이다. 인간의 가치가 땅에 떨어져서 ‘헬조선’이라고 부르고 있는 우리 사회의 인간화에 앞장설 수 있는 복지마인드를 지닌 박근혜 정부가 되길 바라마지 않는다.